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이 된 상암벌의 잔디에 너도 나도 아우성 ⇒ 이런 잔디에 '월클'들이 뛰어도 될까? [서울톡톡]
[OSEN=서울월드컵경기장, 이인환 기자] 잔디 때문에 이기지 못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잔디 때문에 선수들이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한 것은 맞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B조 1차전을 치러 경기를 주도하고도 제대로 슈팅을 연결하지 못하면서 빈공 끝에 0-0으로 무승부를 거뒀다.
한국과 팔레스타인은 B조서 오만, 요르단, 이라크, 쿠웨이트과 함께 B조에 속했다. 첫 경기였던 10년 만에 돌아온 홍명보 감독의 A매치 데뷔전이었던 이번 팔레스타인과 경기에서 아쉽게도 한국은 승점 1점을 획득했다. '홍명보호'는 오는 10일 열리는 조별리그 2차전 오만 원정 경기에서 첫 승리를 노린다.
이날 한국은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잡았으나 슈팅을 연결하지 못했다. 경기 외적으로 여러 논란이 있던 상황서 나선 대표팀은 3차 예선 첫 경기 정예 멤버로 나섰으나 기대했던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상암월드컵경기장의 망가진 잔디와 부진한 결정력으로 인해 다음 경기를 기약하게 됐다.
이날 한국-팔레스타인전은 최근 잔디가 크게 상한 상암월드컵경기장서 진행됐다. 실제로 휴지기 동안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면서 상암월드컵경기장의 잔디는 정상적인 경기 소화가 힘들 정도였다. 첨단 하이브리드 잔디를 자랑하던 상암이지만 잼버리 사태 이후 뜬금 없이 상암서 콘서트가 열리면서 엉망이 됐다.
어떻게 보면 1년 전에 있던 일이지만 아직까지 여파가 남아있는 상황. 실제로 2019년부터 꾸준히 잔디 상태 개선을 노력해왔던 것이 지난해 단 한 번의 사태로 엉망이 됐다. 이로 인해서 올해도 내내 상암 잔디는 이전의 상태를 회복하지 못했다.
거기다 여름이 더해지다 잔디의 상태는 더욱 심각해졌다.실제로 올스타전 직후 첫 경기부터 말썽이었다. 지난 8월 24일 열린 강원 FC와 FC 서울의 K리그 경기(서울 2-0 승)에서 양 팀 선수들이 잔디로 인해 제 플레이를 못할 정도였다.
실제로 당시 양 팀 감독이 직접 잔디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홈팀 서울의 김기동 감독이 “잔디 상태가 아쉽다. 팬 분들도 좋은 축구를 보기 위해 돈을 내고 오셨는데. 상대 팀 강원에게도 미안했다”라면서 “선수들에게도 부상이 올 수 있는 잔디 상태였다. 좋은 선수들이 와 부상을 당하면 국가적으로도 손해 같다. 신경을 써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강원의 윤정환 감독도 "상암 잔디 상태가 홈 경기장과 완전히 달랐다. 선수들이 잔디도 신경을 쓰면서 상대도 체크를 해야 하다 보니 반응에 대한 사소한 부분에서 차이점이 있었다"라면서 "제 플레이를 못할 정도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팔레스타인전을 앞두고 잔디 상태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눈에 보일 정도로 잔디 상태가 더욱 악화가 됐다. 경기장에서 파인 잔디를 급하게 처리했는지 육안으로 부분마다 잔디 색이 다른 것이 확인될 정도였다.
이런 잔디 상태로 인해서 수차례 선수들이 넘어지거나 제대로 치고 나가지 못하는 장면이 나왔다. 특히 세밀한 패스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한국 선수들이 단체로 어려움을 겪었다. 심지어 후반전 들어서는 선수들이 플레이하다가 잔디가 파진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말 그대로 총체적인 난국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 결국 한국은 경기를 주도하고도 제대로 된 슈팅 찬스를 만들지 못하면서 조 최약체로 평가받는 팔레스타인에게 골을 넣지 못하며 무승부로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 직후 팔레스타인의 마크람 다부브 감독은 "상암의 잔디는 훈련했던 말레이시아의 잔디 상태와는 달랐다. 이곳의 잔디가 워낙 상태가 좋지 않아서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선수들이 잔디 컨디션에 맞출 수 있도록 준비했다"라고 평가했다.
한국 선수들도 잔디 문제로 승리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다소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맹활약한 이강인은 잔디 상태에 대해 묻자 "잔디 탓은 하고 싶지 않다"라고 분명히 말하면서도 "더 좋은 환경에서 하면 더 좋을 것 같다. 탓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주장 손흥민은 인터뷰서 직접 총대를 매고 나선다. 그는 "아쉬운 점은 그라운드 컨디션이다. 안타깝지만 우리 선수들의 기술이 뛰어난데도 불구하고 컨트롤, 드리블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팬들의 눈에도 빠른 템포의 경기를 보고 싶다고 생각하실텐데 홈에서 할 때만큼은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실제로 상암의 잔디는 제대로 볼 컨트롤이나 드리블이 어려운 것이 분명했다. 이로 인해서 돌파를 시도하던 선수들이 넘어지거나 볼이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장면이 속출했다. 유럽 잔디에 적응된 한국 주전 선수들 입장에서는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부상 위험까지 감수해야 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의 운동화에 잔디가 묻어 라커룸을 향하는 터널 주변이 더러워지기도 했다. 당장 1개월 후에 한국은 또 홈 경기에 나서야 한다. 한국은 오는 10월 15일 이라크와 홈에서 예선 4차전에 나서야 한다. 상암의 잔디 상태가 1개월만에 드라마틱하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이 홈 잔디에 발목이 찍히는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mcadoo@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