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무신사 vs 올리브영… 공정위 처분이 업무 방해 의혹 재현시켰나

최효정 기자 2024. 9.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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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올리브영이 “브랜드사 입점 저지했다” 업무 방해 의혹 제기
올리브영 단독 브랜드 전략 이미 지난해 공정위 제재 받았지만
시장지배적 위치 인정 안 돼… 과징금 18억원으로 감소

패션·뷰티 플랫폼 무신사가 뷰티 매장을 운영하는 CJ올리브영의 업무 방해 의혹을 제기하며 양사가 맞붙는 모습이다. 올리브영이 거래하는 화장품 브랜드사의 무신사 입점을 저지했다는 주장이다. 무신사는 뷰티 사업을 온·오프라인으로 확장하면서 올리브영에 도전장을 던진 상태다.

6일 뷰티·패션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올리브영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직접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도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다. 무신사 측은 올리브영이 자사가 주최하는 오프라인 뷰티 행사에 참여하려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참여 의사를 철회하도록 압력을 넣은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초보다 참여업체가 두 자릿수 퍼센트(%) 이상 줄며 업무상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LA컨벤션센터와 크립토닷컴 아레나, 길버트 린지 플라자에서 열린 'KCON LA 2024' 행사. /올리브영 제공

한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무신사 행사에 참여하면 올리브영에서 제품을 빼는 것으로 알겠다’는 압박을 받았다는 취지로 공정위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쿠팡도 올리브영이 쿠팡의 뷰티 시장 진출과 성장을 방해하기 위해 중소 납품업자를 대상으로 쿠팡을 향한 납품·거래를 막는 ‘갑질’을 수년간 지속했다고 공정위에 신고한 바 있다.

이처럼 타사 행사 입점을 막는 올리브영의 단독 브랜드 전략(EB전략)은 공정위로부터 지난해 12월 법인 고발과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올리브영의 시장지배적 위치가 인정되지 않으면서 시장에서 수천억원대 규모로 예상되던 과징금이 18억원대로 줄었다.

공정위 제재가 내려진 지 1년도 되지 않아 비슷한 사태가 재현된 것에 대해 관련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솜방망이 처분이 올리브영에 면죄부를 준 결과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공정위가 올리브영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공정거래법 철퇴를 피할 수 있다는 근거가 생긴 탓이다.

당시 공정위 심사관은 올리브영이 독점 사업자의 지위를 이용해 경쟁사의 거래를 방해했다고 보고 심사에 착수했다. 올리브영의 EB전략이 헬스앤뷰티(H&B)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갑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실제 랄라블라나 롭스 등 경쟁사들은 올리브영의 EB전략에 직격탄을 맞아 사업을 접었다. 오프라인 드럭스토어 시장으로 한정하면 올리브영의 시장점유율은 70%가 넘는다.

하지만 공정위는 올리브영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올리브영의 지배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시장 획정 과정에서 헬스앤뷰티로 시장을 좁힌 것이 아니라 온오프라인 채널 전체로 시장을 넓혀 봤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만 화장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쿠팡이나 네이버 등 경쟁사에서도 화장품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실제 네이버쇼핑·쿠팡 등 온라인몰을 포함한 화장품 시장에서 올리브영 점유율은 10%대에 머무른다.

올리브영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인정됐다면, 공정거래법이 적용되어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배타조건부거래) 위반으로 최대 6000억원대 과징금이 시장에서 예상됐다. 하지만 공정위가 현 단계에서 올리브영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지가 불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심의 절차를 종료하면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적용에 그쳤다. 다만 올리브영 측은 18억원대 과징금은 EB전략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올리브영이 후발주자들의 성장을 막는 것이 더 쉬워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올리브영이 무신사를 견제하기 위해 화장품 브랜드사에 갑질을 했다는 의혹도 같은 맥락이다. 공정위가 올리브영이 K뷰티 업계에 행사하는 절대적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화장품을 구경하고 곧바로 구매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인 올리브영은 그 자체로 마케팅 공간이 된다. 특히 색조 화장품의 경우엔 여전히 직접 체험하고 사는 경향이 높다. 중소 브랜드사의 명운이 올리브영 입점에 달려있는 수준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공정위가 솜방망이 처벌로 올리브영에게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해도 된다’는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뷰티 유통 후발주자들은 납품업체 유치에 계속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올리브영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올리브영의 갑질이 반복될 시에 시장지배적 위치에 대한 판단을 다시 검토하겠다는 여지를 남겼다. 당시 공정위는 “현 단계에서 올리브영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는 불확실하지만, 올리브영이 화장품 소매유통 채널에서의 위치가 강화되고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무혐의가 아닌 심의 절차 종료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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