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 ERA 얼만지 아나, 정말 간절했다” 칼 갈았던 김광현, 드디어 천적 잡고 웃었다

안형준 2024. 9. 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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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뉴스엔 안형준 기자]

김광현이 드디어 LG를 꺾었다.

SSG 랜더스는 9월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승리했다. 이날 SSG는 4-2 승리를 거뒀고 전날 패배를 설욕하며 3연패에서 벗어났다.

선발등판한 김광현은 6이닝 2실점(1자책) 호투로 시즌 9승에 성공했다. 시즌 9승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올시즌 LG전 첫 승을 거뒀다는 사실이다.

김광현은 이날 경기 전까지 올시즌 LG전 4경기에 등판해 3패, 평균자책점 11.50을 기록했다. 가장 최근 맞대결이었던 7월 17일 경기에서는 3이닝 8실점 최악투를 펼치기도 했다.

승리를 거둔 후 취재진을 만난 김광현은 "올시즌 LG전 평균자책점이 얼만지 아느냐"고 먼저 물어왔다. 그만큼 LG를 상대로 반드시 승리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김광현은 "정말 간절했다. 이기고 싶은 마음, 잘 던지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컸다. 그래서 마운드에서 감정 표출도 많았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메이저리그까지 다녀온 '국가대표 에이스' 출신 김광현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 그런 김광현이 한 팀에게 시즌 내내 11점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것은 자존심이 상할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김광현은 "8점을 준 지난 경기에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라인드라이브로 잡았다. 그랬더니 타자가 화를 내더라. 그만큼 내 공이 치기 좋았다는 것 아니겠나. 그래서 더 힘들었고 LG를 상대로 꼭 한 번 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했다"고 밝혔다. 그야말로 '칼을 갈며' 복수전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김광현은 "오늘 퍼펙트하게 막아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아직 건재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올해 또 LG를 상대로 등판할지는 모르겠지만 내년부터는 다시 LG전 평균자책점을 낮춰야겠다"고 말했다.

앞서 치른 '모의고사'가 천적을 꺾는데 도움이 됐다. 직전 등판에서 KIA를 상대한 김광현은 "KIA에도 좋은 왼손 타자들이 많다. 그 선수들에게 슬라이더를 어떻게 던지면 범타가 나오는지를 확인했다. LG도 KIA도 좋은 좌타자들이 많은데 KIA 좌타자들을 상대해보고 온 덕분에 감이 잡혔던 것 같다"고 웃었다.

경기 중반부터 커브를 결정구로 적극 활용한 김광현은 "초반에는 빠른 카운트에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로 던졌다. 하지만 나는 직구와 슬라이더가 같은 타이밍에 맞는다. 그래서 후반으로 갈수록 느린 변화구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커브를 던졌다"고 돌아봤다.

좌완임에도 좌타자를 상대로 고전한 것이 올시즌의 문제였다. 김광현은 "올해 특히 좌타자들에게 좋지 않았다. LG 좌타자들을 더 연구하고 특히 좌타자를 어떻게 상대할지, ABS에 어떻게 맞춰 좌타자들을 상대할지 많이 생각을 해야할 것 같다"고 돌아봤다.

ABS에 대한 의견도 피력했다. 김광현은 "공이 ABS 존을 어떻게 통과했는지 궤적을 전광판에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 공이 어떻게 들어갔구나를 바로 알 수 있지 않나. 지금 타자들도 ABS에 대한 불만이 없지않아 있는데 사실 투수들도 표현을 안해서 그렇지 불만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며 "불만이 최대한 적게 나올 수 있도록 궤적을 누구나 볼 수 있게 전광판에 표시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투수도 타자도 어느정도 수긍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데뷔 18년차 베테랑이지만 김광현은 여전히 배우고 있다. 김광현은 "글러브에 피치컴을 붙이고 내가 사인을 낸다. 사인을 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20년 넘게 야구를 하면서 포수가 사인 내는 것만 봤는데 내가 사인을 내니까 타자의 반응도 더 많이 보게 된다"며 "고민도 많이하고 막힐 때도 많다. 뒤돌아서 유격수에게 '뭘 던질까?'라고 물어보기도 하고 중간중간 여기저기를 보며 뭘 던질지를 물어보기도 한다. 너무 힘들고 머리도 아프다. 하지만 오늘처럼 내가 던지고 싶은 커브를 머리 속에 그린대로 던져서 그 공이 잘 들어가면 그만큼 기분이 좋은 것이 없다"고 웃었다.

SSG는 어려운 후반기를 보내며 포스트시즌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까지 떨어졌다. 김광현은 "오늘 경기가 전환점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에서 표현도 더 많이 했다"며 "야구는 결국 분위기 싸움이다. 이제 부상자들이 돌아올 일만 남았다. 오늘을 기점으로 팀 분위기가 많이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사진=김광현)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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