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원의 지도를, 3차원 지구본처럼 돌려보자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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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는 환상의 섬이다.
옛날 뱃사람들은 파도칠 때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지는 것을 꿈인 듯 기억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 지도다.
책 '지구본 수업'은 2차원이지만 곳곳에 입체 '지구본'을 보는 듯한 지도를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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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본 수업 1, 2
박정주·황동하·김재인 지음 l 그림씨 l 각 권 1만9500원
이어도는 환상의 섬이다. 옛날 뱃사람들은 파도칠 때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지는 것을 꿈인 듯 기억했다. 돌아오지 않는 남편이 간 섬, 과부들만 사는 섬, 전설 속에서는 여러 모습으로 전한다. 1900년 영국 상선 소코트라호가 이곳을 지나다가 부딪힌다. 그래서 마라도에서 남서쪽으로 149㎞ 떨어진 섬은 국제적으로는 ‘소코트라 암초’라 불린다. 10m 이상 너울이 칠 때만 보이던 암초가 눈에 보이게 된 것은 2003년이다. 한국은 ‘이어도 종합 해양과학기지’를 암초 위에 건설해 위치를 표시했다. 자원에 대해 독점적 권한을 갖는 유엔 국제해양법상 ‘배타적 경제 수역’을 의식해 적극적으로 ‘보이게’ 영토 표시를 하고 나선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 지도다. 지평선, 수평선 너머 아무리 발돋움을 해도 보이지 않는 땅의 모습을 새가 볼 법한 ‘버드 아이 뷰’로 만들어놓았다. 하지만 이는 비행기를 탈 때 보는 모습과는 다르다. 둥근 지구를 평면으로 펼쳐놓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왜곡은 극지방에서 일어난다. 그린란드는 한반도의 10배지만 지도에서는 100배로 커 보인다.
책 ‘지구본 수업’은 2차원이지만 곳곳에 입체 ‘지구본’을 보는 듯한 지도를 싣고 있다. 그리고 날짜변경선을 시작으로 지구본을 돌려가듯이 차례차례 살핀다. 203개 나라를 수록하면서 440여 컷의 그래픽·도표·사진·그림 등이 이해를 돕는다.
지도를 보면 쉽게 이해되는 ‘지리상의 발견’들이 있다. 말레이반도와 인도네시아 사이의 좁은 해협인 말라카해협을 보면 싱가포르가 지닌 지정학적 이점과, 이것이 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파마나운하와 수에즈운하를 둘러싼 세계 강대국의 다툼도 쉽게 이해된다. 수에즈운하를 관할하는 이집트가 남미의 파마나운하와 비교우위를 점하기 위해 통행료를 할인한다는 뉴스를 접한다면, 그렇게 떨어진 두 운하가 어떻게 경쟁 관계가 되는지도 지도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책은 ‘국가의 탄생’을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 15세기~20세기의 열강의 식민지, 분쟁, 원주민 탄압, 이후의 독립국가 건설 과정 등의 역사를 알게 된다. 처음부터 읽는 방법도 있지만, 분쟁지역 뉴스를 보면 그 분쟁이 어떤 기원을 가졌는지 찾아가서 읽는 방법도 있다. 가자전쟁의 참상을 접하면 지도를 들여다보라. 멀쩡한 팔레스타인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로 나뉘어 있고, 이스라엘은 불법 정착촌을 곳곳에 세웠다. 이스라엘은 중동에 위치하면서 유럽의 스포츠리그에 참여한다는 정보를 포함한 ‘관점 있는’ 텍스트를 함께 읽을 수 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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