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 패패패패패→휴식일 5위 추락 위기라니, 두산 1년 전 ‘창원의 악몽’ 잊은 건가
[OSEN=이후광 기자]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 두산 베어스가 충격 5연패 여파로 인해 안방에서 야구를 보다가 4위 자리를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6일 경기에서 5위 KT 위즈가 NC 다이노스를 꺾을 시 4위의 주인은 두산이 아닌 KT가 된다.
프로야구 두산은 경기가 없는 지난 5일 사직 경기 결과로 인해 5위에 턱밑 추격을 허용했다. 4위 두산을 0.5경기 차로 압박했던 5위 KT가 롯데를 12-2로 대파하며 4위와의 승차를 지운 것이다. 두산이 131경기 64승 2무 65패, KT가 129경기 63승 2무 64패로, 두산이 승률에 미세하게 앞서 간신히 4위를 지켰다.
한때 1위 자리까지 넘봤던 두산은 어쩌다 가을야구 진출 자체를 걱정해야하는 처지로 전락했을까. 5월 16승 2무 8패로 월간 승률 1위를 기록한 두산은 6월 12승 14패에 이어 7월 9승 11패, 8월 11승 12패로 세 달 연속 월간 5할 승률에 실패했다. 서서히 KIA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LG 트윈스 등 3강과의 격차가 벌어졌고, 포스트시즌 막차 탑승을 노리는 KT, 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 SSG 랜더스의 거센 추격을 받게 됐다.
하필이면 순위싸움이 절정인 시기에 두 차례의 치명적인 연패를 당했다. 8월 23일부터 25일까지 한화와의 홈경기에서 3연패를 당하며 2005년 이후 무려 19년 만에 한화 3연전을 모두 내주는 굴욕을 맛봤고, 지난달 29일 창원 NC전부터 5연패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종전 4연패를 넘어 시즌 최다인 5연패를 당하며 견고했던 5할 승률마저 5월 4일 잠실 LG전 이후 약 네 달 만에 붕괴됐다.
두산의 최근 10경기 성적은 2승 8패. 이 기간 팀 타율 꼴찌(2할1푼3리), 평균자책점이 8위(5.64)이며, 선발승은 ‘제로’, 득점권 타율은 2할5푼으로 팀 타율과 마찬가지로 리그 최하위다. 심각한 투타 엇박자와 함께 타선이 제때 터지지 않아 박빙 상황에서 필승조를 모두 소진하고도 패하는 경우가 잦았다. 선발진의 경우 사실상 조던 발라조빅, 곽빈 두 선수가 이끌고 있는 터라 선발이 조기에 무너져 일찌감치 승기를 내준 경기도 적지 않았다.
가장 부진이 도드라지는 파트를 꼽자면 타선이다. FA 잭팟을 터트린 베테랑들이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나란히 동반 침체에 빠져 있다. 10경기 타율 2할7푼8리(36타수 10안타)의 김재환을 비롯해 양의지가 10경기 타율 2할5푼9리(27타수 7안타), 허경민이 8경기 1할9푼2리(26타수 5안타), 캡틴 양석환이 10경기 1할3푼5리(37타수 5안타)로 모두 저조하다. 새 외국인타자 제러드 영도 10경기 타율 1할8푼9리(37타수 7안타)로 용병의 위용을 잃었다.
시즌 첫 5연패가 확정된 4일 대구 삼성전 경기력 또한 참담했다. 1회 무사 1루, 2회 1사 1, 2루 기회를 날리더니 3-4로 추격한 4회 1사 1, 2루 찬스에서 강승호의 헛스윙 삼진과 동시에 2루와 3루 사이에서 멍때리던 2루주자 양의지가 3루에서 황당 주루사를 당했다. 양의지는 8회초 1사 3루 동점 기회에서도 짧은 우익수 뜬공에 그치며 ‘152억 원 포수’의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다.
두산은 5일과 6일 이틀간 휴식한 뒤 7일 수원에서 KT와 운명의 결전을 치른다. 이후 8일과 9일 다시 휴식하고 10일 고척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만나는 일정이다. 10개 구단 가운데 최다 경기를 치러 잔여경기 여유로운 일정이 잡혔지만, 5연패로 인해 마음 놓고 쉴 수가 없다. 5일 5위 KT와의 승차가 지워졌고, 6일 KT가 창원에서 NC를 꺾을 경우 8월 1일 광주 KIA전 승리로 차치했던 4위 자리를 약 한 달 만에 내주게 되는 두산이다.
두산은 지난해에도 시즌 막바지 치열한 3위 싸움을 펼치다가 뒷심 부족으로 3연패를 당해 5위로 시즌을 마쳤고, 창원에서 개최된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패배, 1경기 만에 허무하게 가을이 끝났다. 당시 이승엽 감독과 선수단은 큰 충격에 빠지며 “창원에서 1경기 만에 가을야구가 끝나 너무 아쉬웠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높은 곳에서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게 목표다”라고 각오를 다졌었다.
하지만 지금 흐름이라면 지난해보다 높은 곳은커녕 더 낮은 곳으로 떨어져 아예 가을야구 초대장 자체를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 6위 한화가 2경기, 7위 SSG와 8위 롯데가 3경기 차이로 5강권을 바짝 뒤쫓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은 향후 KT와 2경기, SSG, 롯데와 각각 1경기씩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5강 경쟁팀들 가운데 최다 경기를 소화한 상태라 최대한 많은 승수를 쌓으면서 이들과의 만남에서 추격을 뿌리치는 전략으로 가야 5위보다 높은 곳에서 시즌을 마칠 수 있다.
남은 13경기 총력전을 선언한 이승엽 감독은 “지금부터 경기의 무게감은 일반 정규시즌 경기와 다르다. 승리와 패배 모두 무게감과 데미지가 클 거 같다. 매 경기 굉장히 소중하다는 생각을 해야 하며, 승리에 대한 집념을 보여야 한다”라며 선수단의 결집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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