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리뷰 쓰면 에어팟 맥스 공짜"…사기 피해자 속출

김민재 기자 김민수 기자 2024. 9. 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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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댓글로 접근해 리뷰 알바 제안, 수익 지급 약속 뒤 잠적
피해자 28명, 피해액 2억…지금도 리뷰 체험단 모집
허 모 씨가 A 업체 담당자와 나눈 대화 내용. 회사 지원금으로 제품을 주문한 뒤 리뷰를 계속 작성하면 가전제품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2024.09.5/뉴스1 ⓒ 뉴스1 김민재 기자

(서울=뉴스1) 김민재 김민수 기자 = "리뷰하면 에어팟 맥스가 당신의 것" "스탠바이미 받아 가세요"

지난달 26일 허 모 씨(여·31) 블로그에 이런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에 첨부된 링크를 클릭하자 A 업체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하라는 안내가 돌아왔다. A 업체 관계자는 "우리 업체를 통해 물건을 사고 본인 블로그에 체험기를 올리면 물건값과 리뷰에 따른 보상 금액을 합쳐서 돌려주겠다"고 했다. 제품에 관한 긍정적 리뷰를 남기면 이를 돈으로 환산해 주겠다는 말이었다.

수익은 착실히 쌓였다. 하지만 점점 부담해야 하는 물건 구매 대금이 늘어났다. 부담을 느낀 허 씨가 그만하겠다고 말하자 "대출을 받아라"고 말하는 등 위협적 분위기가 조성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채팅방은 사라졌고, A 업체 웹사이트는 접근이 차단됐다.

5일 <뉴스1>과 만난 허 씨는 "블로그 리뷰 체험단 사기를 당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허 씨는 해당 업체를 사기 혐의로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다. 현재까지 허 씨와 같은 피해를 본 사람은 28명, 피해액만 2억 원가량이다.

◇ 블로그에 댓글로 리뷰 수당 지급 약속…"원금 회수 원하면 계속 돈 넣어라" 압박

허 씨의 악몽은 지난달 29일 A 업체 웹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하면서 시작됐다. 업체는 허 씨에게 15만 원 상당의 포인트를 지급했다. 허 씨는 해당 금액으로 물품을 산 뒤 리뷰를 작성했고, 그의 계정에는 15만 원에 리뷰 수익을 더한 금액이 적립됐다.

이후 업체는 포인트를 선지급하는 대신 허 씨에게 물품 결제를 요구했다. 미심쩍었지만 계속 쌓이는 수익에 리뷰를 작성했다. 그러던 중 담당자가 리뷰 건수가 많으면 수익이 늘어난다며 '팀 미션'을 제안했다.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체험기를 쓰는 일이었다. 허 씨가 의심을 거두지 못하자, 담당자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협업 건'이라고 설득했다.

결제해야 하는 대금은 점점 커졌다. 허 씨가 부담스럽다고 하자 담당자는 "입금하지 못하면 팀 미션 실패라 모두가 돈을 잃는다", "원금을 회수하려면 돈을 계속 넣어라"고 압박했다. 급기야 대출을 받으라고 요구했다.

허 씨는 더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일을 그만뒀다. 문제는 이때부터 본격화했다. 리뷰 수익을 현금화하려고 하자 대화창이 삭제되고 로그인도 차단됐다. 허 씨는 그렇게 180만원을 잃었다. 그는 억울한 마음에 지난 4일 종로경찰서를 찾았다.

경찰에 따르면 허 씨가 가입한 웹사이트 서버는 해외에서 관리되고 있었다. 허 씨는 돈을 입금한 계좌도 '대포 통장'일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을 듣고 좌절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A 업체와 B 업체 웹사이트 화면.상단에 표기된 업체 명을 제외하고는 거의 유사하다. 2024.09.5/뉴스1 ⓒ 뉴스1 김민재 기자

◇피해자 오픈채팅방에서는 분통…"부모님 보면 눈물만 흘러"

피해자는 허 씨뿐만이 아니었다. 5일 기준 허 씨와 같은 수법으로 돈을 잃은 피해자들은 모두 28명, 총피해액은 2억 원가량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B 업체 사기피해자방'이라는 단체 대화방을 열었다. 'B 업체'는 허 씨가 가입한 'A 업체'의 전신으로 추정된다.

대화방에 접속해 피해 사례를 수집한 결과, 사기 수법은 동일했다. 피해자들은 리뷰를 달면 가전제품을 준다는 블로그 댓글을 보고 체험단 일을 시작했다. 15만 원의 포인트를 지급받아 일을 시작했고, 같은 계좌로 입금할 것을 요구받았다. 또 '팀 미션'에 같이 참여한 팀원들의 이름 또한 같았다. 'B 업체'와 'A 업체'의 사이트 내부 또한 유사했다.

채팅방은 신세 한탄과 분노로 가득했다. 피해자 이 모 씨는 "부모님만 보면 눈물 날 것 같아서 피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최 모 씨는 "만약 가해자가 감옥에 가더라도 우리 돈은 누가 돌려주냐"고 울분을 토했다.

1300만 원을 잃은 설 모 씨(여·40)는 육아로 일을 그만둔 뒤 생활비를 벌기 위해 리뷰 체험단 일을 시작했다. 소액으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비상금까지 입금했다. 설 씨는 "도중에 그만두면 원금을 잃을 수 있다는 말에 어떻게든 돈을 넣었다"며 "스스로가 싫어지고 가슴이 찢어진다"고 털어놨다.

위험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날 허 씨의 블로그 댓글에 적힌 주소를 입력하자 '무료로 리퍼 상품 경험하고 받아 가세요'라고 적힌 화면이 나왔다. 화면 하단의 버튼을 누르자 "현재 체험 기자단 추가 모집 중"이라는 응답이 돌아왔다.

현재 'B 업체' 웹사이트는 차단된 상태다. 하지만 허 씨가 회원 가입한 'A 업체' 웹사이트는 현재도 회원가입을 받고 있다. '상담사 추천 코드'가 없으면 회원가입을 할 수 없지만, '상담사'에게 추천을 받은 이들은 언제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사건이 접수돼 수사 중"이라며 "자세한 것은 수사 중인 사항이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minj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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