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생아특례대출 소득 2억까지 상향, ‘사실상 연기’
가계빚 급증하자 방향 선회한 듯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올 3분기 적용예정이던 신생아특례대출 소득요건 완화가 사실상 무산될 전망이다. 정부는 저출생 해결을 위해 연 1~1.3%대 저금리가 적용되는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요건을 올 3분기 부부합산 연소득 2억원, 내년 부부합산 연소득 2억5000만원까지 확대하는 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급증하면서 정책모기지를 더이상 확대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장에선 정책 시행을 기다리던 고소득 신혼부부의 문의가 폭증하고 있다.
6일 정부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올 3분기 시행 예정이던) 신생아특례대출의 소득요건 완화 시행시점이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언제 시행될 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무기한 연기 방침을 밝힌 것이다.
신생아특례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으로 2년 이내에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대환대출)에 연 1~3%대 저리로 최대 5억원까지 주택 구입자금과 전세자금을 대출해주는 제도다. 가격 9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가 구입자금 대출 대상 주택이다.
현재 신생아특례대출의 소득기준은 부부합산 연소득 1억3000만원으로, 정부는 앞서 4월 저출생대책을 발표하면서, 올 3분기 부부합산 2억원으로 소득 요건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는 이를 2억5000만원으로 올려, 사실상 소득요건을 폐지하고 아이를 낳는 신혼부부라면 누구나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고 했다.
고소득 맞벌이 부부도 신생아특례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던 정부가 입장을 선회한 건 현재 가계대출 총량이 급증한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8월 중 가계대출·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각각 9조6259억원, 8조9115억원으로 은행들이 통계를 시작한 2016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로 집계됐다. 초저금리 시대 부동산 열풍에 영끌족들이 ‘패닉바잉’(공황구매)에 뛰어들었던 2021년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가계빚이 늘고 있다.
실제 고금리 시대에 낮은 금리로 주택구입자금을 지원하자, 신생아특례 디딤돌(주택구입) 대출도 잔액이 빠르게 늘어난 바 있다. 출시 이후 약 3개월만에 총 1만4648건, 3조9887억원이 취급됐고, 신규 주택구입보다는 대환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아 연소득 6000~8500만원의 부부가 고금리의 대출상품을 저금리의 신생아특례대출로 가장 많이 갈아탄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신생아특례대출 소득요건 완화를 늦추기로 결심한 배경이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등 정부가 가계대출 억제 대책을 쓰고 있는 것도 신생아특례대출 확대를 시작하지 못하게 한 요인이다. 정부는 이달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스트레스 가산금리를 높여 한도를 줄이는 스트레스DSR2단계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 중 집값 상승이 나타나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대해선 가산금리를 더 높이는 규제를 시작했다.
때문에 연내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 요건이 완화되면, 서울 중심의 고소득 부부 대출이 대폭 늘어나 앞서 시행한 대출 규제가 무효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현장에선 3분기부터 신생아특례대출의 소득요건이 2억원으로 늘어날 거라 기대하고 있던 신혼부부들의 문의가 폭증하고 있다.
경기도 북부에 거주하며 최근 둘째를 출산한 한 직장인 C씨는 “3분기부터 신생아특례대출의 요건이 완화되면 대환을 하기 위해 자금계획을 세우고 대기중이었다”며 “하지만 주택도시기금에 아무리 문의해도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라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택도시기금 관계자는 “최근 신혼부부들의 문의가 폭주하는 상황”이라며 “안내받은 내용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고 안내 중”이라고 말했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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