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떤 투수인지 보여준 것 같다"…'피치컴 송신기' 차니 6⅓ 3실점→KBO 데뷔 최다 이닝, 라우어의 반등 [MD광주]
[마이데일리 = 광주 김건호 기자] "제가 어떤 투수였는지 보여준 것 같다."
에릭 라우어(KIA 타이거즈)는 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맞대결에 등판해 6⅓이닝 5피안타 1사사구 4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KIA는 지난달 6일 라우어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윌 크로우의 단기 대체 외국인투수로 입단한 캠 알드레드와 결별을 선택한 뒤 빅리그에서 120번 마운드에 오른 경험이 있는 라우어를 데려왔다.
라우어는 8월 11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3⅓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17일 LG 트윈스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KBO 첫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23일 NC 다이노스전 5이닝 4실점, 29일 SSG 랜더스전 5이닝 5실점으로 두 차례 연속 흔들렸다.
5일 한화와 맞대결을 앞두고 이범호 감독은 "어제(4일) 라우어와 미팅을 했다. 오늘은 라우어가 던지고 싶은 대로 던질 것이다. 포수가 리드하는 것보다 머리를 비우고 자신이 던지고자 하는 스타일로 던지고 싶다 하더라"라며 "라우어도 KBO 타자들이 어떤 성향인지 파악했을 것이다. 한번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자기도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경험을 많이 하고 왔는데, 이곳에 와서 몇 경기 안 좋았으니 화가 많이 났을 것이다. 잘 던지고 싶은 의욕도 있을 것이다"며 "좌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이 낮은 편인데, 아직 우타자를 공략하는 방법을 잘 몰랐던 것 같다. 구위는 충분히 좋은 구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상대하는 방법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적응해 가고 있기 때문에 오늘은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체크하겠다"고 밝혔다.
라우어는 송신기를 착용한 채 마운드에 올라 김태군과 호흡을 맞췄다. 출발은 산뜻했다. 김태연 삼진, 요나단 페라자 유격수 땅볼, 안치홍 2루수 뜬공으로 삼자범퇴 이닝을 완성했다. 2회에도 노시환 삼진, 채은성 2루수 뜬공, 장진혁 2루수 땅볼, 3회초 최재훈 우익수 뜬공, 이도윤 투수 땅볼, 유로결 2루수 땅볼로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라우어는 4회초 2사 후 안치홍에게 2루타를 맞은 뒤 노시환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했지만, 채은성을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워 추가 실점하지 않았다. 5회초에는 장진혁과 이도윤에게 안타를 맞아 1사 1, 2루 위기에 몰렸지만, 유로결에게 3루수 땅볼 타구를 유도해 더블플레이로 연결했다.
6회초를 삼자범퇴로 막은 라우어는 7회초에도 마운드를 지켰다. 노시환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다. 이후 채은성에게 내야안타, 장진혁에게 볼넷을 내준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구원 등판한 곽도규가 최재훈과 유로결에게 안타를 맞아 라우어의 승계주자가 모두 득점, 라우어의 승리 투수 요건이 날아갔지만, KBO리그 데뷔 후 최다 이닝을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후 KIA 이범호 감독은 "라우어가 감독의 기대대로 호투를 해줬다. 빠른공부터 모든 구종에 힘이 느껴졌다. 다음 등판이 기대되는 투구였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라우어는 총 92개의 공을 던졌다. 포심패스트볼(41구)-커터(25구)-슬라이더(17구)-커브(9구)를 섞었다. 최고 구속은 151km/h가 나왔다.
라우어는 "제가 갖고 있는 계획이나 갖고 있는 모든 구종을 잘 활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승리를 못 챙긴 것은 조금 아쉽지만, 결과적으로 팀이 승리했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KBO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직접 리드하며 경기를 치렀다. 그는 "피치컴을 차면서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며 "우타자를 상대로 계획한 것들이 오늘 잘 통했다. 포심패스트볼을 통해 우타자를 많이 공략하려 했다. 이후 변화구로 타이밍을 뺏으려 했다. 첫 번째 타순 때는 포심패스트볼이나 커터 위주로 사용했지만, 이후부터는 변화구를 많이 섞어가면서 활용했다"고 밝혔다.
끝으로 라우어는 "이렇게 호투한 것이 앞으로 도움이 될 것 같다. 오늘 경기를 통해서 제 피칭이 무엇이고 제가 어떤 투수였는지를 보여준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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