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차례 패럴림픽 실패가 약이 됐다” 장애인 탁구 세계 3위 김기태, 한국에 5호 금메달 안겨

김세훈 기자 2024. 9. 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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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차세대 에이스 김기태. 파리공동취재단



탁구 차세대 에이스 김기태(26·서울특별시청)가 파리 패럴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5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세계랭킹 3위 김기태는 6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 4에서 열린 대회 탁구 남자 단식(스포츠등급 MS11) 결승에서 전보옌(대만·세계 5위)을 세트 점수 3-1(3-11 15-13 11-7 11-9)로 누르고 우승했다. 한국은 김기태의 금메달로 이번 대회 목표로 잡았던 ‘금메달 5개’를 조기에 채웠다.

김기태는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새뮤얼 본 아이넴(호주)를 꺾었으나 1세트에서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결승전이 주는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한 듯 실수를 연발했다. 김기태는 1세트에서 단 3득점에 그치며 끌려갔다. 그러나 김기태는 몸이 풀린 2세트부터 전보옌을 무섭게 몰아붙였다. 10-9로 앞서던 김기태는 듀스를 허용했으나 14-13에서 드라이브를 꽂아 넣으며 세트 점수 1-1을 맞췄다. 이후 김기태는 경기를 완전히 주도했다. 3세트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11-7로 가져왔다. 4세트도 경기 양상은 비슷했다. 그는 10-6에서 3연속 실점하며 10-9까지 쫓겼으나 심호흡을 한 뒤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며 마지막 포인트를 채웠다.

지적장애인인 김기태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부친 권유로 탁구를 시작했고, 2022 세계장애인탁구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에 오르며 일약 차세대 간판으로 발돋움했다.

한국은 지난 달 30일 장애인 사격 조정두(BDH파라스)가 P1 남자 10m 공기권총 스포츠등급 SH1에서 첫 금메달을 땄고, 장애인 사격 박진호(강릉시청)가 지난 달 31일 R1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 스포츠등급 SH1에서 두 번째 금메달을 수확했다. 이어 정호원(강원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이 3일 보치아 남자 개인전(스포츠등급 BC3)에서 한국에 세 번째 금메달을 안겼고, 박진호가 4일 사격 R7 남자 50m 소총 3자세(스포츠등급 SH1)에서 금메달을 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그리고 김기태가 5번째로 파리 하늘에 태극기를 띄웠다.

김기태는 “주변에서 내게 재능이 있다고 했다. 그 계기로 탁구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1년 병원에서 지적 장애 진단을 받은 뒤에도 김기태는 운동을 이어갔다. 그리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을 앞두고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김기태는 처음 출전한 리우 패럴림픽에서 4위를 차지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아쉽게 패했다.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서도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두차례 올림픽 입상 실패가 약이 됐다. 2022 세계장애인선수권대회 때 3관왕을 차지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로 우뚝 섰다.

경기 후 김기태는 “처음엔 굉장히 떨려서 내 플레이가 안 나왔다”라며 “1세트가 끝난 뒤 마음을 비웠다. 나보다 잘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배운다는 생각으로 했고, 이기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지 않아서 오히려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리우 대회 때 엄청나게 속상했고, 도쿄 대회 때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떨어져서 착잡했다”며 “그래서 이번 패럴림픽이 간절했다”라고도 했다. 작은 목소리로 인터뷰를 이어간 김기태는 ‘아버지가 탁구장에 데리고 가지 않았다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나’라는 질문에 “평범한 학생일 것이다. 아버지께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아버지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나’라는 말에 “탁구의 길을 걷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한국에 돌아가면 부모님께 메달을 걸어드리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파리공동취재단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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