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최악이었는데 후반기 대반전 문동주, 이런 게 달라졌다 [스프]

이성훈 기자 2024. 9. 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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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수다] '마구'와 함께 '대한민국 에이스'로 진화하다
 

SBS 스포츠취재부 야구조 기자들이 매주 색다른 관점으로 야구를 들여다 봅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11월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문동주는 '차세대 국가대표 에이스'로 공인받았다. 프로 데뷔 후 2번째 시즌까지 아직 리그를 평정하지는 못했지만, 누구보다 싱싱한 구위를 가졌기에 잠재력을 꽃피우는 건 시간문제로 보였다. 그래서 문동주가 올 시즌 전반기에 겪은 심각한 슬럼프는 놀라웠다. 전반기 14경기에서 문동주의 평균자책점은 6.26. 50이닝 이상 던진 투수 42명 중 40위였다. 탈삼진 비율 14.8%는 42명 중 39위였다. 즉, 문동주는 전반기에 가장 위력이 없는, 리그 최악의 투수 중 한 명이었다.

그래서 후반기에 보여주고 있는 반등은 더 놀랍다.


후반기 5차례 이상 선발 등판한 국내 투수 25명 중, 문동주는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비율, 삼진/볼넷 비율 1위에 올라와 있다. 쉽게 말해 후반기에 문동주보다 잘 던지고 있는 토종 선발투수는 없다. 프로야구 43년 역사 전체를 살펴봐도, 후반기의 문동주 수준의 위력을 보인 토종 선발투수는 드물다. 한 시즌 10차례 이상 선발 등판해 삼진 비율 27% 이상, 볼넷 비율 5% 미만, 평균자책점 2.7 미만을 모두 기록한 국내 투수는 1991년의 선동열 단 한 명뿐이다. 그러니까 전반기 최악의 투수 중 한 명이, 갑자기 역대 최고 수준의 에이스로 재탄생한 것이다.

문동주는 지난 3일 두산전을 마친 뒤, 반등의 이유를 '건강 회복'이라고 꼽았다. 견갑골 쪽 통증이 있어서 직구 구위가 예전 같지 않았고, 그 통증이 사라지면서 직구가 살아났다는 것. 한화 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동주는 지난해 아시안게임 이후부터 견갑골에 미세한 통증을 느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반기 부진으로 퓨처스리그로 내려간 뒤, 충분한 휴식과 보강 운동으로 이 통증을 마침내 제거했다는 것이다.

통증이 사라진 문동주의 직구는 몰라보게 빨라졌다.


지난해 (PTS 기준) 시속 150.9km였던 문동주의 직구 평균 속도는 올 시즌 전반기 내내 140km 후반대에 머물렀다. 그리고 후반기 들어 지난해의 속도를 회복했다. 타자들은 국내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엄청난 속도에 다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전반기보다 조금 더 일찍 스윙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타자들의 머릿속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변수가 하나 더 추가됐다.

문동주는 원래 강속구와 슬라이더, 커브가 주무기였다. 슬라이더와 커브는 모두 우타자의 바깥쪽으로 휘어지는 궤적을 그린다. 모든 타자는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즉 바깥쪽으로 휘어지는 변화구에 약하다. 즉, 문동주 같은 오른손 투수에게 슬라이더와 커브는 우타자를 효과적으로 잡아내는 무기다. 반면 좌타자에게는 효과가 떨어진다. 좌타자의 몸쪽으로 휘어져 들어오기 때문에 좌타자로서는 대처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그래서 우투수가 좌타자를 잘 잡으려면 슬라이더/커브 계열이 아닌, 좌타자의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가 필요하다.

투수가 '반대 손 타자'를 잡는 대표적인 무기 중 하나는 체인지업이다. 우투수의 체인지업은 좌타자의 바깥쪽으로 휘면서 떨어지는 궤적을 그린다. 원태인, 이재학 등 '체인지업 장인' 우투수들이 좌타자에게 강한 이유다. 체인지업은 문동주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좀처럼 마음먹은 대로 제구가 되지 않았고, 너무 많이 빠져 볼이 되거나 가운데로 몰려 난타당했다. 프로 생활 내내, 문동주가 좌타자에게 고전한 이유다.


그래서 문동주는 다른 길을 가기로 했다. 말을 안 듣는 체인지업을 버리고, 포크볼을 선택했다. 포크볼은 보통 체인지업보다 약간 빠르고, 조금 더 직구와 비슷한 궤적으로 오다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체인지업과 공통점은 '반대 손 타자'의 바깥쪽으로 휘며 떨어지는 궤적이다. 그래서 반대 손 타자를 잡아내는 무기가 된다.

PTS 데이터에 기반한 네이버 문자중계에 따르면, 문동주는 8월 1일 KT전 3회, 로하스를 상대로 포크볼을 처음 선보여 유격수 앞 병살타로 유도했다. 이후 지난 3일 두산전까지 51개의 포크볼을 던졌다. 결과는 경이롭다.


51개 중 22개의 볼과 5개의 루킹 스트라이크를 빼고, 타자들은 24번 방망이를 냈다. 이 중 13번이 헛스윙으로 끝났다. 스윙했을 때 방망이에 맞춰내는 확률이 46%에 불과했던 것이다. 콘택트 비율이 50% 미만이라는 건 프로야구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현재 KBO리그 최고의 '마구'로 꼽히는 변화구들의 콘택트 비율을 살펴보자.


리그 전체에서 타자들이 가장 방망이에 맞추기 어려워하는 구종은 장현식의 슬라이더다. 콘택트 비율이 45.5%에 불과하다. 다른 구종들은 모두 콘택트 비율 50%를 넘는다. 사실 위 표에서 보듯, 콘택트 비율이 60% 초반 정도만 되어도, 리그 최정상급의 유인구로 평가된다. 그런데 문동주의 '초보 포크볼'이, 위의 '리그 대표 마구'들에 못지않은 헛스윙 유도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헛스윙이 아닌 나머지 결과들도 놀랍다. 위의 '문동주 포크볼 51개의 결과' 표에서 보듯, 방망이에 맞춰낸 11번의 경우 중, 안타가 된 경우는 딱 1번뿐이었다. 8월 27일 롯데전 3회 황성빈에게 허용한 유격수 쪽 내야안타다. 즉 아직 문동주의 포크볼을 받아쳐 외야로 뻗어 나가는 안타를 만드는 데 성공한 타자가 단 한 명도 없는 것이다.

문동주의 포크볼로 타석이 마무리된 경우는 17차례다. 그중 땅볼 아웃이 5번, 뜬공 아웃이 2번이었다. 나머지 10번은? 모조리 삼진이었다. (헛스윙 삼진이 9회, 루킹 삼진 1회) 볼넷은 한 번도 없었고, 안타는 위에 쓴 황성빈의 내야안타 1개뿐이었다.

*위 글에 사용된 데이터는 2024년 9월 5일 기준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이성훈 기자 che0314@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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