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가는 남 얘기일 뿐"…좀처럼 뜨지 않는 노·도·강 [현장+]

이송렬 2024. 9. 6. 07:1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거래 감소세 지속…매물도 늘어나
"대출 규제 강화, 집값 오르기 어려워"
서울 노원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한경DB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잠잠하다. 서울 주요 지역 집값 상승세가 여기에는 좀처럼 미치지 못 하는 분위기다. 연초 이후 급매물이 소진될 때까진 분위기가 좋았지만 가파른 가격 상승과 대출 규제에 시장이 다시 얼어붙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도·강 현장에 있는 부동산 공인 중개 관계자들은 "일부 단지에서 신고가가 나오기는 했지만 말 그대로 일부 단지일 뿐"이라면서 "전반적인 분위기는 거래도 줄어들고 잠잠한 편"이라고 입을 모은다.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4호선 노원역에 있는 '상계주공7(고층)' 전용 45㎡는 지난 7월29일 5억원에 거래가 된 이후로 단 한 건의 거래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2월부터 한두 건씩 꾸준히 거래가 있었지만, 거래가 크게 줄었다.

서울 지하철 7호선 중계역 근처에 있는 '중계무지개' 거래 흐름도 비슷하다. 지난달 6건의 거래가 있었는데 지난 7월 18건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가격도 정체 수준이다. 이 단지 전용 49㎡는 지난 5월 5억1700만원을 기록한 후 6월 4억대 후반 거래가 줄을 잇더니 7월 5억1600만원에 거래된 이후 다시 4억대 후반으로 가격이 내려왔다.

상계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지난해 집값이 급락한 이후 급매 위주로 거래가 계속됐는데 올해 역시 초반에 급매가 빠진 이후론 조용한 편"이라며 "강남권 등 서울 주요 지역 집값이 오르면서 노·도·강에서도 신고가가 나오긴 했지만, 온기가 확산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 재건축 관련한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한경DB


재건축 대상 단지가 많은 노원구는 정부의 정책에도 큰 반응이 없다. 이른바 8·8대책에선 △절차 간소화 △갈등 방지 △사업성 개선 등 도시정비사업과 노후도시정비에 관한 정책이 나왔다.

상계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에 대한 규제를 풀어준 점은 긍정적이지만 상계동에서 속도가 가장 빠른 상계주공5단지가 결국은 분담금 문제로 사업 속도가 느려지자 투자자들의 관심도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이어 "투자자를 제외한 소유주들 가운데 고령층이 많은데 이들은 '재건축을 진행하면 당장 살 집이 없어진다'고 생각해 재건축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점도 거래 활성화 등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열풍이 분 점도 노원구 거래에 영향을 줬다. 노원구 일대는 상대적으로 오래된 아파트가 많은데 신축 선호 현상으로 오래된 아파트를 꺼리게 됐다는 것이다.

상계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면 몸테크(오래된 아파트에 들어가서 고생을 하면서 시세 차익을 누리는 것)라도 나서겠지만 기대감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신축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전반적으로 거래가 줄었다"고 말했다.

노원구 뿐만 아니라 도봉구와 강북구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도봉구 창동 대장 아파트인 '동아청솔' 전용 84㎡가 지난달 9억9500만원에 거래돼 10억원대 턱밑까지 올라오긴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창동에 있는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연초보다 가격이 올라온 탓에 집을 보러 오는 실수요자들이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면서 "가격도 10억원에 가까워지면서 (10억원이라는) 심리적인 부담까지 있어 연초보다는 관망세가 짙어졌다"고 귀띔했다.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당분간 노·도·강 집값은 크게 움직이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가계부채 급증을 이유로 금융당국에서 대출 규제라는 강력한 방안을 내놓으면서다. 이달 1일부터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강화돼 시행되고 있고 해당 DSR 규제는 디딤돌대출 등 정책 자금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들은 '조건부 전세대출 제한 조치'를 시행한다. 은행마다 조건부 전세대출을 제한하는 정도와 예외 조건이 모두 다르지만 골자는 이전과 달리 전세대출을 받기가 까다로워졌다는 것이다.

미아동에 있는 E 공인 중개 관계자는 "노원이나 도봉, 강북구 등은 아무래도 대출 규제 영향이 큰 곳"이라면서 "대출 여부에 따라 집을 살 수 있는지 없는지가 갈리는 등 대출 의존도가 높은 지역"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제야 온기가 도는가 싶던 노·도·강 역시 빠르게 분위기가 식을 가능성이 높다"며 "규제가 완화된다는 얘기가 나와야 시장이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 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2050건으로 3개월 전인 6월 초 8만4578건 대비 2.98% 줄었다. 자치구별로 보면 같은 기간 동작구가 14.2% 줄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고, 성북구(-9.8%), 성동구(-7.7%), 송파구(-6.3%) 등 주요 지역은 매물이 줄었다. 반면 강북구는 5.1% 늘어 25개 자치구 중에 매물이 가장 많이 늘었고, 도봉구도 4.6%, 증가했다.

매매 심리도 서울 내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노·도·강이 있는 동북권 매매수급지수는 지난달 마지막 주(26일) 기준 103.1로 서울 권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서울 평균인 104와 강북권역 평균인 103.2를 밑도는 수준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