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우수 갤러리, 한지 작가 서정민 ‘무한의 선(禪)’ 展 11일 개막
서울 인사동 무우수갤러리는오는 11일부터 10월 14일까지 2024 기획 초대 전시 ‘무한의 선(禪)’을 개최한다.
‘무한의 선(禪)’ 전시는 서정민 작가의 ‘선(Lines) 시리즈’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서정민 작가의 이력은 독특하다. 대학 졸업 후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며 가장으로 삶을 살아가던 어느 날 자신이 바라던 예술가의 꿈을 이루고 싶다는 열망에 퇴근 이후 무수한 선 긋기 작업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독학으로 작업을 해오던 중 예술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늦은 나이에 조선대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대학에서 만난 스승 김유섭을 통해 현대 미술에 새로운 시각이 열린 작가는 기존의 풍경을 담은 유화 작품을 선보이다가, 보이는 세계 그 이상을 경험하고자 선(line)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수년간 연필 선을 긋는 작업만을 고집하던 작가는 우연히 서예와 한지를 사용하며, 현재까지 한지를 재료로 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한지 화가’라는 애칭이 생긴 서정민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불교적 수행의 의미가 있는 선(禪)을 통해 보이는 선(線) 너머 극한의 무한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느끼게 하고자 한다.
김웅기 미술 비평가는 이 전시에 대해, ‘안료가 아닌 한지를 자르고, 말고, 쪼개고, 붙여서 만든 작은 조각들로 꽉 차 있는 거대한 캔버스를 보고 우선 그 시시포스적인 수고에 압도되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서정민 작가의 촘촘하고 빽빽한 작품을 보고 있으면 이내 절제된 고요에 이르게 된다.
서정민 작가의 작품은 노동이라는 행위를 통해 시각적 감동을 전달한다. 작가는 노동이 생존 수단 이전에 신성한 삶의 가치이며, 이러한 숭고함과 수행이 우리의 서당 문화로 대표되는 유가와 도가의 사상과 더불어 종교적 개념과 맞닿은 지점이 있다고 말한다. 그의 예술적 재료가 되는 수많은 한지토막은 인고의 과정을 가시적으로 형상화한 선(線)인 동시에, 비가시적인 선(禪)이 되는 셈이다.
무우수갤러리 이연숙 대표는 “2024 무우수갤러리 기획 초대 전‘무한의 선(禪)’을 통해 서정민 작가가 손끝으로 전달하는 아날로그적 감성과 현대사회에 불어오는 온기를 함께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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