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23명 숨진 화성 아리셀 모회사 '에스코넥' 압수수색

자회사 아리셀 설립 전 군납 품질검사 결과 조작 혐의

지난 6월 26일 화재 발생 이틀 후 화성시 서신면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는 경찰 등 관계자들. 사진제공=뉴스1

경찰이 화재로 23명 숨진 일차전지 생산업체 화성 아리셀의 모회사 '에스코넥'에 대해 '군 납품 품질검사 결과 조작' 등 혐의로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6일 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화재사고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 5일 경기 광주지역에 있는 에스코넥과 화성시 아리셀 본사 등 6곳을 압수수색 했다.

오전 9시10분쯤 시작한 압수수색은 오후 8시15분까지 11시간 넘게 진행됐다. 경찰은 수사관 32명을 투입, 사고와 관련 서류와 전자기록 등 증거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코넥이 자회사 아리셀을 만들기 전인 2017~2018년 국방부에 전지를 납품한 당시에도 군의 품질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시험 데이터를 임의로 조작한 것으로 경찰은 의심하고 있다. 이에 압수수색에서 당시 납품용 시험결과서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확보한 압수물품을 조사, 분석한 후 사고 책임자들의 범죄 혐의를 입증할 계획이다.

에스코넥과 아리셀의 시험 데이터 조작, 시료용 전지 바꿔치기 등 범죄 정황은 두 달간 진행한 경찰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의 수사에서 드러났다. 아리셀은 2021년 일차전지를 군납할 당시 제작한 전지 중 무작위로 선정한 품질검사용 시료의 봉인까지 뜯어내고 별도 제작한 전지로 몰래 바꿔치기 하는 수법으로 국방기술품질원의 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아리셀은 미리 준비한 전지로 바꿔치기하고 서명까지 위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 같은 사실을 폐쇄회로(CC)TV 영상과 확보한 전자자료를 조사, 분석해 밝혀낸 뒤 지난달 23일 수사결과를 브리핑을 통해 발표했다.

아리셀은 이 같은 수법으로 2021년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47억원 규모의 전지를 군에 납품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리셀은 지난 4월분 품질검사에서 국방기술품질원의 국방규격 미달 판정을 받아 납품이 중단됐다.

재생산에 들어간 4월분 8만3700여개 전지에 6월분 납품 물량까지 더해지고 납기일까지 다가오자 아리셀은 지난 5월 일평균 생산량의 2배 수준인 5000개를 생산하기 위해 인력을 불법충원하고 무리한 제조공정을 강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2%대이던 불량률이 6%대로 치솟았고 '케이스 찌그러짐', '가는 구멍'의 새로운 유형의 불량이 나타나는 등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결국 이는 지난 6월 20명이 넘게 숨지는 대형참사의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된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 등 12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박 본부장은 조직적인 조작 행위에 대해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스코넥과 아리셀 대표인 박순관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산업안전법 위반 등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구속된 상태다. 아리셀의 대표와 총괄본부장인 이들 두 부자는 조만간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지난 6월24일 오전 10시 30분께 화성시 일차전지 생산업체인 아리셀의 공장에서 불이 나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광주=남상인, 광주=강성원 기자 namsan4080@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