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야외 천막 회의…샹들리에 조명에 대형 에어컨까지 [스프]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2024. 9. 6. 09:03
[안정식의 N코리아 정식] 김정은은 왜 현지 회의를 하는 걸까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최근 들어 지방에서 간부 회의를 자주 하고 있습니다. 지방의 현장들을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에서 고위 간부들과 회의를 진행하면서 각종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최고지도자가 현지에서 회의를 연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지역의 현안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반영하는 것인 만큼, 간부들에게 주는 메시지의 강도도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현지 회의를 통해 일하는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선전선동의 측면에서도 김정은에게는 손해 볼 것이 없는 행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최근의 지방 회의는 지난 7월 29일부터 30일까지 수해 지역인 신의주에서 열렸던 노동당 제8기 제22차 정치국 비상확대회의였습니다. 신의주 일대에서 대규모 홍수가 나자 현지로 달려간 김정은은 수해 현장을 둘러본 뒤 전용열차 안에서 비상회의를 주재했습니다.
수해로 많은 지역이 침수돼 별도로 회의할 공간도 없었고 현지에서 급박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열차 비상회의는 국가적 재난에 대처하는 최고지도자로서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것이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이 당시 보트를 타고 수해 현장을 둘러본 것을 '애민 지도자'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은은 이 회의 말고도 지난 7월부터 세 차례의 간부 회의를 지방에서 개최했습니다.
7월 15일 함경남도 신포에서 열린 간부 회의와, 7월 16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서 열린 간부 회의, 8월 31일 함경남도에서 열린 것으로 추정되는 지방발전사업협의회입니다. 세 번의 회의 모두 하얀색의 대형 천막 안에서 회의가 개최됐는데, 이 회의들은 짚어볼 부분들이 있습니다.
먼저, 7월 15일 함경남도 신포에서 열린 관계부문 간부협의회.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이 함경남도 신포시 풍어동 지구를 찾아 바닷가 양식사업소 건설 부지를 돌아본 뒤 현지에서 간부 회의를 소집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이날의 영상을 보면, 김정은은 전용열차를 타고 인근 역에 도착한 뒤 전용차로 갈아타고 회의 장소로 향합니다. 하얀색 대형 천막이 쳐진 회의 장소는 바닷가 앞 경치 좋은 곳에 자리 잡았는데 나무 숲 사이에 들어서 있어 햇볕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습니다.
회의장 안에는 에어컨이 설치됐습니다. 7월의 더운 여름날 야외에서 열리는 회의이니 당연히 냉방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마이크와 스피커가 설치됐음은 물론 상단에는 노동당 깃발 문양에 빨간색의 배경막 등 그럴싸한 회의장 면모를 갖췄습니다.
북한은 이 회의장을 어떻게 준비했을까.
대형 천막이야 원래 만들어진 대로 설치하면 된다고 하지만, 에어컨과 마이크, 스피커가 설치됐다는 것은 어디서부터인가 전기를 끌어왔다는 얘기입니다. 주변 시설에서 전기를 끌어오면 되지 않느냐고 간단히 생각할 수도 있지만, 수도 평양의 전기 사정도 좋지 않은 곳이 북한인데 함경남도 신포의 바닷가까지 전기를 끌어오는 작업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전망 좋은 바닷가에서 회의를 하기 위해 상당한 자재와 노력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로부터 하루 뒤인 7월 16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서 열린 간부협의회.
김정은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둘러본 뒤 간부 회의를 주재했습니다. 이번에도 회의장은 하얀색의 대형 천막으로 만들어졌는데, 원산의 명사십리 바닷가 모래 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회의장은 좀 더 화려해졌습니다. 에어컨 숫자가 대폭 늘어난 것뿐만 아니라, 샹들리에 같은 고급 조명까지 등장했습니다. 탁자 위에는 건설 중인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의 전체 조감도가 준비됐습니다.
그래도 이곳에서 전기를 조달하기는 어렵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옆에서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 중인 만큼, 전기 설비가 갖춰져 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날 회의에 고급 조명까지 등장한 것은 그나마 전기 사정이 좋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지난 8월 31일 열린 지방발전사업협의회도 바닷가 하얀 천막에서 진행됐습니다.
회의 장소가 어디인지 북한이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같은 날 김정은이 함경남도 함주군의 지방 공장 건설 현장을 현지 지도했다는 북한 매체들의 보도로 볼 때, 함경남도의 바닷가에서 회의가 열린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이날의 회의 장소도 동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광 좋은 곳이었습니다. 샹들리에 같은 화려한 조명은 없었지만 대형 에어컨이 등장했고, 마이크와 스피커도 설치됐습니다. 함경남도에서 이런 회의를 바닷가에 준비하기 위해서는 전기 조달부터 시작해 만만치 않은 노력이 들었을 것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최근 들어 지방에서 간부 회의를 자주 하고 있습니다. 지방의 현장들을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에서 고위 간부들과 회의를 진행하면서 각종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최고지도자가 현지에서 회의를 연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지역의 현안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반영하는 것인 만큼, 간부들에게 주는 메시지의 강도도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현지 회의를 통해 일하는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선전선동의 측면에서도 김정은에게는 손해 볼 것이 없는 행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해 국면에 전용열차에서 비상회의 개최
수해로 많은 지역이 침수돼 별도로 회의할 공간도 없었고 현지에서 급박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열차 비상회의는 국가적 재난에 대처하는 최고지도자로서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것이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이 당시 보트를 타고 수해 현장을 둘러본 것을 '애민 지도자'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은은 이 회의 말고도 지난 7월부터 세 차례의 간부 회의를 지방에서 개최했습니다.
7월 15일 함경남도 신포에서 열린 간부 회의와, 7월 16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서 열린 간부 회의, 8월 31일 함경남도에서 열린 것으로 추정되는 지방발전사업협의회입니다. 세 번의 회의 모두 하얀색의 대형 천막 안에서 회의가 개최됐는데, 이 회의들은 짚어볼 부분들이 있습니다.
먼저, 7월 15일 함경남도 신포에서 열린 관계부문 간부협의회.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이 함경남도 신포시 풍어동 지구를 찾아 바닷가 양식사업소 건설 부지를 돌아본 뒤 현지에서 간부 회의를 소집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이날의 영상을 보면, 김정은은 전용열차를 타고 인근 역에 도착한 뒤 전용차로 갈아타고 회의 장소로 향합니다. 하얀색 대형 천막이 쳐진 회의 장소는 바닷가 앞 경치 좋은 곳에 자리 잡았는데 나무 숲 사이에 들어서 있어 햇볕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습니다.
회의장 안에는 에어컨이 설치됐습니다. 7월의 더운 여름날 야외에서 열리는 회의이니 당연히 냉방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마이크와 스피커가 설치됐음은 물론 상단에는 노동당 깃발 문양에 빨간색의 배경막 등 그럴싸한 회의장 면모를 갖췄습니다.
북한은 이 회의장을 어떻게 준비했을까.
대형 천막이야 원래 만들어진 대로 설치하면 된다고 하지만, 에어컨과 마이크, 스피커가 설치됐다는 것은 어디서부터인가 전기를 끌어왔다는 얘기입니다. 주변 시설에서 전기를 끌어오면 되지 않느냐고 간단히 생각할 수도 있지만, 수도 평양의 전기 사정도 좋지 않은 곳이 북한인데 함경남도 신포의 바닷가까지 전기를 끌어오는 작업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전망 좋은 바닷가에서 회의를 하기 위해 상당한 자재와 노력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로부터 하루 뒤인 7월 16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서 열린 간부협의회.
김정은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둘러본 뒤 간부 회의를 주재했습니다. 이번에도 회의장은 하얀색의 대형 천막으로 만들어졌는데, 원산의 명사십리 바닷가 모래 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회의장은 좀 더 화려해졌습니다. 에어컨 숫자가 대폭 늘어난 것뿐만 아니라, 샹들리에 같은 고급 조명까지 등장했습니다. 탁자 위에는 건설 중인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의 전체 조감도가 준비됐습니다.
그래도 이곳에서 전기를 조달하기는 어렵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옆에서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 중인 만큼, 전기 설비가 갖춰져 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날 회의에 고급 조명까지 등장한 것은 그나마 전기 사정이 좋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지난 8월 31일 열린 지방발전사업협의회도 바닷가 하얀 천막에서 진행됐습니다.
회의 장소가 어디인지 북한이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같은 날 김정은이 함경남도 함주군의 지방 공장 건설 현장을 현지 지도했다는 북한 매체들의 보도로 볼 때, 함경남도의 바닷가에서 회의가 열린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이날의 회의 장소도 동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광 좋은 곳이었습니다. 샹들리에 같은 화려한 조명은 없었지만 대형 에어컨이 등장했고, 마이크와 스피커도 설치됐습니다. 함경남도에서 이런 회의를 바닷가에 준비하기 위해서는 전기 조달부터 시작해 만만치 않은 노력이 들었을 것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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