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현장] "대한민국 승리 원하는 자리인데 격려해 달라"… '캡틴 코리아' 손흥민의 씁쓸함과 진심 담긴 이야기
(베스트 일레븐=서울)
"대한민국의 승리를 원하는 자리인데…." '캡틴 코리아' 손흥민이 씁쓸함과 진심을 담은 한마디를 전했다.
5일 오후 8시,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2026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1라운드 대한민국-팔레스타인전이 킥오프했다. 경기 결과는 0-0 무승부였다. 한국은 반드시 이길 필요가 있는 홈게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승점 3점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다가오는 오만 원정에서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주장 손흥민은 팔레스타인전에서 분투했다. 그러나 다른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컨디션이 썩 좋아 보이진 않았다. 유럽에서 한국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쌓인 피로도가 깔끔하게 해갈되지 않은 듯했다. 경기 막판엔 슛이 골대를 강타하는 불운까지 겪은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다소 침울한 표정으로 경기 후 믹스트 존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쉬운 승부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손흥민은 7분가량의 인터뷰를 통해 팔레스타인전 직후에 든 생각들을 말했다.
먼저 손흥민은 "이기지 못할 때는 누구보다 아쉽다. 누구보다 괴로운 밤이 될 거 같다. 선수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 찬스도 만들었다. 안 좋은 부분만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어 "한국을 상대하는 팀이라면 촘촘하게 서서 골을 안 먹으려고 노력한다.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들이 남아있다. 실망감을 가져서는 안 된다. 남은 아홉 번 동안 최고의 경기를 펼칠 기회가 남았다. 잘 준비해야 할 듯싶다"라고 덧붙였다.
경기 후엔 김민재가 팬들에게 야유를 자제해달라는 동작을 취하기도 했다. 선수들은 대한축구협회(KFA)와 홍명보 감독을 향한 팬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팔레스타인전을 치러야 했다. 이에 손흥민은 "속상하다. 많은 팬 분들의 입장을 내가 대변할 순 없다. 팬 분들이 원하시는 감독님이 분명히 있었을 거라고 본다. 하지만 결과를 바꿀 수 없는 부분이다. 아까 경기 끝나고도 말씀을 드렸는데, 주장으로서 팀을 생각하면 응원과 사랑을 부탁드린다. 팀원들을 위해서 말을 해야 한다. 감독님에 대해서 선택이 좋다, 안 좋다 생각하실 순 있다. 그렇지만 이미 결정된 건 바뀔 수 없다. 믿고 가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 어렵지만, 응원과 사랑을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손흥민은 캡틴으로서 생각을 더 밝혔다. "팬과 선수들의 관계가 좋아야 한다. 대한민국이라는 팀의 승리를 원하는 자리에 응원하러 오셨는데 안 좋은 분위기보다는 좋은 분위기 속에서 선수들을 격려해주시면 좋겠다. 선수들은 정말 힘들 때 팬들을 원동력으로 삼아 한 발 더 뛸 수 있다. 그런 게 분명히 생긴다. 때문에 홈에서 경기할 때만큼은 우리의 적을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경기 후 국가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은 유럽에서 온 선수들의 체력을 우려했다. 이에 손흥민은 "감독님은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선수들은 많은 팬 분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경기를 하고 있다. 한국을 한두 번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아니다. 매번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영광스러운 유니폼을 입고 나라를 대표해서 경기장을 뛴다.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체력보다는 나라를 대표하는 책임감이 앞선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손흥민은 "(경기 후) 감독님께서 특별한 말씀을 하진 않으셨다. 쉽지 않으셨을 거다. 한마디, 한마디씩 꺼내는 거 자체가 어려우실 거 같더라. 선수들에게는 잘했다고, 최선을 다했다고 말씀을 해주셨다"라고 홍명보 감독의 어려운 심경을 대변했다.
또한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 잔디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내뱉은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원정경기에 단 한 가지 좋은 점이 있다. 그라운드 컨디션이 원정이 더 좋다는 거다.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오늘 같으면 볼 컨트롤에 어려움이 있다. 팬 분들의 눈에도 우리가 좋은 경기와 빠른 경기를 못한다고 보일 만하다. 홈에서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 하루빨리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서울 월드컵 경기장의 잔디 컨디션을 비판했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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