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돈 벌어들이니 바로 세금…이걸로 출세한 사람까지 나왔다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9. 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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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중식삼림(中食森林)] 공차(貢茶) 속에 담긴 별별 스토리
 

음식에는 한 나라의 사회 정치 경제가 은연중에 녹아 있다. 중국 음식도 예외가 아닌데 세계로 퍼진 중국 음식 속에는 현지의 문화와 역사까지 곁들어 있다. 지구촌 중국반점의 요리를 통해 중국 본색을 알아보고 세상을 들여다본다.
 

왼쪽부터 공차, 스타벅스, 커피빈 브랜드. 출처 : 바이두

공차는 한자로는 바칠 공(貢) 차 차(茶)를 써서 공차(貢茶)다. 한자 뜻 그대로 풀이하면 차를 바친다는 뜻으로 말하자면 맛있는 차를 황제에게 바친다는 의미쯤으로 풀이할 수 있겠는데, 대충 맞는 말이지만 정확한 해석은 아니다.

공차는 옛날 지방 특산물을 조정에 공물(貢物)로 바쳤던 것처럼 중국에서 차 재배지에서 생산한 차를 현물세의 형태로 조정에 바쳤던 것에서 생긴 단어이고 나중에는 차에 대한 조세 제도가 바뀌면서 특정 지역에서 재배해 황제에게 올렸던 좋은 차를 가리키는 말로 바뀌었다.

엎어치나 메치나 비슷한 말이겠지만 어쨌든 특정 브랜드를 놓고 왈가왈부 말을 길게 하는 이유는 공차라는 제도에서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중국 차의 역사와 차와 관련된 중국 조세 제도의 역사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에도 즐기는 차 문화. 출처 : 바이두

중국은 언제부터 공차, 즉 차를 나라에 특산물로 바쳤을까?

공물 제도에 대한 기록은 『우공(禹貢)』에 처음 보이니 3000년쯤 전인 주나라 때로 추정된다. 차도 이때 산지에서 공물로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때는 그저 특산물을 보냈을 뿐이고 차에 대한 현물세의 개념으로 공차 제도가 시행된 것은 당나라 무렵이다.

당나라 때 공차 제도가 시행된 데는 배경이 있다. 흔히 중국은 차의 나라이고 그런 만큼 고대 주나라 이전부터 차를 마셨을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남북조 시대까지만 해도 차에 대한 인식은 남과 북으로 확실하게 구분됐지만 당나라 때부터 확연하게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8세기 후반 당나라 때 풍속을 적은 『봉씨견문기』를 보면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남인은 차를 좋아하지만 북인은 처음에 차를 마시지 않았는데 지금은 곳곳에서 차를 끓여 마시면서 사람들이 이를 서로 따라해 점차 풍속이 됐다는 것이다.

차가 얼마나 열풍처럼 빠른 속도로 퍼졌는지도 알 수 있다. 당 현종 때인 개원(713~741년) 연간에는 지금의 하남과 하북에서부터 수도인 섬서의 장안에 이르기까지 도시마다 곳곳에 찻집이 문을 열고 차를 끓여 파는데 너도나도 돈을 아끼지 않고 차를 사서 마신다고 했다.

봉씨견문기에서는 차는 남쪽의 양자강과 회수 지방에서 오는데 배와 마차에 바리바리 싣고 올라오는 차가 산처럼 쌓였고 종류도 다양하다고 당시 풍경을 묘사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장사가 잘되면, 다시 말해 사업으로 부가가치가 새롭게 창출되면 거기에는 반드시 세금이 따라붙게 마련이다. 찻집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상인들이 차를 팔아 큰돈을 버는데 정부에서 세금을 거두지 않고 내버려둘 리가 없다.

당 덕종과 차. 출처 : 바이두

그리하여 780년 당 덕종 원년에 최초로 차에 세금이 부과됐다. 처음에는 세율이 10%였다가 821년에는 15%까지 세율이 올랐다. 그리고 지역과 지역을 이동할 때도 세금을 부과했으니 일종의 관세였다. 이 과정에서 세금에 해당되는 만큼의 찻잎을 현물로 거두어들이는 공차 제도가 시행됐는데 세금 징수와 보관, 처분 등이 불편한 데다 보다 많은 재정 수입을 올리기 위해 공차 제도는 폐지되고 10세기 송나라 때에는 국가가 차의 생산과 유통을 독점하는 전매 제도가 시행된다.

세금으로서의 공차 제도는 폐지됐지만 별도로 최고 품질의 차를 재배해 황실에 공급하는 공차는 계속 유지됐다. 황실 차밭인 어차원(御茶園)에서 황실에서 쓸 고급 차만 직접 재배해 공차로 조정에 올려보냈다. 밀크티 체인점인 공차 브랜드는 이렇게 황실에 보냈던 고급 차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어쨌든 어차원에서 재배한 공차는 황실 공급용 차인 만큼 정성을 다해 차를 재배하고 생산했는데 이 과정에서 차를 잘 만들어 출세한 사람까지 생겼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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