‘누구든 걸려라’ 식 저인망 보이스피싱 활개

조율 기자 2024. 9. 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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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저 기억 안 나세요? 저를 데리러 와주세요. line : xxxx."

◇보이스피싱 '대박 한 건'에서 '박리다매'로 진화 = 홍 단장은 "한 사람에게 오랜 기간 공을 들여 거액의 피해를 만들던 과거와 달리 최근 보이스피싱은 불특정 다수에게 수백만 개의 스팸 문자를 뿌려 수천 명의 피해자를 동시에 만드는 형식으로 변화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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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수단에 듣는 범죄 유형
카드발급 빙자·부업알바 사기
불특정 다수에 접근하며 진화
3909억 피해… 전년비 61% ↑
홍완희 합수단장 “늘 의심하고
꼭 전화 끊은 후 또 확인해야”
2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지검 앞에서 보이스피싱범죄 정부합동수사단 검사들이 보이스피싱 범죄 척결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박종호 검사, 홍완희 단장, 김은정·이근정·한두현·신종화 검사. 박윤슬 기자

“오랜만입니다. 저 기억 안 나세요? 저를 데리러 와주세요. line : xxxx.”

지난 8월 ‘자신을 데리러 와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김모(52) 씨는 호기심에 해당 아이디로 한 대만 여성과 대화를 시작했다. 며칠간 대화를 이어가던 그녀는 “좋은 알바를 하자”며 김 씨에게 고액 알바를 제의했고, 선입금으로 30만 원을 요구했다. 김 씨는 그녀를 믿고 송금했지만 며칠 뒤 알바 사이트는 사라졌고, 김 씨는 그제야 자신이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인 ‘라인 피싱’에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성에게 접근해 호감을 산 뒤 돈을 뜯어내는 ‘로맨스 스캠’의 일종이기도 하다.

올해 보이스피싱 범죄가 다시 증가하면서 신종 보이스피싱도 활개를 치고 있다. 6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3909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1% 증가했다. 홍완희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 정부합동수사단장은 “코로나19를 지나며 비대면 금융거래 체계가 정착화됐고 이후 경제 활동이 활성화되며 보이스피싱 범죄가 증가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언제나 ‘의심하고’ ‘끊고’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2년 7월 29일 창단된 합수단은 현재까지 보이스피싱 범죄 관련자 655명을 입건하고 227명을 구속했다.

◇보이스피싱 ‘대박 한 건’에서 ‘박리다매’로 진화 = 홍 단장은 “한 사람에게 오랜 기간 공을 들여 거액의 피해를 만들던 과거와 달리 최근 보이스피싱은 불특정 다수에게 수백만 개의 스팸 문자를 뿌려 수천 명의 피해자를 동시에 만드는 형식으로 변화했다”고 분석했다.

금융·수사기관을 사칭하는 ‘기관사칭형’이나 대출을 미끼로 피해를 입히는 ‘대출사기형’ 등 전통적인 범죄 유형은 한 기관만 사칭하던 방식에서 카드사·금융감독원·경찰 등을 단계적으로 사칭하는 수법으로 지능화하고 있다. 이들은 ‘n차 상담원’을 두면서 “저희는 절대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검찰 출석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같은 실제 업계 용어를 사용하며 신뢰도를 높인 뒤 피해자들에게 송금을 유도하고 있다.

◇청년 세대 대출사기형 피해 증가 = 경기 불황, 취업난 등의 영향으로 2030 세대에 대출사기형 보이스피싱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30 세대의 기관사칭형 피해 건수는 올해 1∼5월 전년 동기 대비 20대 이하는 36%, 30대는 4% 감소했다. 반면 대출사기형 피해는 20대 이하는 109%, 30대는 111% 증가했다. 홍 단장은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으로 불리는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등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 고수익 해외 취업 등을 미끼로 청년들을 현혹해 감금하고 보이스피싱에 가담시키는 취업 사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당하지 않으려면 ‘늘·꼭·또’ = 최근에는 라인피싱뿐 아니라 주식·코인 투자 손실을 보상해주겠다고 접근해 금원을 편취하는 ‘손실보상금’ 사기, 영화 리뷰·물품 구매 대행 등 재택 부업을 빙자한 ‘부업 아르바이트 사기’ 등이 신종 유형으로 보이스피싱 범죄로 등장하고 있다. 홍 단장은 “확인되지 않은 상대방으로부터의 연락을 ‘늘’ 의심하고, ‘꼭’ 전화를 끊은 후에 이를 ‘또’ 확인하는 ‘늘·꼭·또’를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율 기자 joyu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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