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 96위와 안방서 0 대 0…이름값 못한 홍명보호
첫 경기 팔레스타인과 무승부
점유율 78%에도 골 결정력 ‘한계’
관중, 시작부터 홍 감독에 야유
10일 오만과 원정, 부담 안고 출발
홍명보호가 불안하게 출발했다. 10년 만에 한국 축구의 지휘봉을 다시 잡은 홍명보 감독(55)은 복귀전에서 무승부로 마친 뒤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B조 1차전에서 팔레스타인과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홍명보호는 각 조의 1~2위가 월드컵 본선으로 직행하는 3차예선의 첫걸음부터 꼬이는 불안감을 남겼다. 지난 7월 부임해 2027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까지 임기를 보장받은 홍 감독은 2013년 7월 호주와의 대표팀 감독 데뷔전에 이어 복귀전까지 0-0 무승부로 출발했다.
그러나 이날은 ‘쇼크’라고 표현할 만한 결과였다. 안방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6위로 한 수 아래로 볼 수 있는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졸전 끝에 골문을 여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실점이나 다름없는 결정적인 위기도 몇 차례 맞았다.
이날 경기는 곳곳에 빈자리가 눈에 띈 관중석처럼 어수선하기만 했다. 이날 관중은 5만9579명. A매치가 매진되지 않은 것은 2023년 10월1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튀니지와의 평가전(5만9018명) 이후 처음이다. 홍 감독이 부임하는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에 휩싸인 데다 팔레스타인전부터 일부 관중석 가격이 인상된 영향이었다.
팬들의 불만은 직접적인 메시지로 확인됐다. 경기를 앞두고 양 팀을 소개할 때 홍 감독이 유일하게 야유를 받은 것은 예고편이었다. 경기 시작과 함께 “정몽규(대한축구협회장) 나가”를 외친 팬들은 비판의 수위를 점점 높여갔다. 홍 감독이 전광판에 잡힐 때마다 야유가 나온 것으로 부족해 “홍명보 나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선수들을 향한 응원 구호와 함께 경기내내 엇갈렸다.
선수들도 좀체 힘을 쓰지 못했다. 볼 점유율에서 78%를 기록할 정도로 주도권을 잡았으나 골문 앞에서 보여주는 결정력에서 한계를 노출했다. 전반전 6개(팔레스타인 2개)의 슈팅을 쏟아내고도 유효 슈팅은 팔레스타인과 동일한 1개에 그쳤다. 기대득점(xG) 역시 한국(0.26골)과 팔레스타인(0.23골)이 큰 차이가 없었다.
후반 들어 오세훈(마치다젤비아)이 교체 투입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오랜만에 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그가 최전방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사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절묘한 패스가 공격의 활기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것은 똑같았다.
이강인은 후반 15분 페널티지역 오른쪽 측면에서 노마크 왼발슛을 놓쳤고, 손흥민(토트넘)도 후반 42분 결정적인 찬스에서 골대 불운에 땅을 쳤다. 종료 직전에는 팔레스타인의 웨삼 아부알리에게 역습 찬스를 허용하기도 했다. 골키퍼 조현우(울산)의 선방쇼가 아니었다면 안방에서 패배할 뻔한 위기였다.
대표팀은 7일 이른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오만 무스카트로 이동해 10일 오후 11시 오만과의 3차예선 2차전에 나선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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