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아는기자들] 라포랩스, ‘무엇이든 다 하는 포지션’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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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엇이든 다 하는 포지션’이 있다면?
스타트업의 초기 멤버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역할과 직군을 나눠 분명 입사했겠지만, 초기 멤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의 롤은 ‘무엇이든 다한다’였습니다. 그야말로 제네럴리스트. 눈앞의 불을 당장 끄는 것이 급하죠. 중년 여성의 에이블리이자 무신사로 빠르게 성장 중인 ‘퀸잇’, 또다른 산지직송 먹거리 커머스로 화제인 ‘팔도감’ 등 여러 커머스앱을 히트한 라포랩스의 곽연아님도 같은 역할이었습니다. 무엇이든 급한 불을 끄는 소방수요.
쫌아는기자들이 라포랩스 홍주영 대표 인터뷰에서 “빠르게 시도하고, 반응이 없으면 접으려 했던 아이템이 여럿”이라고 했습니다. 퀸잇도 몇달만에 반응이 왔다고요. 곽연아님은 퀸잇 초기 배송부터 환불처리, 무료반송에 이어 MD 조직을 이끌고, 새로운 서비스를 시도하다 접고, 다시 MD 조직을 이끄는 종횡무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라포랩스가 성장해도 계속해서 여러 임무를 맡다보니 아예 소속도 ‘CEO 스태프’가 됐습니다. 곽연아님도 “이젠 어쩔 수 없이 제네럴리스트가 됐다”며 “이렇게 된 이상 아주 잘 하는 제네럴리스트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곽연아님이 스타트업에 매일 터지는 여러 문제, 라포랩스가 어떻게 빠르고 신속하게 해결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CEO 스태프라, 독특한 포지션입니다. 초기부터 안 해본 일이 없다고요.
“대표님이 ‘뭐든지 다 하는 포지션’이라고 했는데, 실제로도 그랬어요. 입사하고 처음에는 비품 구비, 급여 이체, 정부 지원 사업 신청 작성부터 시작해서 데이터 분석, 마케팅까지 정말 이것저것 다 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영업시간 중에 일을 다 끝내면 저랑 대표님이 남아서 새벽까지 남아서 해야 했던 일이 있었어요. 퀸잇의 초기 앱은 사실상 껍데기만 만들어서 런칭한 수준이었습니다. 백엔드, 뒷단에 커머스의 기본 기능이 전혀 없었거든요. 제휴 쇼핑몰의 DB만 가져왔을 뿐, API를 기반으로 실시간 연동이 안 되어 있었습니다. PG사 연동도 안 되어 있었습니다. 낮동안 들어온 주문들을 제휴 사이트에 가서 직접 주문해야 했죠.”
-앱이 껍데기만 있다면, 주문 자체도 자동으로 안 된 셈이군요. 과거 배달의민족이 앱으로 주문하면 뒤에서 가게에 전화로 배달 주문을 넣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저랑 대표님이 교환, 반품 신청이 들어오면 그걸 일일이 처리했어요. 교환이면 사이트에 가서 교환을 넣고, 반품이면 반품 처리를 하고요. 주문번호 검색해가며 엑셀에서 지워가면서 일일이 작업했어요.”
-그것도 초기에만 가능한 일이고, 결국 자동화를 선택해야 했을텐데요. 퀸잇의 초기 거래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을겁니다.
“처음에는 야간 주문 처리에 시간이 얼마 안 걸렸어요. 그런데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니까 점점 사람이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죠. 기억하기로 첫 달에 거래액이 500만 원이었고, 둘째 달에는 3천만 원이었어요. 12월 예상 거래액이 1억 원에 이를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제가 합류하게 됐습니다. 그 이후로 매달 거래액이 거의 두세 배씩 계속해서 증가했어요.
성장 속도가 사람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면서 하나씩 자동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오래 걸린 작업은 반품 처리였는데, 하루에 4~5시간씩 걸리기도 했어요. 주문도 처음에는 만 건이었다가 그 다음 달에는 2만 건, 3만 건, 4만 건 이렇게 계속해서 늘어났어요. 주문을 넣는 것도 밤새 해야 할 정도로 일이었죠. 주문이 밀리고 밀리다 보니 점점 더 힘들어졌고, 알바를 쓰다가 봇까지 만들고, 결국 봇을 만들고 자동화를 해야했습니다.”
2. 런칭 4개월차 커머스에서 PB 상품 판매를 기획
-처음부터 자동화를 안 했던 이유는, 시장 테스트를 하다가 반응이 안 좋으면 빠르게 접을 생각?
”지금도 그렇지만, 처음부터 항상 린하게 시도해보고, 뭔가 폭발적으로 터질 때까지는 사람이 몸으로 막을 수 있는 데까지 막고 나서 제품화한다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완벽한 앱을 위해선 만들어야 할 게 너무 많거든요. 스타트업 입장에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몸으로 버티면서 하는 거죠.”
-입사 초기부터 PB 사업을 했습니다. 앱 런칭 몇달이 되지 않았는데, 신규 서비스가 PB 상품까지 시도했다고요.
”12월에 입사하면서 PB 사업도 같이 시작했어요. 퀸잇 앱 런칭 4개월차였죠. 커머스 비즈니스를 키우기 위해 ‘PB가 반드시 필요하다’가 우리 가설이었고, 앉아서 커지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실패를 경험하면서 빨리 시작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같은 날 입사하신 팀장님이 지금도 계신데, 그분이 PB 팀의 팀장님이세요. 대표님이 원래 MD분들을 많이 만나고 계시다가 데려오신 분이죠.
처음에도 PB를 바로 제작해서 만들기보다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동대문에서 사입한 상품들로 브랜드를 만들어 판매했어요. 잘 알려지지 않은 플랫폼이 만든 PB 상품이 과연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죠. 다양한 스타일의 상품을 조금씩 소량으로 가져와서 판매해봤어요. PB도 처음에는 주문량이 적었기 때문에 회사에서 같이 포장해서 직접 배송했어요. 아침마다 다 같이 모여서 포장하고 보내는 방식으로 시작했습니다.”
-인원 둘로 PB 상품 서비스 운영이 가능한가요? 무엇보다 신규 커머스의 PB 상품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네요.
“원플러스원 프로모션을 했거든요. 그래서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몇 천, 몇 백 건의 주문이 들어왔던 거예요. 주문량이 너무 많아서 둘이서 할 수 있는 양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일요일 밤에 슬랙으로 팀원들 전부 태그해서 “내일은 다 같이 포장을 해야 한다”라고 공지했어요. 그렇게 해서 대표님까지 포함해서 새벽에 모두 모여서 포장하고 발송했어요. 판매한 상품들은 정말 기본템이었어요. 모든 여자가 갖고 있을 법한 기본 아이템들, 예를 들면 흰색 블라우스나 무늬 없는 터틀넥 같은 그런 제품들이었죠. 그래서 그 상품들이 인기가 많았던 거 같아요. 마치 유니클로에서 기본템을 사는 느낌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았죠.”
-PB 전문가인 팀장이 있고, 그렇다면 인원 둘인 팀에서 곽연아님의 역할은요. 한번도 여성의류 일을 해본적이 없었을텐데요.
”PB 팀장님만큼 상품에 대한 콘셉트는 잘 모르니까, 온라인에서 물건을 어떻게 판매할지에 필요한 일들을 주로 했어요. 예를 들어 제품 촬영 세팅을 준비하고, 상품 페이지를 만들고, 그런 작업들이 필요하잖아요. 그리고 그걸 DB에 올리고, 주문이 들어왔을 때 처리하는 백엔드 부분들을 개발하고 챙겨야 했죠. 커머스의 핵심 기능은 명확하니까, 제가 세부 스펙을 짜지는 않았고, “이 상품을 팔 수 있게 해달라”고 개발팀에 요청을 했어요. 문제도 있었어요. 예를 들어, 100장이 있으면 100장을 팔았을 때 자동으로 품절이 되지 않는 거죠. 그때는 저랑 팀장님이 슬랙으로 개발자한테 ‘이거 품절 처리해달라’ 요청을 보내야 했어요. 재고 차감 로직이 없었기 때문에, 상품이 80장 나가면 품절 처리를 미리 준비하고 있었죠.”
3. MD 경험 없는 MD 팀장
-PB 상품을 맡은 뒤에도 팀을 옮겼다고요.
“PB 상품까지 불을 끄고 다음엔 MD 팀장을 맡게 됐습니다. 상품이 늘어나고, 체계적 관리를 위해 MD 조직 구성원이 20명 가까이 됐거든요.”
-MD를 해본 경험이 있나요? 이전 직장은 분명 하이퍼커넥트였는데요.
“아뇨. MD를 해본 적이 없이 팀장이 됐습니다. 셀러나 내부 MD 들에게 다른 MD 조직장들은 어떤 일을 하는지 물어봐서 어깨너머로 MD 조직 관리를 익힌 수준입니다. 지금도 MD 조직장을 겸하고 있어요.”
-MD를 모르는 MD 팀장이라...라포랩스에서 상품을 파는 셀러들을 만나면 어떤 반응이었을까요. 팀원들이 답답하진 않았을까요.
“자의반, 타의반으로 정말 많은 셀러 미팅을 다녔어요. 저희가 어떤 앱인지,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인사드리고 설명드리면서요. 팀 규모가 커진 이후에는 MD분들이 활약하면서 영업을 하시다 보면, 종종 팀장과 만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오곤 했어요. 하지만 제가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어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옷을 판매하는 분들이라 그런지, 업계에서 오래된 브랜드들이 많거든요. 제가 팀장이라고 소개하면 오히려 더 당황스러워 하시기도 해요. 특히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제가 나이가 젊어 보이니까, ‘젊으시네요’, ‘머리가 노랗네요’ 이런 말씀도 하시고요. 그런 분들에게는 제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리고 꼭 물어보시더라고요. ‘팀장님, 어디서 오셨어요?’라고요. 제가 ‘IT 쪽에 있었어요’라고 하면, 백화점이나 면세점 같은 유통 쪽 백그라운드가 아니니까 기대와는 다르다고 느끼시기도 하고요.”
-제품을 발굴하고, 사람을 만나는 역할을 팀원들이 한다고 합시다. 그래도 팀장이 조직에 어떤 기여를 해야만 했을텐데요.
“데이터 쪽에 많이 신경 쓰고 있어요. MD분들이 현장에 집중하다보면 판매한 제품 관련 데이터를 챙기기 어렵거나 궁금해하실 때가 많아요. 그래서 대시보드를 만들어 드리거나, 제품팀과 협업해서 필요한 기능을 구현하는 등 지원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내부 어드민에는 그런 데이터를 위한 기능이 전혀 없어서, 구글 데이터 스튜디오로 데이터를 시각화했어요. 제가 직접 SQL로 데이터를 추출하고 작업했죠. 예를 들어 MD분들이 특정 브랜드로 행사를 했을 때 노출이 어떻게 됐는지, 구매 전환이나 반응이 궁금하다고 하면 데이터 분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팀원들을 서포트를 합니다.”
4. “실행 없는 전략은 무의미, 전사적 논의가 필요한 프로젝트를 빨리 해보자”
-MD 조직을 이끌면서 마치모어라는 또다른 신규 서비스 프로젝트도 이끌었다고요?
“동대문의 중저가 상품을 판매하는 별도의 채널이었어요. 동대문에서 가져오는 저단가의 퀄리티가 높지 않은 보세 패션들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존재해요. 문제는 퀸잇의 중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 이런 상품들을 적극적으로 밀고 있지 않아요. 왜냐하면 저희가 9천 원짜리 티셔츠 같은 저가 상품을 팔기 시작하면, 저희가 정말로 데려오고 싶은 브랜드들이 들어오지 않거든요.
예를 들어, 백화점에서 독점으로 판매되는 중년 여성 패션 브랜드들이 있잖아요. 이런 브랜드들은 자신들이 저가 상품과 함께 팔리기를 원치 않아요. 만약 저희가 2만 원 이하의 동대문 보세 패션을 메인 페이지에서 추천하거나 적극적으로 판매하게 되면, 백화점 입점 브랜드들이 퀸잇을 떠날 수 있어요. 퀸잇은 중저가 패션의 DB는 가지고 있지만, 메인 페이지에서는 잘 보여주지 않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저가 상품들이 꽤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회사 내부에서는 ‘이거 너무 아깝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아예 새로운 앱을 만들어서 그 시장을 공략하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현재 마치모어 서비스는 접은 상태죠?
“반응이 없진 않았지만, 퀸잇만큼 폭발적이진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뛰어난 몇 명의 인원이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도 하나의 서비스가 성공할 확률은 높지 않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에요. 저를 비롯해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모두가 이 프로젝트를 세컨드 잡으로 맡았거든요. 본업이 있으면서 동시에 새로운 앱을 개발하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MD팀을 관리하면서도 이 앱 개발을 같이 해야 했고,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앱을 살펴볼 시간이 일주일에 몇 시간밖에 안 되다 보니, 결국에는 제대로 투자하지 못하고 몇 달이 흐지부지 지나가버렸죠.”
-CEO 스태프라면 대표의 직속, 그러니까 대기업이나 레거시 기업의 전략팀 같은 존재 아닌가요. 나름의 역할 정의가 궁금합니다.
“CEO 스태프 팀의 역할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저희가 의도했던 바는 흔히 생각하는 전략실 같은 팀이 아니었어요. 회사에서 임팩트를 줄 수 있을 거라고 판단되는 일이지만, 확실한 책임자나 적임자가 없거나 팀 안에서 유관한 팀이 딱 정해지기 어렵거나, 아니면 간단하게 린하게 먼저 테스트해보고 전사적으로 논의해볼 만한 것들을 빨리 실행해보는 팀이죠.
예를 들어, 실제 CEO 스태프가 수행했던 케이스 중 하나는 ‘무료 반품이라는 기능을 도입해보자’는 아이디어였어요. 당장 제품화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기능이잖아요. 그래서 실행 가능한 선에서 빨리 테스트해보고, 결과 숫자들이 나오면 그걸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자, 제품화를 할지 말지 이런 것들을 시험 기획하고 액션을 한 다음에 분석해서 조직에 공유하는 그런 일을 했죠.
일반적인 회사의 전략실처럼 전략만 짜고 실행하지 않는 팀이 되지 않도록 노력했어요. 전략실이란 보통 대표의 말을 대신해서 근거를 만들어주고 조사를 해주고 리서치를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실행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전략만 짜고 실행하지 않는 팀이 되지 말자, 실행을 하자’라는 목표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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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스타트업은 어떻게 무료 반품 서비스를 만들어냈나
-무료 반품 프로젝트를 전사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결론내린 이유는요? 반품 외에도 해결해야 할 여러 과제가 있었을텐데요.
-반품 고객의 구매 패턴을 확인하고, 반품을 도와줄 셀러를 찾아야 합니다.
-반품에 들어가는 비용은요, 건당 왕복 택배비 6000원.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인데요.
6. “일주일 고민해서 90점 답안을 만들기보다, 이틀만에 70점 답을 내고 고친다”
-결제 대금을 빠르게 환불하기 위해선, 여러 절차를 건너 뛰어야 합니다.
-상품 수거 확인 과정을 건너뛰었군요. 테스트는 몇달 정도 진행했나요.
-여러 일을 맡았지만, 이 일을 관통하는 나만의 원칙은?
-여러 포지션을 맡았다는 것은, 그 어느 것도 전문성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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