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흔들리는 한국 축구…팬 야유에 귀 기울여야…
[서울=뉴시스]문채현 기자 = 상대적으로 약체인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대승을 거두면 비판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 일말의 기대는 팔레스타인전 무승부와 동시에 꺾여버렸다. 남은 것은 현 상황에 대한 선수들과 축구 팬들의 높은 피로도뿐이다.
거센 비판 속에 출범한 '홍명보호'는 지난 5일 한국 팬들로 가득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1차전에서 FIFA 랭킹 96위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졸전 끝에 0-0으로 비겼다.
"무엇보다 승리에 초점을 맞추겠다"던 홍명보 감독은 결국 최소한의 목표로 잡았던 승리조차 가져오지 못했다.
결과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황금 세대'라 불리는 호화 선수단을 자랑하는 홍명보호는 이날 약체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장거리 비행과 살인적인 경기 일정, 수준 이하의 잔디 상태 등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를 참작할 사유는 많지만, 전쟁통에 소속팀도 없이 개인적으로 훈련하던 선수들로 꾸려진 팔레스타인 대표팀 앞에선 핑계가 될 수 없었다.
그리고 두 달 가까이 해명하지 못한 홍 감독 선임 과정의 공정성 논란을 향한 축구 팬들의 불만은 이날 경기장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임시 감독 체제로 치러진 지난 3월과 6월 A매치 당시 순식간에 동이 났던 경기 티켓과 달리, 이날 홍명보호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5000석 가까이 채우지 못했다.
경기장을 찾은 축구 팬들의 목소리는 싸늘한 빈자리만큼이나 차가웠다.
이날 경기 킥오프 직전, 객석엔 홍 감독과 대한축구협회, 그리고 정몽규 회장을 향한 비판 문구가 담긴 걸개 10여 개가 내걸렸다. 관객들은 경기 시작과 끝을 "정몽규 나가"라는 구호로 장식했다.
경기 도중에도 홍명보 감독의 모습이 전광판에 비치는 순간마다 관중들은 거센 야유를 퍼부었다. 축구협회 엠블럼에 영정사진을 합성한 피켓도 종종 등장했다.
팬들과 축구협회 사이 갈등에 끼어 대표팀 사령탑을 향한 야유 소리를 온몸으로 견디며 경기를 뛰어야 했던 선수들은 그 누구보다 큰 괴로움에 시달렸다. 사과와 호소 역시 선수들의 몫이었다.
특히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이날 자신에게 마이크가 쥐어진 모든 순간 "팬들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 "염치없지만 선수들을 위해 팬들에게 응원과 사랑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이강인은 "선수들은 감독님을 100% 믿고 따라야 한다"고 강변했으며, 김민재는 관객들과 굳이 필요하지 않았을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홍 감독을 향한 반발은 선수들을 온전히 응원하길 바라는 축구 팬들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날 만난 관객들은 하나같이 "국가대표 경기 보이콧 움직임을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깊은 고민 끝에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무거운 마음으로 경기장을 찾았다"고 입을 모았다.
졸전으로 마친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장을 찾은 홍명보 감독은 "축구 팬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은) 앞으로 내가 견뎌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난은 겸허히 수용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대중들이 비난하는 부분을 꼼꼼히 따져, 그 속에 담긴 문제의 본질을 찾아 잘못이 있으면 해결하고 오해가 있으면 풀어야 한다.
축구공은 둥글고, 당연한 승리는 없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지금은 명장이라 칭송받는 파울루 벤투 감독 역시 경기력 비판에 시달려야만 했던 시기가 있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축구 팬들이 지적하고 있는 부분은 약체팀을 상대로 난조를 보였다는 당장 오늘의 결과가 아닌, 약체팀에까지 졸전을 보여줄 수밖에 없게 만든 일련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대중들의 손가락질이 향하는 곳은 경기장 안이 아닌 경기장 밖이라는 사실을 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은 명심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d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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