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사퇴’한 헌법학자는 왜 인권위를 걱정할까? [사람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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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논란'으로 시끄럽다.
인권위 상임위원의 '막말 논란' '갑질 논란' '반인권 논란' 등.
곧바로 그간 인권위 행보와 정반대인 그의 과거 발언과 결정이 수면 위에 올랐다.
"외부에서는 인권위를 무력화하는 이들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그런 행동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인권위 구성원들은 반인권적 행태에 대한 협조 거부부터 시작해 내부에서 적극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이 인권위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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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논란’으로 시끄럽다. 인권위 상임위원의 ‘막말 논란’ ‘갑질 논란’ ‘반인권 논란’ 등. 인권위원 11명이 모두 모이는 전원위원회는 자주 파행되고, 피해 구제를 기다리는 인권침해 진정은 자꾸 쌓여간다. 이 소용돌이 속에 인권위원장이 바뀐다. 여느 때보다 신임 인권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65)는 인권위원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압축한 후보자 5명 중 한 명이었다. 후보자 추천 사흘 뒤인 7월26일 스스로 후보직을 사퇴했다. 헌법학자인 그가 인권위원장으로서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건 아니었다. 지금은 자유권에 한정된 인권위 권한을 확장하는 것도,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도 쉽게 인권위를 찾을 수 있게 하는 일도 오랫동안 꿈꿔왔다. 인권 활동과 연구의 허브가 될 ‘인권교육연구원’ 같은 기구도 만들고 싶었다.
인권위는 입법·사법·행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구이지만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 예산은 기획재정부, 인사는 행정안전부 소관이다. “인권위원장이 된다한들 이렇게 인권 적대적인 정부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길이 보이지 않았다.” 건건이 정부와 대립하며 인권위 구성원들이 고초를 겪거나 인권 적대적인 정부와 타협하는 길, 한 교수는 두 가지 길 모두 선택하기 어려웠다.
윤석열 대통령은 신임 인권위원장 후보자로 검사 출신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을 지명했다. 곧바로 그간 인권위 행보와 정반대인 그의 과거 발언과 결정이 수면 위에 올랐다. 안창호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시절 대체복무제를 반대했다. 난민 신청 남용을 우려하고 수형자의 기본권보다 국가의 수형자 관리를 중시하는 등 인권보다 사회질서와 치안을 강조했다. 헌법재판관 6년 임기를 마친 뒤에는 2020년 7월 기독교 법조인 단체를 창립해 차별금지법 반대에 앞장섰다.
“인권위원장으로 부적합하다.” 한상희 교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헌법재판소가 가장 많이 다루는 게 기본권 관련 사건이고, 기본권은 인권의 헌법적인 표현이다. 안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시절 내린 결정들을 살펴보면, ‘국가’ ‘사회질서’ ‘조직’ 등 권력적인 개념을 중시하는 걸로 보인다. 기독교 이념에 충실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은 또 다른 측면이다. ‘성소수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인권(표현의 자유)은 어떡할 거냐’는 식이다. 이건 헌법 논리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억지다. 안창호 후보자는 인권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치열하게 싸워왔던 바로 그 ‘대상들’의 입장에 서 있다.”
인권위 구성원들은 종종 인권위가 인권 ‘최후의 보루’라고 말한다. 인권위는 강제력이 없는 기구다. 모든 인권침해 피해를 구제할 수도 없다. 대신 인권침해 피해를 겪은 개인의 고통을 듣고, 그 고통을 인권의 언어로 바꿔 사회에 알릴 수 있다. 그렇게 변화를 견인해왔다. 인권위 구성원들도 이 지점을 잘 알고 있다. 한상희 교수는 인권위가 신뢰를 잃지 않고 ‘버티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스스로에게도 하는 이야기다. “외부에서는 인권위를 무력화하는 이들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그런 행동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인권위 구성원들은 반인권적 행태에 대한 협조 거부부터 시작해 내부에서 적극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이 인권위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을 수 있다.”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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