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인? 미국인? 일본인?' LG 맏사위 윤관, 과세당국이 '국내 거주자' 판단한 이유

LG그룹 맏사위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가 강남세무서를 상대로 진행 중인 123억원대 세금불복 소송의 쟁점은 윤 대표가 국내 거주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윤 대표는 자신이 미국 시민권자이고 국내 체류일수가 183일 미만인 '단기거주 외국인'이어서 세금 부과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국내 소득세법에 따르면 과세 기간 종료일 10년 전부터 국내에 주소·거소를 둔 기간의 합계가 5년 이하인 단기 거주 외국인에겐 낮은 세금이 부과되거나 면제된다.

반면 과세당국은 윤 대표가 미국에 거주지를 두고 있다면서도 정작 미국 내 체류기간이 짧은 점, 윤 대표의 투자 자본금 조달과 투자 대상 및 소득 발생 등이 대부분 한국에서 이뤄진 점, 가족들의 거주지가 한국인 점 등을 근거로 과세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강남세무서 측 변호인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대표변호사에 따르면 윤 대표의 미국 체류일 수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1년에 각 16일, 12일, 17일, 33일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에 항구적 거주지를 두고 있다는 윤 대표의 주장이 이치에 맞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윤 대표가 이끄는 블루런벤처스의 자본조달은 대부분 국내에서 이뤄졌고 투자 대상의 80% 이상이 국내 기업이었다. 투자를 위해 활동한 시간 또한 95% 가량이 한국이다.

무엇보다 가족들의 거주지가 한국에 있다면 국내 거주자로 봐야한다는 게 강 변호사의 주장이다.

한미조세협약 제3조 2항에 (b)호에 따르면 '개인이 양 체약국 내에 주거를 두고 있거나 또는 어느 체약국에도 주거를 두고 있지 않는 경우에 그는 그의 인적 및 경제적 관계가 가장 밀접한 그 체약국(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의 거주자로 간주된다'고 규정한다.

같은 항 (e)호에는 '본항의 목적상 주거는 어느 개인이 그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장소'라고 규정돼 있다.

이와 관련한 판례도 있다. 1992년 가족들과 미국으로 이주한 A씨는 1999년·2000년 홍콩 법인들로부터 차명주주 명의로 지급받은 배당금에 대해 한국 과세당국으로부터 소득세를 부과받자 자신은 한국 비거주자이기 때문에 과세 대상이 아니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대법원까지 올라간 끝에 2018년 최종 판결이 났다. 당시 대법원은 'A씨가 사업목적상 한국에 체류하다가도 업무를 마치면 미국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거주했으므로 원고의 항구적 주거는 미국에 있다'고 판단했다. A씨가 1999년·2000년에 한미조세협약 제3조 제2항에 따른 '미국 거주자'이기 때문에 당시 지급받은 배당금도 국외원천소득에 해당해 과세할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본 것이다.

강 변호사는 이 같은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며 윤 대표의 가족이 한국에서 거주하고 윤 대표 투자 대부분이 한국에서 이뤄진 이상 국내 거주자로 봐야한다고 했다.

윤 대표의 미국 시민권에 대해서도 의혹이 일고 있다. 최근 윤 대표가 위조된 과테말라 신분증으로 2005년 미국 영주권을, 2011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정황이 나와서다. 또한 윤 대표가 정작 미국 세무신고서에는 자신의 국적을 '일본'으로 적는 등 스스로 국적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 변호사는 "윤 대표가 전세계 어디에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 세금유목민(택스노마드)처럼 거주지 설명을 못하고 있다"며 "윤 대표가 조세피난처인 세인트키츠네비스의 국적을 취득하려 했었다는 기록도 있다"고 꼬집었다. 국적 의혹에 대해 윤 대표 측은 "과세기관과 무관한 내용"이라고 선을 긋는 상황이다.

다음 변론기일은 11월28일 오후 4시에 열린다. 이날 양측은 각각 15분씩 구두변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