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의 칩, ‘컴퓨터 연결 없이도’ 생각을 문자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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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 연결된 컴퓨터 없이 생각을 문자로 변환해 줄 수 있는 뇌 이식 칩이 개발됐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행동이나 말과 관련한 뇌 신호를 해석해 로봇 등의 기계를 작동시키거나 음성이나 문자로 전환해 줌으로써 사지 마비 환자나 말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돕는 장치를 말한다.
연구진은 기존의 뇌 이식 칩 실험에서 수집한 10.7시간 분량의 신경 데이터를 이용해 문자 변환율을 측정한 결과 정확도가 91%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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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이식 칩 개발, 뇌 신경 신호 기록과 문자 해독 기능 통합
외부에 연결된 컴퓨터 없이 생각을 문자로 변환해 줄 수 있는 뇌 이식 칩이 개발됐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또는 BMI) 부문에서 컴퓨터 무선 연결 칩에 이은 새로운 기술적 성과로 평가된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행동이나 말과 관련한 뇌 신호를 해석해 로봇 등의 기계를 작동시키거나 음성이나 문자로 전환해 줌으로써 사지 마비 환자나 말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돕는 장치를 말한다.
스위스 로잔연방공대(EPFL) 연구진은 뇌의 활동을 읽어내 문자로 바꿔주는 뇌 이식 칩 ‘마이비엠아이’(MiBMI, 마이크로 뇌-기계 인터페이스)‘를 개발해 최근 열린 미국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에서 발표했다. 개발 내용은 ‘IEEE 고체회로 저널’에도 실렸다.
집적 회로와 신경 공학,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된 마이비엠아이는 우선 크기가 8㎟로 매우 작은 것이 특징이다.
요즘 잇단 인체 이식 실험으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분야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일론 머스크의 지름 23mm 뉴럴링크 칩보다 훨씬 작다. 따라서 칩을 작동하는 데 전기가 훨씬 덜 든다.
또 외부 컴퓨터 연결이 필요 없다. 기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뇌에 이식된 칩의 전극으로부터 신호를 받으면, 이 신호를 별도의 외부 컴퓨터로 보내 해독한다. 반면 이 칩은 데이터를 기록하는 동시에 실시간으로 정보를 처리한다.
마이비엠아이를 구성하는 두 개의 작은 칩이 데이터를 읽고 해독하는 모든 과정을 처리한다. 하나는 뇌 신경 신호를 기록하는 칩(AFE), 다른 하나는 이 신호를 받아 문자로 바꿔주는 칩(디코더)이다. AFE 칩은 192개의 신호를 기록할 수 있고, 디코더 칩은 512개의 신호를 처리할 수 있다.
정확도 90% 넘어…실제 임상시험은 아직
새로운 칩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뇌가 보낸 언어 신호를 읽는 새로운 방식에 있다. 연구진은 말을 할 수 없는 환자가 각각의 글자를 쓰는 상상을 할 때 나타나는 고유의 신경 신호 패턴을 가려냈다. 연구진이 ‘디엔시’(DNC, 고유 신경 코드)라고 명명한 이 신호 패턴은 ‘속기에 쓰는 부호’에 비유할 수 있다.
이 칩은 모든 신경 신호에 반응하는 대신 디엔시 신호에 대해서만 작동하고 그렇지 않을 땐 대기모드로 전환한다. 이 칩의 효율성이 여기에서 나온다. 연구진은 “이러한 적응형 방식은 에너지를 절약할 뿐만 아니라 뇌 신호의 배경 소음을 걸러내 더 깨끗하고 정확한 해독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하나의 글자를 상상하는 데는 일반적으로 수천바이트의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디엔시는 약 100바이트면 된다. 연구진은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칩을 장착한 환자의 훈련 시간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기존의 뇌 이식 칩 실험에서 수집한 10.7시간 분량의 신경 데이터를 이용해 문자 변환율을 측정한 결과 정확도가 91%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사람이 생각하는 10개 문자 중 9개를 정확하게 식별했다는 뜻이다.
또 6가지의 다른 주파수 대역을 식별하는 생쥐 실험에서는 87%의 정확도를 달성했다. 그러나 아직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성능을 시험하지는 못했다.
연구진은 “마이비엠아이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의 효율성과 확장성을 높이고, 실용적이면서도 완전히 이식 가능한 장치의 길을 열었다”며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ALS, 일명 루게릭병) 및 척수 손상 같은 질환이 있는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마이비엠아이는 현재 31개의 문자를 해독할 수 있다. 연구진은 최대 100개의 문자를 해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문자가 아닌 말이나 움직임 제어 같은 다른 용도로도 이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지 알아볼 계획이다.
연구를 이끈 마샤 쇼아랑 교수는 “목표는 다양한 신경계 질환에 맞춰 사용할 수 있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 정보
doi: 10.1109/JSSC.2024.3443254
A 2.46-mm 2 Miniaturized Brain–Machine Interface (MiBMI) Enabling 31-Class Brain-to-Text Decoding.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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