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현장] "정몽규·홍명보 나가"… '안티콜' 울려퍼진 그라운드

윤채현 기자 2024. 9. 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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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이 지난 5일 오후 8시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 홈경기를 치렀다. 사진은 경기장 입구. /사진=윤채현 기자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노리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3차 예선 일정을 시작했다. 대표팀은 지난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 홈경기를 치렀다. 이 경기는 홍명보호 2기의 출범을 알리는 첫 경기인 만큼 관심도가 높았다.
6만에 가까운 관중은 주장 손흥민을 비롯해 이강인, 황희찬 등 대표팀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일찌감치 모였다. 이날 팔레스타인전을 응원하기 위해 찾은 관중 공식 집계 수는 5만9579명이다. 적지 않은 관중이었지만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의 잡음과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팬들의 분노 때문인지 만원이 되지 않았다. 최근 4번의 대표팀 경기는 만원이었다.
지난 5일 월드컵 예선전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붉은 악마 머리띠를 쓴 채 줄지어 서있다. 사진은 사람들이 입장을 기다리는 모습. /사진=윤채현 기자
경기 시작 전부터 많은 팬들은 붉은 악마 머리띠를 쓰고 1층에서 3층으로 차례대로 올라갔다. 경기 시작 30분 전 경기장 안은 이미 팬들로 가득 찼다. 편의점이나 화장실에도 수십 명의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어 차례를 기다리기 위해서는 30분은 족히 걸렸다.

해외에 거주하면서도 경기장을 찾은 이찬용씨(47)는 "손흥민을 좋아해 영국도 다녀왔다"며 "월드컵 본선 나가야하니 오늘 꼭 이겼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다만 "지금 대표팀 분위기가 좀 안 좋은데 그것도 빨리 마무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씨는 "팬들의 의견이나 선수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너무 협회 독단적으로 결정을 하니까 그런 부분이 좀 마음에 안 든다"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기도 했다. 이어 "최근 아시안컵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걱정스럽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지만 "일단 지켜보고는 있다"고 말을 아끼기도 했다.
지난 5일 월드컵 예선전에서 경기가 시작하기 전 팬들이 모여 응원의 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팔레스타인 선수들을 응원하는 팬들의 모습. /사진=윤채현 기자
경기 시작에 앞서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입장하자 팬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많지 않지만 현장에는 팔레스타인을 응원하러 온 팬들도 있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선수들을 향해 '함께 가자 북중미 월드컵!'이라는 문구가 담긴 피켓을 흔들며 선수들을 열렬히 응원했다.
하지만 경기 시작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응원석에서는 '한국 축구의 암흑시대' '일진놀이 몽규' '선수는 1류, 협회장은??' '피노키홍' 등의 글이 새겨진 걸개가 내걸렸다. 붉은악마 응원단을 중심으로 관중은 일제히 "정몽규 나가"를 외쳤다. 일명 '안티 콜'이 울린 셈이다. 홍명보 감독이 경기장 내 스크린에 잡힐 때는 일제히 야유를 쏟아내기도 했다.
지난 5일 월드컵 예선전에서 경기가 시작하기 1분 전의 모습. 멀리서 '한국 축구의 암흑시대' '일진놀이 몽규' '선수는 1류, 협회장은??' 등의 걸개가 보인다. /사진=윤채현 기자
경기 결과는 0-0 무승부로 끝났다. 전반전에는 비디오판독시스템(VAR)으로 실점 상황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아 팬들은 가슴을 쓸어내기도 했다. 팔레스타인의 득점이 취소되자 곳곳에서 안도의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답답한 경기력을 선보였지만 이강인은 번뜩이는 장면들을 만들며 환호를 받았다. 후반전 이강인의 크로스를 받은 오세훈이 헤더를 시도했지만 아쉽게 골키퍼가 이를 막아내자 탄성이 쏟아졌다. 관중석 곳곳에서는 이강인을 연호하는 응원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5일 월드컵 예선전 경기가 무승부로 끝났다. 경기 후 팬들을 향해 인사하러 오는 선수들. /사진=윤채현 기자
경기가 0-0로 종료되자 일제히 탄성과 함께 야유가 쏟아졌다. 팬들 대부분은 당연한 승리를 예상했지만 무승부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물론 선수들이 관중석을 돌며 인사할 때는 박수로 화답했다. 곳곳에서는 "선수들은 잘 했다"며 응원했다.

평소에도 자주 경기장 직관을 온다는 김민지씨(22)는 "당연히 이길 줄 알았다"며 결과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씨는 "제가 울산 팬인데 홍명보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이 실망했다"며 "오늘 경기 내용만 봐서는 경기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고 솔직한 평가를 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첫 경기를 그것도 홈에서 비기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이에 따라 오는 10일 오만에서 열리는 2차전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경기력 회복이라는 과제를 안게 된 대표팀은 홍 감독과 협회를 향한 팬들의 싸늘한 시선까지 확인한 한판이었다.

윤채현 기자 cogus02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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