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새 총리에 73세 우파 바르니에…총선 2달 만[피플in포커스]

김예슬 기자 2024. 9. 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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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이상 원로 정치인…브렉시트 EU 측 협상 대표
극우 "정책 볼 것" vs 좌파 "반대표 던지겠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셸 바르니에 전 브렉시트 협상 대표를 새 총리로 임명했다. 2024.9.5. ⓒ AFP=뉴스1 ⓒ News1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조기 총선 이후 정치적 혼란에 빠진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차기 총리로 미셸 바르니에(73)를 임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좌·우파의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상황에서 우파 성향의 바르니에를 지명하며 프랑스 정계는 다시 혼돈 속으로 빠졌다.

5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엘리제궁은 이날 성명에서 "공화국 대통령이 미셸 바르니에를 총리로 임명했다"며 "그는 국가와 프랑스 국민을 위해 연합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조기 총선이 끝난 후 60일 동안 임시 정부도 끝이 났다. 전임인 가브리엘 아탈 총리(35)가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총리였다면 바르니에(73)는 역대 최고령 총리다.

아탈 총리가 지난 7월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한 후 마크롱 대통령은 총리 인선에 난항을 겪었다. 당초 보수 성향의 자비에 베르트랑 전 프랑스 노동부 장관과 베르나르 카즈뇌브 전 총리가 총리 후보로 거론됐으나 의회에서 불신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후보에서 제외됐다.

프랑스 신임 총리로 임명된 미셸 바르니에(73). 24.09.05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50년 이상 정계 몸 담은 원로 정치인…브렉시트 EU 측 협상 대표

바르니에는 프랑스 우파 공화당(LR) 소속 원로 정치인으로, 1978년대 불과 27세의 나이로 프랑스 의회 의원이 됐다. 1993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시절 환경부 장관으로 내각에 합류했다.

1995~1997년 유럽 문제 장관으로 임명된 뒤 1999년부터 6년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서 프랑스 정책을 담당하는 유럽 위원을 지냈다.

이후 2005년 외무장관, 2007년 농업부 장관 등을 거쳤고 2016년 시작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과정에서 EU 측 협상 대표를 맡으며 이름을 알렸다.

바르니에는 강경한 협상을 추진해 브렉시트 지지자들에게는 비판을 받은 반면 EU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르 몽드는 "그는 당시 27개 회원국으로부터 박수를 받았고, EU 회원국들은 바르니에가 가진 합의의 예술, 인내심과 끈기를 칭찬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바르니에는 50년 넘게 정계에 몸을 담아 일각에서는 그를 두고 '프랑스의 조 바이든'이라 부르기도 한다. 1973년 상원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한 바이든 대통령의 긴 경력에 그를 빗대 표현한 것이다.

바르니에의 정치 경력은 대부분 온건파에 속해 있었으나, 지난 2022년 프랑스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특히 이민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며 "이민은 통제 불능이며, EU 비회원국에서 프랑스에 도착하는 이들에게는 3~5년간 유예 기간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당시 공화당의 지명을 받지 못했고, 이후 프랑스 정계에서 거의 모습을 감췄다.

프랑스 국회의사당인 파리 부르봉궁 전면에 프랑스 위대한 재상중 한 명인 앙리 프랑수와 다게소의 동상이 서있다. 2024.07.11 ⓒ AFP=뉴스1 ⓒ News1 이강기자

◇안정적 정부 구성 가능할까…극우 "정책 볼 것" vs 좌파 "반대 던지겠다"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가 바르니에를 불신임할 가능성이 작다는 점에서 그를 총리로 지명한 것으로 보이지만, 바르니에가 안정적인 정부를 구성할지는 불분명하다.

AFP통신은 "다가오는 어려움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며 "그중에서도 좌익 반대파가 의회에서 바르니에에게 불신임안을 제출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전했다.

프랑스 RFI도 "바르니에는 지금 불신임 투표 시 붕괴하지 않는 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으며, 의회 선거에서 나온 극도로 분열된 교착 상태의 의회와 협력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지난 7월 프랑스 조기 총선에서는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이 1위를 차지했다. 다만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데는 실패하며 총리 지명에 난항을 겪었다.

좌파연합 내에서는 총리 후보를 두고 갈등을 빚던 끝에 총리 후보를 지명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2024년 파리 올림픽이 끝나기 전까지는 총리를 지명하지 않겠다며 우회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간 극우 세력인 국민연합(RN)과 극좌 세력인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를 암묵적으로 제외한 연정 구성을 촉구해 온 바 있다.

특히나 지난 총선에서는 당초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이 승리할 것으로 관측됐는데, NFP가 예상을 뒤집고 1위를 차지한 만큼 총리 지명을 둘러싼 좌파와 우파 간 신경전이 끈질길 수밖에 없다.

RN은 "바르니에와 협력할 의향이 있으며, 즉시 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바르니에는 다양한 정치 세력을 존중하는 사람이자 자신의 당을 대표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는 "RN은 일반 정책 연설, 예산 결정 및 행동 등을 토대로 바르니에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극좌파인 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마크롱 대통령을 강력히 비난하며 이번 결정이 좌파가 승리했던 총선을 도난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멜랑숑 대표는 "대통령은 방금 자신이 요구했던 의회 선거 결과를 공식적으로 부인했다"며 "선거가 프랑스 국민에게서 도난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는 오는 7일부터 바르니에의 임명에 반대하는 시위를 촉구했다.

NFP에 속했던 사회당 역시 바르니에 임명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회당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미셸 바르니에는 정치적 정통성도 공화주의적 정통성도 없다"며 "사회당은 미셸 바르니에의 임명과 그의 정부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적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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