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성급 호텔 예약 ‘30만원’, 결제 땐 ‘40만원’…눈속임 주의보

게티이미지뱅크

서울시가 서울에 위치한 5성급 호텔의 27개 누리집(홈페이지)을 조사한 결과, 10개 중 9개는 초기 광고 화면에서 세금과 기타비용을 제외한 금액을 표시하다가 결제 단계 화면에서 10~21% 더 높은 최종 결제금액을 표시하는 눈속임 설계방식(다크패턴)을 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다크패턴 막기’에 나선 가운데 서울시 고급 호텔에서도 이런 상술이 만연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6일 서울시는 서울 소재 5성급 호텔의 27개 누리집을 대상으로 다크패턴 가격표시 및 필수 사업자정보 표시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27개 호텔 중 객실 상품 검색 시 첫 화면에 세금 및 기타 비용을 포함한 최종가격으로 표시하고 있는 곳은 단 3개(11.1%)에 불과했다. 8개 호텔의 경우 세금 및 봉사료를 미포함한 가격을 최초에 표시해 최종 가격과의 차이가 21%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관광진흥법 및 시행령에 따라 호텔업 등급결정 업무를 수행하는 ‘한국관광협회중앙회’의 호텔업 등급결정사업 누리집과 주요 온라인여행플랫폼(모두투어, 아고다 등)에서 5성급 호텔로 분류된 서울 소재 호텔의 누리집을 대상으로 했다. 실태조사는 지난 6월10일부터 7월26일 사이에 진행됐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7월 ‘온라인 다크패턴 자율관리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해 온라인 다크패턴 유형을 4개 범주, 19개 세부 유형으로 분류한 바 있다. 이 중 호텔 누리집에서 상품 가격이 표시되는 첫 화면에는 필수 비용인 ‘세금 및 기타비용’이 제외된 낮은 금액을 먼저 표시하고, 결제가 진행됨에 따라 ‘세금 및 기타비용’이 포함된 금액을 최종가격으로 청구하는 행위는 ‘편취형-순차공개 가격책정’에 해당한다. 이런 행각을 막기위해 개정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은 내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순차공개 가격책정’은 이 개정법 제21조의2 제1항 제1호의 금지 행위에 해당한다.

이밖에도 서울시는 이들 호텔 중 10곳이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누리집에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할 기본적인 사업자 정보인 상호·사업자등록번호·통신판매업 신고번호 등을 표시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했다고 밝혔다.

김경미 서울시 공정경제과장은 “세금 및 기타 비용을 제외한 가격으로 표시하고 있으며 실제 결제액과는 10~21% 차이가 발생해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에서 첫 화면만 보고 바로 결제하면 예상보다 큰 금액을 지불할 수 있다”며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시행에 앞서 이번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정확한 가격표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호텔 운영 사업자들을 독려하는 한편, 미흡한 사업자정보 표시에 대해서는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시정 권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