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 새 무릎 얻겠네”…지긋지긋 관절염과의 작별, 눈앞에 왔다는데
환자본인 체세포 활용해 만든
유도만능줄기세포로 치료
세계 첫 주사형 ‘뮤콘’ 개발
동물시험서 30% 개선 확인
주지현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치료제의 성장 잠재력에 대해 강조했다. 그가 2017년 창업한 입셀은 iPSC를 이용한 세계 최초의 주사형 3차원 연골세포 치료제인 ‘뮤콘’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일반 연구소에서는 세포를 배양할 때 2차원 형태로 배양하지만, 우리 몸 안의 세포는 본래 3차원으로 인근 세포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자란다”며 “뮤콘은 연골세포의 기질을 그대로 구현한 3차원 약물인데다 수술이 아닌 주사로 관절염 치료가 가능하도록 편의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제품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iPSC란 일반 체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넣어 만든 만능줄기세포로,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재생능력을 가지고 있어 손상된 조직의 세포를 재생시킬 수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채취 과정에서 난자를 이용하고 수정란이 파괴되는 등의 생명 윤리적 논란이 있는 반면 iPSC는 본인의 체세포로부터 만들어지기 때문에 면역 거부반응도 적고, 윤리적 논란으로부터 자유롭다.
주 교수는 “줄기세포 치료제가 상용화되려면 배양 횟수에 제한이 없고 타가이식이 가능해야 하는데 iPSC가 모든 요건을 충족한다”며 “iPSC를 이용한 뮤콘은 상용화가 가능하며, 뮤콘 1회분에 들어있는 연골세포는 약 940만개로, 앞선 동물실험에서 뮤콘을 한번 주입했더니 관절지표(관절단면에서 손상된 부분이 차지하는 비율)가 30%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어느 한 치료제가 세계 최초라는 말은 이를 심사하고 승인하는 규제기관도 유일하다는 뜻”이라며 “보건당국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품질 평가에 대해 매우 엄격한 잣대를 요구했는데 그 눈높이를 끝내 충족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종이는 단 한장이지만 그 뒤엔 수많은 땀과 눈물, 노하우가 집약돼있는 셈”이라며 “이번 건은 특수한 형태의 임상연구기 때문에 우선 서울성모병원에서 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만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iPSC 분야를 선도하기까지 그동안 걸어온 길은 시련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퇴행성 관절염을 주사제로 치료한다는 개념이 아예 없었기에 사업에 대한 설명부터 인력 채용, 투자 유치 등 모든 것이 난제였다. 주 교수는 “여러 연구들이 상용화 벽을 넘지 못하는 점에 한계를 느껴 직접 회사를 차렸는데 초반엔 그저 1인기업에 불과했다”며 “산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느 날은 꿈을 쫓는 몽상가가, 또 다른 날은 해결책을 찾아내는 냉혈안이 돼야 했다”고 말했다. 자칭 ‘아수라 백작’으로 거듭난 후에야 그의 바람이 현실화되기 시작했고, 그가 이끄는 입셀은 40여명의 임직원들이 일하는 스타트업 면모를 갖출 수 있게 됐다.
대학 교수와 스타트업 대표를 동시에 맡고 있는데서 오는 장점으로는 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주 교수는 “매일 환자들을 만나다 보니 현장의 수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회사에 이어 학교에서도 키워볼 수 있다는 것 역시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사들은 치료제 처방에 있어 과학적 근거를 가장 중시하는데 학교를 통해 십여명의 박사과정 학생들과 실증 데이터를 함께 쌓을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면”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목표는 늦어도 2030년까지 뮤콘을 상용화하는 것이다. 원활한 임상연구를 위해 투자금 확보, 상장 추진, 기술수출 등의 활로를 다양하게 모색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금창출에 필요한 ‘마이셀프(MYCELL-f)’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마이셀프란 개인의 iPSC를 보관하는 일종의 세포주 은행으로, 훗날 필요에 따라 개인의 세포를 배양해 사용할 수 있도록 미리 보관해두는 시스템을 말한다.
주 교수는 “iPSC의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탈모등의 경증 질환부터, 치매나 심근경색 등의 중증 난치성 질환 치료에도 쓰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기술수출 관련해 몇몇 빅파마들과 논의를 하고 있는데 속도가 붙을 수 있도록 임상 데이터 확보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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