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수해 당일 '전승절' 행사하고 간부들 집단 처형…김정은의 '공포 통치' [스프]
김혜영 기자 2024. 9. 6. 09:45
[딥빽]
'딥한 백브리핑 : 딥빽', 복잡한 국제 이슈를 김혜영 기자가 쉽고도 깊이 있게 설명해드립니다.
수해 당일, 평양에서 '전승절' 기념한 김정은
북한 압록강 유역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제방이 무너지고 마을들이 침수되는 물난리가 나기 시작한 지난 7월 27일, 평양에서는 이른바 '전승절' 행사가 성대하게 진행됐습니다.
6.25 전쟁을 '북한의 승리'라고 강변하며 체제 결속의 장으로 활용하는 행사인데, 신의주와 압록강 일대에 폭우가 쏟아져 주민 피해가 속출하고 있던 시점에 평양에서는 떠들썩한 '잔치'가 열렸던 것입니다. 바로 전날인 7월 26일 저녁, 조선중앙TV에서는 26일 밤과 27일 평안북도와 자강도 지역에서 "폭우를 동반한 비교적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는 주의 예보가 나왔습니다.
설마 이렇게까지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 못한 건지, 아니면 예상을 했는데도 전승절 행사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인지, 어쨌든 평양의 관심은 전승절에 쏠렸고, 비 피해 예방과 주민들의 안전을 챙기는 일은 뒷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은 여러 간부를 총살하는 것으로, 자신에게도 주어진 이번 사안의 책임을 그들에게 물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 7월 29일과 30일에는 "용납할 수 없는 인명 피해"가 있었다고 인정했다가, 그 이후에는 모든 주민을 구조해서 인명 피해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하지만 북한 매체들은 최근 김정은이 평양으로 데려오라고 지시한 수재민 인원만 1만 5,400여 명인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실제 북한이 공개한 영상만 보더라도 지붕만 남긴 채 모두 잠긴 현장 상황을 보면,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북측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려운데, 전문가들은 북측의 인명 피해는 물론이고 산업 전반의 피해가 매우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 김정은은 총력 대응에 나섰습니다. 몇 차례나 수해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비상 회의를 주재했습니다. '보여주기식'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긴 했지만, 수재민들을 살피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수해 지역 어린이들을 평양까지 불러 교복과 학용품 같은 선물을 전달하기도 하고, 수해 지역을 김정은 본인이 직접 찾아가서 자신의 전용열차 앞에 수재민들을 불러 모아 '인민 사랑'의 대연설을 하고, 지원 물자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책임자에 대한 엄벌을 지시하며 간부들 다잡기에도 나섰습니다.
실제 지역 간부 여러 명이 지난달 말 한꺼번에 총살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해 책임을 물어 우리 도지사 격인 자강도 당 책임비서와 경찰청장 격인 사회안전상이 경질됐는데, 이들이 처형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국정원은 간부 처형과 관련해, "관련 동향이 있어 주시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수해로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남한 언론 보도를 날조라고 반발했던 김정은이 간부들을 집단 처형한 것은, 실제 피해가 컸고 이에 따른 민심 이반을 우려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탈북한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도 북한 간부들이 평소 불안감에 떨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일규 전 참사도 언급했듯이 김정은이 즉흥적으로 내보이는 듯한 분노와 강한 질책이 간부들을 두렵게 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김정은은 지난 7월 삼지연시 건설 사업을 현지 시찰했을 때도 간부들에게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김정은은 새로 건설된 국내 관광객들을 위한 숙소들이 낡고 뒤떨어진 기준으로 허술하게 시공됐다며 이로 인한 개보수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초래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부족한 점들을 준공 검사에서 그대로 통과시킨 건설 감독기관의 직무 태만이 극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정은은 국가건설감독상과 전 국가건설감독성 부상에 대해서는 "국가공무원으로서의 초보적인 도덕과 자격도 없는 덜 돼먹은 자들"이라며 사법 처리까지 지시했습니다.
삼지연시 건설지휘부 준공검사위원회 성원들에 대해선 전원 사업 정지를, 건설 부문 정치 책임자인 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부부장에 대해선 '강직'시킬 것을, 즉 직위를 강등시킬 것을 지시했습니다.
이런 김정은의 발언으로만 보면 상당수가 해직이나 혁명화, 심한 경우 수용소행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강한 질책과 책임 전가의 대상은 지위고하를 막론합니다.
북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평안남도의 안석간석지에서 560여 정보의 간석지 구역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는데, 당시 김정은은 경제 총사령탑인 김덕훈 내각총리를 정조준해 신랄한 비판을 퍼부었습니다. 나라의 경제사령부를 이끄는 총리답지 않고 인민 생활을 책임진 안주인답지 못한 사고와 행동에 유감을 금할 수 없다고까지 지적했습니다만, 김덕훈 총리는 숙청되리라는 예상을 깨고 현재까지 건재한 모습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딥한 백브리핑 : 딥빽', 복잡한 국제 이슈를 김혜영 기자가 쉽고도 깊이 있게 설명해드립니다.
수해 당일, 평양에서 '전승절' 기념한 김정은
북한 압록강 유역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제방이 무너지고 마을들이 침수되는 물난리가 나기 시작한 지난 7월 27일, 평양에서는 이른바 '전승절' 행사가 성대하게 진행됐습니다.
6.25 전쟁을 '북한의 승리'라고 강변하며 체제 결속의 장으로 활용하는 행사인데, 신의주와 압록강 일대에 폭우가 쏟아져 주민 피해가 속출하고 있던 시점에 평양에서는 떠들썩한 '잔치'가 열렸던 것입니다. 바로 전날인 7월 26일 저녁, 조선중앙TV에서는 26일 밤과 27일 평안북도와 자강도 지역에서 "폭우를 동반한 비교적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는 주의 예보가 나왔습니다.
조선중앙TV (지난 7월 26일)
특히 평안북도와 자강도의 일부 지역에선 폭우를 동반한 비교적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견됩니다.
설마 이렇게까지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 못한 건지, 아니면 예상을 했는데도 전승절 행사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인지, 어쨌든 평양의 관심은 전승절에 쏠렸고, 비 피해 예방과 주민들의 안전을 챙기는 일은 뒷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은 여러 간부를 총살하는 것으로, 자신에게도 주어진 이번 사안의 책임을 그들에게 물었습니다.
인명 피해 없다고 말 바꾸더니... "수해 책임" 간부들 총살?
하지만 북한 매체들은 최근 김정은이 평양으로 데려오라고 지시한 수재민 인원만 1만 5,400여 명인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실제 북한이 공개한 영상만 보더라도 지붕만 남긴 채 모두 잠긴 현장 상황을 보면,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북측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려운데, 전문가들은 북측의 인명 피해는 물론이고 산업 전반의 피해가 매우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홍민ㅣ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대의 경공업 기지가 있는 신의주, 그리고 군수공업들이 밀집해 있는 자강도가 (중략) 잠겼기 때문에 북한 내에 경제적인 타격, 상업적 타격은 굉장히 크다. 그리고 거기에 관련된 종사자들과 (중략) 주민들까지 포함한다면 상당수의 인구들이 이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는 상황이 된 거죠. (중략) 북한의 경제 운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고, (중략) 이것을 복구하고 완전히 재건하는 데도 수년이 걸릴 수도 있거든요.
이런 상황 속에 김정은은 총력 대응에 나섰습니다. 몇 차례나 수해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비상 회의를 주재했습니다. '보여주기식'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긴 했지만, 수재민들을 살피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수해 지역 어린이들을 평양까지 불러 교복과 학용품 같은 선물을 전달하기도 하고, 수해 지역을 김정은 본인이 직접 찾아가서 자신의 전용열차 앞에 수재민들을 불러 모아 '인민 사랑'의 대연설을 하고, 지원 물자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책임자에 대한 엄벌을 지시하며 간부들 다잡기에도 나섰습니다.
조선중앙TV (지난 7월 31일)
(김정은 총비서는) 직무 수행을 심히 태공(태만)함으로써 용납할 수 없는 인명 피해까지 발생시킨 대상들에 대하여서는 엄격히 처벌할 것을 제기하셨습니다.
국정원 "처형 관련 동향 주시 중"
수해로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남한 언론 보도를 날조라고 반발했던 김정은이 간부들을 집단 처형한 것은, 실제 피해가 컸고 이에 따른 민심 이반을 우려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홍민ㅣ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이) 재해를 통치상으로 풀어가는 방식이 있습니다. 초기에 지도자가 현장을 방문해서 진두지휘 의사를 밝히고 군부대가 동원돼서 후속 조치들이 따르고 문화주택이라든가 아파트 형식으로 재복구돼서 주민들이 아파트에 들어가는 거죠, 입주하는 방식으로 해서 일종의 전화위복 프로그램이라고 북한이 얘기를 하거든요. 올해는 유독 평양에까지 이재민들을 불렀고 또 한편에서는 처형까지 했단 말이에요. 그만큼 이게 예전에 어떤 전화위복 그런 스토리로 풀어내기도 힘들 정도로 상당한 타격을 더 받았을 가능성이 높고 민심의 이반이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여져요.
탈북 외교관 "김정은의 즉흥성, 간부들 불안 휩싸이게 해"
리일규ㅣ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김정은 위원장의 즉흥성, 간부들 자체가 언제 목이 떨어져 나갈지 모를 정도로 불안감에 휩싸이게 만들거든요.
리일규 전 참사도 언급했듯이 김정은이 즉흥적으로 내보이는 듯한 분노와 강한 질책이 간부들을 두렵게 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김정은은 지난 7월 삼지연시 건설 사업을 현지 시찰했을 때도 간부들에게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김정은은 새로 건설된 국내 관광객들을 위한 숙소들이 낡고 뒤떨어진 기준으로 허술하게 시공됐다며 이로 인한 개보수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초래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부족한 점들을 준공 검사에서 그대로 통과시킨 건설 감독기관의 직무 태만이 극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정은은 국가건설감독상과 전 국가건설감독성 부상에 대해서는 "국가공무원으로서의 초보적인 도덕과 자격도 없는 덜 돼먹은 자들"이라며 사법 처리까지 지시했습니다.
삼지연시 건설지휘부 준공검사위원회 성원들에 대해선 전원 사업 정지를, 건설 부문 정치 책임자인 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부부장에 대해선 '강직'시킬 것을, 즉 직위를 강등시킬 것을 지시했습니다.
이런 김정은의 발언으로만 보면 상당수가 해직이나 혁명화, 심한 경우 수용소행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강한 질책과 책임 전가의 대상은 지위고하를 막론합니다.
신랄하게 비판했던 김덕훈 총리는 '건재'
고유환ㅣ동국대 북한학과 명예교수
그 총리가 숙청당하거나 경질되지 않고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잖아요. 상황에 따라서 그런 조치도 일관성은 보이지 않고 있죠. 그런 고위 간부들은 자기 권력을 떠받치는 핵심 세력으로 웬만해서는 그냥 같이 가는 형태로, 사소한 잘못은 질책하고 공개 질책까지 하면서도 다시 껴안고 가고, 대신에 아마 그 밑에 있는 실무급 책임자들이나 관리들은 강하게 질책하거나 그렇게 문책하는 방식으로 말하자면 다잡기를 하려고 하는지도 모르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혜영 기자 kh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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