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남친과 헤어지라고 한다고요? 일단 녹음부터 하세요

쩜형의 까칠한 갑질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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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대표가 전 직원이 있는 곳에서 “이 새끼 저 새끼”라며 욕을 하고, “야, 야” 하며 반말합니다. 회의 시간에 “일하기 싫으면 사표 써”라고 소리 지르고, 마음에 안 드는 직원을 괴롭혀서 내보내겠다고 험담합니다. 회식에서 술을 강요하고, 사생활을 캐묻고, 남자친구와 헤어지라고 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나요? (2024년 8월, 닉네임 ‘일네오’)

A. 달나라에 살고 있는 사장님이네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이런 사용자가 있다니. 말씀하신 내용 100% 직장 내 괴롭힘입니다. 그런데 대표 꼬락서니를 보니, 문제를 제기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요. ‘방탈출’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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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의 병원이 생각나네요. 병원장이 환자들 보는 앞에서 직원들에게 욕하고 소리 지르는 행동을 하고 다녔어요. 간호사가 증거를 모아 노동청에 신고했죠. 보통은 대리인 보내서 발뺌하는데, 병원장이 근로감독관 앞에서 보무도 당당하게 “내가 월급 주는데 그 정도 말도 못 하냐?”고 했대요. 그래서 괴롭힘이 인정돼 과태료가 부과됐어요. ‘일네오’님 사장님도 같은 과 아닐까요?

전 직원이 있는 곳에서 폭언을 반복했다면 직장 내 괴롭힘을 넘어 모욕죄로 경찰에 신고할 수 있어요. 사직 강요, 험담, 회식 술 강요 모두 대표적인 직장 내 괴롭힘입니다. 사용자의 괴롭힘은 노동청에 신고할 수 있고, 최대 1천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일하기 싫으면 사표 쓰라는 말이 곧 해고가 되지는 않지만, 권고사직의 증거가 될 수는 있습니다.

남자친구와 헤어지라는 건 뭐죠? 회사에서 맡겨진 일만 하면 되지, ‘남이사’ 남자를 사귀든, 동성을 만나든, 반려동물과 살든, 모태 솔로로 늙든, 사장이 뭔 상관이에요. 정말 꼴불견 사장이 따로 없네요. 하기야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에 찌든 사람이 국가인권위원장이 되는 나라니. 에효.

혹시 사장이 만나자고 하나요? 만약 구애를 강요했다면 ‘스토킹처벌법’에 해당하는지 살펴보세요. 스토킹은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는 행위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문자나 물건을 보내는 행위 △물건을 훼손하는 행위 등으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범죄입니다. 최대 징역 3년 또는 벌금 3천만원에 처할 수 있어요.

2022년 9월14일 전주환이 서울교통공사 역무원을 스토킹하다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당사자가 합의해도 처벌받도록 법이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직장갑질119 조사에 따르면 여전히 직장인 10명 중 1명이 스토킹 피해를 겪고 있습니다. 최근엔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범죄가 활개를 치고 있고요. 고구마에 얹힌 듯 가슴이 답답합니다.

‘일네오’님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이런 회사는 때려치우는 게 답인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참 속상합니다. 일단 녹음 등 증거를 최대한 모으고, 동료들과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세요. 그래도 안 되면 노동청에 신고하세요. 그만두더라도 실업급여는 받아야죠. 신고한 뒤 유급휴가 등 피해자 보호를 요구하면서 버티면, 사장이 합의하자고 할 수도 있습니다. 내 잘못이 아닌데 직장 잃으면 열받잖아요. 사장에게 엿이라도 먹여야죠.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