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도영에게 35-37보다 빛나는 127G·1027이닝…아파봐서 안다,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열광하라’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30-30(실제 35-37)보다 빛나는 127경기, 1027이닝.
5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3-3 동점이던 8회초 2사 1,2루. 한화 이글스 장진혁이 KIA 타이거즈 메인 셋업맨 전상현의 포크볼에 빗맞은 타구를 생산했다. KIA 3루수 김도영이 자연스럽게 타구를 잡기 위해 이동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김도영이 타구를 수습한 지역은 2루 주자 요나단 페라자가 3루로 주로하는 곳이었다. 김도영의 얼굴과 페라자의 상체자 부딪혔다. 자연스럽게 김도영이 페라자를 태그한 모양새가 되면서 이닝 종료. 공식기록은 페라자의 수비방해. 수비에 직접 관여하는 수비수와 주자가 부딪히면 수비방해가 선언된다. 해당 주자는 아웃.
문제는 김도영이 페라자와 부딪히면서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졌다는 점이다.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페라자가 곧바로 일어난 것에 비하면 김도영은 상당히 괴로워했다. KIA 2루수 서건창이 가장 먼저 김도영에게 다가갔고, 페라자도 이내 김도영에게 다가가 위로를 건넸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경기를 중계한 SPOTV 이대형 해설위원은 “서로 피할 수 있는 여유가 전혀 없었다”라고 했다. 느린 그림을 보면 페라자가 순간적으로 피해보려고 했지만, 가속도가 붙은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충돌했다.
그라운드에 들것이 들어왔다. 그러나 김도영은 스스로 털고 일어나 걸어서 3루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곧바로 교체됐지만, 병원 검진은 받지 않았다. 정황상 6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에 정상적으로 출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도영은 부상에 치를 떨지 않을까. 데뷔 첫 시즌이던 2022년에는 주전이 아니었지만, 8월17일 광주 SSG 랜더스전서 후안 라가레스의 타구를 처리하다 손바닥 열상으로 1개월간 쉬어야 했다. 결국 103경기 출전에 만족했다.
2023년엔 개막 두 번째 경기이던 4월2일 인천 SSG전서 3루에서 홈으로 들어가다 왼 발등 중족골 골절로 6월23일 광주 KT 위즈전서 돌아오기까지 2개월 반이나 쉬었다. 물론 이 기간 나성범으로부터 상체 웨이트트레이닝 기법을 전수받는 수확도 있었다. 그러나 김도영에겐 생각하고 싶지 않은 시련의 나날이었다. 결국 1년차보다 적은 84경기 소화에 그쳤다.
김도영은 2023년 11월19일 일본과의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결승 연장서 1루에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하다 좌측 중수지절관절 내측 측부인대 부상 및 견열골절을 입었다. 기적과도 같은 재활로 올 시즌 개막전부터 정상 출전했다. 그러나 KIA는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김도영의 개막전 및 3월 복귀는 어렵다고 봤다. 실제 그렇게 됐다면 김도영의 올해 출전시간은 또 줄어들었을 것이다.
김도영은 올해 엄청난 임팩트를 남긴다. 역대 최초 4월 10-10, 전반기 20-20, 최소타석 내추럴 사이클링히트, 최연소 및 최소경기 30-30까지. 역대 세 번째 3-30-30-100-100이 눈 앞이고, 40-40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2014년 서건창의 135득점을 넘어 역대 한 시즌 최다득점 신기록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기록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빛나고 가치 있는 기록이 127경기 및 1027이닝 소화다. 김도영은 올해 KIA가 치른 129경기 중 딱 2경기에만 결장했다. 전경기 출전에는 실패했지만, 144경기 체제에서 130경기 이상 출전하면 내구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1027이닝은 리그 야수 수비이닝 1위다.
즉, 올해 김도영은 지난 2년과 달리 내구성 있는 선수라는 인식을 전 세계에 심어주는 시즌을 보낸다. 그런 김도영은 당연히 페라자와 부딪힌 것에 좌절할 선수가 아니다. 30-30도, 40-40도 좋지만, 선수는 무조건 경기에 나가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아무리 잘 하는 선수라도 경기에 못 나가면 아무런 인정을 못 받는다. 김도영은 지난 2년간 그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올해 이를 악물고 시즌을 소화하는 모습이 보인다. 당연히, 메이저리그 관계자들도 김도영의 달라진 내구성을 체크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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