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 1년간 北에서 컨테이너 1만6500개 분량 탄약 등 조달”
“北에 조건없는 대화 열려있지만 도발하면 美와 동맹 보호조치 취할것”
주미대사 “첨단기술 국제경쟁·北 안보위협, 한미동맹 양대 과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북한과의 전제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있지만, 북한이 이를 계속 거부하고 도발해오면 미국과 동맹국들을 지키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로버트 켑키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는 4일 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 엘리엇스쿨에서 열린 ‘한미관계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북한과의 대화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며 "미국은 여전히 외교에 헌신하고 있으며, 전제조건 없는 대화에 기꺼이 관여하려 한다"고 말했다.
켑키 부차관보는 이어 북한과의 대화 의제와 관련, 안보 이슈와 함께 인권 문제, 이산가족 상봉, 장애인 지원 등 인도적 문제가 포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대북 제재를 이행하되, 인도적 지원에 대한 예외를 유지할 것이며, 북한 내 구금자를 포함한 취약계층을 지원하려는 노력을 강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그러나 켑키 부차관보는 "만약 북한이 관여(대화)를 거부하고 계속 도발을 한다면 미국은 우리 자신과 우리의 동맹들을 지키기 위한 조처들을 취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지역의 친구들과 동맹국들에 대한 공약에 굳건히 서 있다"면서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있지만 한국, 일본과의 동맹에 대해서는 지난 70년간 미국에서 초당적 지지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일선에서 담당하는 켑키 부차관보의 발언은 북한이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제7차 핵실험과 같은 고강도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상황에서 나왔다.
비핵화 문제로 대화 의제를 한정하지 않고, 인도주의적 현안까지 논의할 수 있다는 ‘열린 입장’을 피력하는 동시에 북한이 도발을 택하면 대북 억지 측면에서의 고강도 조치가 있을 것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켑키 부차관보는 지난달 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중국을 방문해 고위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정권이 북한 주민은 물론 인도·태평양 동맹과 전세계에 큰 위협이 된다는 믿음을 피력했다고 전했다.
또 설리번 보좌관은 북러 관계 심화에 대한 우려,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있는 입장, 한·일에 대한 강력한 안보 공약 강화, 북한 불법 행위에 대한 제재의 엄격한 집행 의지 등을 중국 측에 밝혔다고 켑키 부차관보는 소개했다.
이어 켑키 부차관보는 지난해 북한에서 공개 처형이 증가했다면서 처형 대상에 아이들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특히 북러 협력 실태와 관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한 작년 9월 이후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컨테이너 1만6500개 이상 분량의 탄약과 탄약 관련 물자를 조달받았다고 켑키 부차관보는 전했다.
또 러시아는 작년 12월 이래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북한산 미사일 65발을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그는 소개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지원의 반대급부로 전투기, 지대공 미사일, 장갑차, 탄도미사일 생산장비와 원료, 첨단 기술 등을 추구하는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국 측 기조연설자로 나선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은 "한미는 북한의 핵보유를 절대로 인정해서는 안 되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공조해야 한다"면서 "한미가 북한을 성공적으로 억제하고 국제사회가 강력한 제재를 유지한다면, 결국 북한은 비핵화와 정권 유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한반도 통일은 한민족의 자결권에 관한 일이고 주민 개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뒤 "다만 한반도 통일은 국제적으로 중대한 정세변화로서 국제사회의 지지와 도움도 필요하다"며 독일 통일 사례에서 목도했듯 미국의 도움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조현동 주미대사는 별개 세션에서 첨단기술 분야 국제 경쟁과 북한의 지속적인 안보 위협을 한미동맹이 직면한 "두 개의 가장 도전적이며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그는 "도전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법은 동맹 및 파트너와 함께 협력하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우리는 운이 좋다.한미동맹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강화됐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양국이 공유하는 가치와 평화와 번영의 공동 비전에 기반을 둔 한미동맹이 굳건하고 탄탄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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