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프먼 뜻밖의 연장계약, FA 시장에 미칠 후폭풍? 최대 수혜자는 바로 이 선수..."김하성은 이제 1루 송구 연습"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프리에이전트(FA)를 코앞에 둔 선수가 시즌 중간도 아니고 9월에 연장계약을 맺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3루수 맷 채프먼이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각) 6년 1억5100만달러에 연장계약을 하자 현지 언론들은 비상한 관심을 보이며 그 후폭풍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FA 시장에 나간 채프먼은 협상에 애를 먹다 올 3월이 돼서야 3년 5400만달러의 조건에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었다. 원하는 5년 이상의 장기계약은 하지 못한 대신 2025년과 2026년을 선수 옵션, 2027년을 상호 옵션으로 걸어 올해 말과 내년 말 옵트아웃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에이전트가 스캇 보라스라는 점에서 계약 첫 해 공수에 걸쳐 전성기 기량을 펼쳐 보이고 있는 채프먼이 시즌 후 무조건 FA 시장에 나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연장계약을 한 것이다.
이날 현재 채프먼은 136경기에서 타율 0.247(510타수 126안타), 22홈런, 69타점, 90득점, OPS 0.778, OPS+ 121을 마크 중이다. bWAR이 6.0으로 이 부문 NL 3위이고, fWAR은 4.5로 전체 야수들 가운데 13위다. 골드글러브를 4차례 수상한 채프먼은 공수에서 톱클래스 3루수라고 보면 된다.
올시즌이 끝나면 FA를 선택할 수 있었던 채프먼은 최근 지역 매체 머큐리 뉴스와 인터뷰에서 "시즌 중에 계약 얘기를 하는 건 별로지만, 나는 이곳이 참 마음에 든다. 구단도 내가 여기 있기를 바라고 있다. 내가 연장계약에 마음이 열려있다는 걸 그들도 안다. 구단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즉 구단과 이미 연장계약에 관해 교감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채프먼의 샌프란시스코 잔류에 힘을 실어준 인물이 현 밥 멜빈 감독과 맷 윌리엄스 3루코치라는 것이다. MLB.com은 '채프먼은 밥 멜빈 감독과 맷 윌리엄스 3루코치와 친분이 두텁다. 그가 샌프란시스코에 남도록 한 확신을 갖도록 도움을 준 것이 바로 그들과의 인연'이라고 전했다.
채프먼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입단할 당시 사령탑이 바로 멜빈 감독이었다. 멜빈 감독은 2011~2021년까지 11년 동안 오클랜드 지휘봉을 잡았다. 채프먼이 2017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멜빈 감독은 2021년을 끝으로 오클랜드를 떠났으니 5년 동안 한솥밥을 먹은 셈이다. 채프먼의 능력과 성품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인물이 바로 멜빈 감독이다.
윌리엄스 3루코치 역시 채프먼과 인연이 깊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두 시즌 동안 오클랜드 3루코치로 재임할 당시 자신의 현역 시절과 같은 3루수로 자리잡은 채프먼의 성장을 도왔다. 윌리엄스 코치도 현역 시절 3루수 골드글러브를 4번 수상했다.
톱클래스 예비 FA로 평가받던 채프먼이 샌프란시스코 잔류를 선택함에 따라 올해 말 3루수를 포함한 FA 내야 시장은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큰 이득을 볼 FA로 휴스턴 애스트로스 3루수 알렉스 브레그먼이 꼽힌다.
그는 채프먼보다 순위가 높다. MLB.com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예비 FA 랭킹서 브레그먼은 뉴욕 양키스 후안 소토, 볼티모어 오리올스 코빈 번스, 샌프란시스코 블레이크 스넬에 이어 4위에 랭크됐다. 야수 중에서는 소토 다음이다. 당시 채프먼의 순위가 7위였다는 점에서 브레그먼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MLB.com은 '채프먼 연장계약에서 최대 승자는 브레그먼이다. 그는 FA 시장에서 최고의 3루수로 평가받고 있다. 채프먼이 3루수를 찾는 구단들의 선택지에서 사라짐에 따라 브레그먼에게 모든 시선과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브레그먼은 채프먼보다 1살이 어리다. 통산 타율 0.273, OPS 0.849, bWAR 38.6을 마크 중이다. 이 수치가 채프먼은 0.241/0.789/37.3이다. 브레그먼은 6년 계약을 할 경우 1억8000만달러 이상의 대우를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채프먼의 이번 계약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의 시장 수요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하성은 유격수가 주 포지션이지만, 3루와 2루도 능수능란하게 볼 수 있는 전천후 내야수다. 샌디에이고는 물론 다른 구단서도 김하성의 유틸리티 능력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NL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 수상자다.
올해 말 FA 시장에 나갈 수 있는 김하성은 유격수는 물론 3루와 2루도 취약한 구단들의 러브콜을 받을 것이 확실시된다. 몸값에 중요하게 작용할 이슈는 그의 타격 실력인데, 타율, OPS, 홈런, 도루 등 모든 부문이 작년만 못한 게 사실이나, '탄탄하다(solid)'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올시즌 전 디 애슬레틱은 김하성의 시장 가치에 대해 "샌디에이고가 7년 1억3000만~1억5000만달러의 연장계약을 제안하면 붙잡을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지난 8월 말 ESPN은 '파산의 MLB 프리에이전스 프리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하성을 '티어 3(Tier 3), 즉 1억~2억달러 부류'에 포함시키며 1억달러 계약이 무난할 것으로 내다봤다.
채프먼의 이번 계약과 현지 매체들의 평가와 전망을 종합하면 김하성은 5년 이상, 1억달러 이상 계약이 무난할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어깨 부상에서 회복 중인 김하성은 여전히 복귀 시점이 정해지지 않았다. MLB.com은 이날 '애리조나 스프링트레이닝 캠프에서 라이브 배팅을 소화한 뒤 빅리그 선수단에 합류한 김하성은 현재 전력으로 타격을 할 수 있는 상태로 동료들과 함께 훈련 중'이라며 '여전히 정상적인 송구를 위해 노력 중으로 어제부터 유격수에서 1루로의 송구 훈련을 하고 있지만, 아직 100%는 아니다. 마이크 실트 감독은 상당히 좋아졌고는 하나, 이번 주 복귀 여부는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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