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타깃' 무신사, 새 이사회 명단에 숨겨둔 의도는
매출 급증과 함께 협력사 갑질 등 대외 논란 확산
업계 "공정위 조사 대비 및 IPO 사전 준비 목적"
무신사가 대외 업무를 담당하는 임원들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는 등 대외 리스크가 늘어나고 있어 이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무신사의 기업공개(IPO)가 임박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법무·홍보 임원 이사회 합류
무신사는 오는 9일 오전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이재환 RM(Risk Management)본부장과 이승진 커뮤니케이션본부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주총에서는 임직원들에게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한다.
현재 무신사의 사내이사진에는 조만호 총괄대표, 박준모 대표, 최영준 최고재무책임자(CFO), 이지훈 무신사트레이딩 대표 등 4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번 주총 안건이 처리되면 무신사의 사내이사는 6명으로 늘어난다.
이재환 본부장은 2003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부동산·금융 전문 로펌 에버그린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에버그린이 법무법인 세종과 통합한 후 세종에서 공정거래 분야 전문 변호사로 일했다. 2018년 위메프 법무지원실장을 거쳐 2021년 무신사에 법무실장으로 합류했다. 지난해 초 무신사가 법무실을 RM본부로 격상시킬 당시 본부장을 맡았다.
이승진 본부장은 네이버 홍보실을 거쳐 2016년부터 위메프 커뮤니케이션 총괄로 일했다. 이 시기 이재환 본부장과도 연을 맺었다. 무신사에 합류한 것은 2021년이다. 무신사가 지난 상반기 커뮤니케이션실을 본부로 승격하면서 커뮤니케이션본부장이 됐다.
무신사 측은 "신규 이사 선임은 회사 성장 과정에서 회사 안팎의 컴플라이언스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우수 인재 영입과 임직원 동기 부여를 위해 스톡옵션 신규 부여 안건을 상정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까지
무신사가 두 임원에게 사내이사를 맡긴 것은 대외 기능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기업의 대외 업무에는 법무, 대관(CR), 언론홍보(PR), ESG 등이 포함된다.
무신사는 지난해부터 이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를 조직하는 등 대외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신설된 RM본부가 대표적이다. 감사팀, 법무팀, 대외협력팀, 컴플라이언스팀을 하나의 본부로 묶어 대내외 리스크를 총괄하도록 했다.
무신사는 같은 시기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성경제 고문도 자문 역할로 영입했다. 성 고문은 공정위 기업집단국 기업거래정책과장을 지냈으며 2022년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 총괄과장으로 일하다 지난해 무신사에 합류했다. 무신사가 공정위 출신 인사를 영입한 것은 성 고문이 처음이다. 최근 무신사가 올리브영에 대한 공정위 제소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성 고문이 자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계에서는 무신사가 IPO 사전 작업의 일환으로 대외 기능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해 연결 매출액 9931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끊임 없이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갑질' 논란이다. 무신사는 입점 패션 브랜드들이 경쟁 플랫폼에 입점하지 못하도록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무신사와 합의 없이는 다른 플랫폼에 상품을 팔 수 없도록 하는 '단독 규제'를 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무신사는 "일부 유망 브랜드를 전략적으로 선정해 마케팅, 생산, 광고 등을 지원하기 때문에 타사 입점시 사전 논의를 하자는 내용의 협약"이라며 "타사 입점 자체를 막는 내용의 규정은 계약서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공정위는 무신사에 조사관을 파견해 입점 브랜드와의 계약서 등을 확보하는 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 2022년 무신사 자회사 솔드아웃의 가품 판매 논란, 지난해 최영준 CFO의 사내 어린이집 발언 등도 무신사를 따라다니는 부정적인 꼬리표다.
상장 본격화?
이런 논란들은 무신사의 대외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다. 그런 만큼 무신사로서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추후 IPO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대외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무신사가 대외 업무에 힘을 주는 것은 조만간 본격적으로 IPO 작업에 착수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 2019년 미국 벤처캐피털 세쿼이아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5년 내에 IPO를 하기로 합의했다. 5년 내 상장 조건은 의무 이행 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투자금을 물어주는 풋옵션 계약이 걸려 있다. 올해가 투자 유치 5년째이지만 무신사는 아직 본격적인 상장 작업에 착수하지 못한 상태다. 최근 증시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무신사가 지난해 적자 전환했기 때문이다.
한문일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2025년까지 IPO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투자사들이 이에 동의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일부 투자사들이 엑시트를 위해 무신사가 IPO를 서두르길 원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무신사는 올해 창업주인 조만호 총괄대표가 경영에 복귀하면서 사업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 총괄대표가 복귀 후 무신사 스탠다드, 무신사 뷰티 등 신사업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IPO 준비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무신사가 공정위 조사까지 받으면서 대외 리스크가 크게 확대되는 상황"이라며 "IPO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사회를 확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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