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라는 ‘부캐’ 만들기, 일단 목차부터 쓰라 [The 5]

송경화 기자 2024. 9. 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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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가 글을 써서 콘텐츠 시장에 판권을 팔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일단 책을 내야 하나요? 고나무 대표: 그렇지 않아요.

다만, 그 소셜미디어의 글이 어느 수준 이상으로 정제된 텍스트일 필요는 있죠.

특수한 직업이 아니어도 이야기의 소재가 될 수 있나요? 고나무 대표: 요즘 모든 직업은 거의 다 스토리가 될 가능성을 갖고 있어요.

회사에 다니면서 웹소설을 쓸 수 있을까요? 고나무 대표: 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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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이브: The 5] 글을 쓰고 파는 법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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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텍스트힙’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텍스트힙은 활자를 뜻하는 텍스트(text)와 유행에 밝다는 의미인 힙(hip)을 합친 신조어입니다. 모두가 책을 안 읽고 영상만 보다 보니, 오히려 독서가 멋진 일로 인식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를 보면 2023년 성인의 종합독서율(최근 1년간 종이책·전자책 등을 1권 이상 읽은 비율)은 43%에 그쳤지만, 20대는 74.5%로 연령대 중 가장 높았습니다. 텍스트 읽기와 함께 쓰기에 관심을 가지는 젊은층도 많습니다. 글을 쓰면서 ‘부캐’(부캐릭터)를 만들거나 ‘N잡러’(여러 개의 직업을 가진 사람)로 활동하는 이도 적지 않은데요. 글쓰기를 시작하려면 뭐부터 해야 할까요? 내가 쓴 글이 웹툰·웹소설·드라마·영화가 될 수도 있을까요? 글쓰기 전문가 이다혜 씨네21 기자와 웹소설·웹툰 제작사 팩트스토리의 고나무 대표에게 물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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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1] 글쓰기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다혜 기자: 목차 만들기부터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브레인스토밍(자유로운 토론으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일)한다고 생각하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종이나 프로그램에 메모하는 것으로 시작해보는 거예요. 일단 다 적어놓고 읽기 좋은 순서로 재구성하는 것이 목차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그다음엔 차례차례 쓸 수 있고요. 가장 쓰기 편한 것부터 쓰기도 해요. 할 얘기가 많고 당장 쓸 수 있는 글감부터 쓰는 건 괜찮은 방법이에요. 그다음에, 다른 목차를 하나씩 채워가는 겁니다.

그러려면 평소 메모를 하는 게 중요한데요. 메모는 하는 것보다 주기적으로 정리해야 쓸모가 생겨요. 일주일에 하루 날을 잡아서 메모해둔 것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좋아요’를 찍어둔 것 중에서 버릴 것은 버리고 발전시킬 것은 발전시켜 보는 거죠. 사람들은 다람쥐가 도토리 모으듯 내게 유용해 보이는 텍스트를 인터넷을 보며 다 모아놓거든요? 그러고는 정리를 잘 안 해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씩, 내가 모은 걸 정리해서 버릴 건 버리고 글감으로 만들 건 만드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The 2] 글을 쓰면 뭐가 좋은데요?

이다혜 기자: 가장 큰 좋은 점은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시각화한다는 거예요. 생각이 내 안에 있으니까 나는 다 알고 있을 거 같지만, 실제로 눈에 보이는 문장으로 바꿔놓고 보면 생각과 표현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걸 알게 될 때가 많아요. 글쓰기를 열심히 하면 내 생각을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어요.

글쓰기를 전문적 작가의 영역으로 생각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어요. 일하면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고 이메일을 쓰는 것도 다 글쓰기의 영역이잖아요. 그럴 때 자기가 쓴 글이 어떻게 읽힐 수 있는지에 대한 눈을 뜨는 게 중요해요. 누구든 글쓰기를 어느 정도 훈련해야 할 필요성이 거기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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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3] 초보자가 글을 써서 콘텐츠 시장에 판권을 팔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일단 책을 내야 하나요?

고나무 대표: 그렇지 않아요. 지금은 5163만명이 모두 미디어를 가진 시대잖아요. 초보자라고 해서 꼭 책을 내야 할 필요는 전혀 없고요. 인스타, 트위터, 링크드인, 페이스북 등의 SNS가 본인의 미디어라고 생각하면 돼요. 제 경우를 예로 들면요. 어떤 독특한 변호사가 본인의 업무를 페이스북에 올린 걸 보고 제가 웹툰화를 제의한 적이 있거든요? 근데 다른 출판기획자의 제안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또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저자는 처음에 블로그와 카페에 글을 올렸어요. ‘책’이라는 단어를 ‘종이책’으로 한정하지 말고 넓게 생각해 보세요. 다만, 그 소셜미디어의 글이 어느 수준 이상으로 정제된 텍스트일 필요는 있죠.

[The 4] 웹툰이나 드라마를 보면 변호사나 검사, 의사와 같은 전문직이 많이 등장하는데요. 특수한 직업이 아니어도 이야기의 소재가 될 수 있나요?

고나무 대표: 요즘 모든 직업은 거의 다 스토리가 될 가능성을 갖고 있어요. 예를 들면 근로감독관, 미술작품 거래 전문 수사관, 유품정리사, 정신병원 간호사에 교통경찰까지…. 과거의 상업 스토리 PD나 제작자가 소재로 삼지 않았을 특이한 직업도 장르 스토리에서 소재가 되고 있거든요. 중요한 것은 ‘그 직업의 정서적 본질이 무엇인가’, ‘그 직업의 여러 업무 중에 드라마틱한 업무가 무엇인가’라는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느냐입니다. ‘정서적 본질’이란 표현이 좀 어색할 텐데요. 그 직업을 가진 사람이 핵심 업무를 하면서 어떤 감정을 주로 느끼게 될까? 라고 문장을 바꾸어도 돼요. 가령 유품정리사는 독거노인의 죽음을 뒤처리하면서 무엇을 느낄까? 그 직업의 핵심 정서는 상업스토리 장르와 긴밀히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The 5] 회사에 다니면서 웹소설을 쓸 수 있을까요?

고나무 대표: 가능해요. “답답해서 소설을 써 온라인에 올렸는데 작가가 될 줄은 몰랐다.” 웹소설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정경윤 작가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에요. 정 작가님의 본업은 약사였어요. 이 작품으로 돈을 벌기 전까지 웹소설 쓰기는 취미였죠. 글쓰기를 ‘부캐’로 가져가는 것은 너무나 가능한 일이고요. (회사를 다니는 건) 본인의 작품이 시장에서 어느 수준 이상의 매출을 올려보기 전에는 필수적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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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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