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의 신간] 알고리즘, 경이로움 사라진 세계

이지은 기자 2024. 9. 6. 07: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필터월드」
일상 깊숙이 침투한
알고리즘의 이면
저자는 알고리즘이 우리의 경험과 선택을 지배하고 있다고 꼬집는다.[사진=뉴시스]

스마트폰에 제품 하나를 검색했을 뿐인데, 이후 모든 SNS나 포털사이트엔 줄줄이 관련 광고가 뜬다. 처음엔 '한번 찾아본 건데 어찌 알고 뜨는지' 불편해하지만, 점차 대수롭지 않게 여겨진다. 필요한 걸 알아서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의 편리함에 익숙해져서다.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이 보여주는 게시물 순서, 유튜브나 넷플릭스의 맞춤형 영화나 영상, 취향에 맞는 숙소 추천, 인터넷상에서 나를 따라다니는 광고…. 모두 알고리즘이 작동한 결과다. 알고리즘은 사용자 데이터를 받아들여 우리가 과거에 했던 행동 패턴을 고려해 가장 잘 들어맞을 만한 콘텐츠를 선별한다. 그리고 우리가 무얼 생각하고 원하는지 보여준다.

카일 차이카의 저서 「필터월드」는 우리 일상의 물리적·심리적 공간에 깊숙이 침투한 알고리즘의 이면을 파헤친다. '필터월드(Filterworld)'는 저자가 지은 말로, 방대하고 분산돼 있으면서도 서로 얽혀 있는 알고리즘 네트워크가 지배하는 세상을 말한다.

이 책이 주목한 분야는 문화다. 저자는 "알고리즘은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문화와 문화가 유통되고 소비되는 방식에 극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주장한다. 추천 알고리즘은 무엇이 즉각적으로 가장 큰 관심을 끌었는지를 바탕으로, 특정한 표현을 피드에서 반복 홍보함으로써 여러 문화 장르에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또한 "문화가 우리에게 도달하는 방식 면에서 볼 때, 추천 알고리즘은 뉴스 편집자나 편집숍의 구매 담당자, 갤러리의 큐레이터나 라디오 DJ 등을 대체해 왔다"면서, 여기에는 추천의 우선순위를 좌우하는 기술기업이 있고, 이들의 추천은 광고를 통한 수익 창출에 종속돼 있다고 덧붙인다.

저자는 "독창성과 창의성, 경이로움이 사라진 세계에 살고 있다"며 필터월드에서 야기하는 '동질성'과 '자유의지 위기'를 경고한다. 먼저 알고리즘이 문화의 소비뿐만 아니라 문화의 생산에까지 '동질성'을 퍼뜨리고 있다며, "알고리즘은 우리의 경험과 선택을 지배하게 됐고, 어느새 우리는 똑같은 것에 열광하고 똑같은 것을 소비한다"고 꼬집는다.

또한 "거대 기술 기업은 이윤을 위해 사용자의 경험을 축소하는 결정을 내리고, 사용자는 자신의 욕구와 취향을 예측하려고 시도하는 알고리즘과 끊임없는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우리의 취향과 행동과 감정을 컴퓨터에 온전히 맡기는 건 매우 편리한 일이지만, 편리함에 빠져 자유의지와 주체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동질성이 우리의 인간적 특성인 독창성과 혁신을 대체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리는 과연 알고리즘에서 벗어나 자유의지를 되찾을 수 있는 걸까.
저자는 알고리즘이 찍어내는 똑같은 세상, 우리가 모르게 꾸며지고 있던 아름다운 척하는 세계인 필터월드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알고리즘을 알고 필터월드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수동적 소비라는 정신상태에서 벗어나 알고리즘 이후의 디지털 생태계를 생각함으로써 알고리즘의 영향력이 필연적이지도, 영원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