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한국살이 안했으면 벌써 바둑생활 접었을 것”

정세영 기자 2024. 9. 6.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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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루이나이웨이(사진) 9단은 세계 바둑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루이 9단을 5일 농심백산수배 세계바둑시니어최강전(백산수배)이 열린 중국 지린성의 백산수 공장에서 만났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베테랑 남자 기사들과 대국이 어렵지 않으냐'고 하자, "운이 좋아 이번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고 자세를 낮춘 루이 9단은 "남녀 대결은 바둑에서 흔한 일이다. 남자 기사들과의 대국은 늘 흥분되고, 내게 많은 공부가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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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철녀’루이나이웨이, 백산수배에 홍일점 출전
“최정은 가장 좋아하는 기사
약점 없고 모든 것에서 강해
한국, 힘있게 상대 몰아붙이며
쉽게 지지않고 끝까지 싸워”
루이나이웨이(왼쪽) 9단이 지난 2000년 세계 최초로 혼성기전으로 열렸던 ‘제43기 국수전’ 결승에서 조훈현 9단과 대국을 벌이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옌지=글·사진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중국의 루이나이웨이(사진) 9단은 세계 바둑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루이 9단은 지난 1988년 세계 여자 기사 최초로 입신(9단의 별칭)의 경지에 올랐고, 2000년에는 이창호 9단과 조훈현 9단을 꺾고 세계 최초로 남녀 통합 기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루이 9단의 별명은 ‘철녀(鐵女)’. 거칠게 휘몰아치는 야성미 넘치는 공격 바둑을 둔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루이 9단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바둑이 있는 곳은 천당이고 바둑이 없는 곳은 지옥’이라고 적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루이 9단을 5일 농심백산수배 세계바둑시니어최강전(백산수배)이 열린 중국 지린성의 백산수 공장에서 만났다. 1970년 이전에 출생한 기사들이 참가하는 백산수배에 여자 기사는 루이 9단이 유일하다. 루이 9단은 “농심에서 주최하는 대회(농심신라면배·백산수배)에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그간 여러 사정으로 농심배에 참가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중국 대표로 합류하게 돼 기쁘다”고 환하게 웃었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베테랑 남자 기사들과 대국이 어렵지 않으냐’고 하자, “운이 좋아 이번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고 자세를 낮춘 루이 9단은 “남녀 대결은 바둑에서 흔한 일이다. 남자 기사들과의 대국은 늘 흥분되고, 내게 많은 공부가 된다”고 강조했다.

루이 9단은 한국과 인연도 깊다. 1999년부터 2011년까지 12년 동안 국내에서 활약하며 29승을 챙겼다. 루이 9단이 중국이 아닌 한국에서 활동한 이유는 1990년대 말 남편 장주주 9단이 중국기원과 불화를 겪어 중국을 떠나야 했기 때문. 그래서 한국어 실력도 유창하다. 루이 9단은 “한국에서 정확히 12년 8개월을 살았다. 한국은 내게 잊을 수 없는 곳”이라면서 “한국이 아니었으면 프로 기사 생활을 이어가지 못했다. 한국에 감사하는 마음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루이 9단은 여자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있는 최정 9단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루이 9단은 “최정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사 중 한 명이다. 내가 중국으로 돌아간 뒤 입단해 함께 대국을 벌인 적은 없다. 최정 사범은 언제나 응원하는 기사다. 최정 사범은 약점이 없다. 그녀는 모든 것이 다 세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루이 9단은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제2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농심배)에 참가 중인 남자 바둑 세계 1위 신진서 9단에 대해서도 “신 9단은 한국 바둑을 대표하는 인물이고, 정말 대단한 기사다. 한국 바둑은 쉽게 지지 않는다. 공격적이며 힘도 있다. 끝까지 싸우며, 상대를 몰아붙이는 것도 특징”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농심배 우승을 누가 차지할까’라는 질문에 루이 9단은 “나는 중국 사람”이라고 웃은 뒤 “올해는 예측이 정말 힘들다. 이번 농심배는 한국과 중국, 일본 기사들이 모두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국은 가장 많이 우승한 국가”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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