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과 위로가 오가는, 온기 가득 ‘그림책 서점’[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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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밀밀'은 '성긴 곳은 더욱 성기게 빽빽한 곳은 더욱 빽빽하게'라는 뜻으로 경주에서 2016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대릉원이 보이는 황남동에 그림책서점이 있고, 무열왕릉이 보이는 서악동에 그림책카페가 있습니다.
그림책서점에서는 그림책과 직접 그린 그림엽서 등을 판매하고, 그림책카페는 음료와 함께 그림책을 보고 그날의 일기를 쓰며 '오늘의 가장 여유로운 때'를 즐기는 곳입니다.
0세부터 100세까지라는 그림책의 슬로건에 맞게, 아기부터 노인까지 서점을 방문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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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책방은요 │ 경주 소소밀밀
‘소소밀밀’은 ‘성긴 곳은 더욱 성기게 빽빽한 곳은 더욱 빽빽하게’라는 뜻으로 경주에서 2016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대릉원이 보이는 황남동에 그림책서점이 있고, 무열왕릉이 보이는 서악동에 그림책카페가 있습니다. 두 곳 모두 낡은 한옥을 고쳐 만들었어요. 그림책서점에서는 그림책과 직접 그린 그림엽서 등을 판매하고, 그림책카페는 음료와 함께 그림책을 보고 그날의 일기를 쓰며 ‘오늘의 가장 여유로운 때’를 즐기는 곳입니다.
남편은 그림책과 사보 등에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였고, 아내인 저는 어린이책 편집자로 책을 만들고, 그림책을 썼습니다. 오랫동안 어린이책 만드는 일을 했지만, 정작 제 아이에게는 그림책을 읽어준 기억이 많지 않았어요. 우연한 기회에 경주에 들렀다가 여행객과 어우러져 첨성대를 산책하는 이 도시의 사람들이 부러워 뒤돌아봄 없이 경주로 이사를 하게 되었어요. 여태 치열하게 살았으니, 이제부턴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좋아하는 것을 함께 나누자고. 그렇게 소박한 마음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소소밀밀 대릉원점은 ‘황리단길’이 유명세를 타면서 서점의 기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드나들었어요. 감사한 일이었지만, 서점에서 머무는 시간만큼은 바깥 공기와 다른 내면의 고요가 일어나길 바랐어요. ‘서점에서 책을 산다는 것은 그날의 경험까지 함께 사는 것’이기에, 소란함을 사가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서점’이라는 쓰임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 스스로 문턱을 높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도 많은 분이 다녀가셨습니다.
무엇보다 서점을 방문하는 손님의 연령이 다양해서 좋았어요. 0세부터 100세까지라는 그림책의 슬로건에 맞게, 아기부터 노인까지 서점을 방문했어요. 그림책을 읽는 어린이의 귀여운 목소리, 책장을 조심스럽게 넘기는 따뜻한 손길, 책을 고르는 어르신의 굽은 등마저도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이 아름다움이 ‘오늘’을 채웠고, 따뜻함으로 되돌아왔어요.
개인적으로 말할 수 없는 슬픈 일을 겪고, 겨우 몸을 일으켜 서점 문을 열었던 날, 아무리 감정을 가다듬어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어요. 한 손님이 아무 말 없이 저를 안아주었어요. 손님도 저도 그냥 펑펑 울었어요. 처음 온 손님이었습니다. 얼마 전엔 한 학생이 눈 수술을 앞두고 실명을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마지막으로 와보고 싶었던 곳이 소소밀밀이었다며, 눈물을 흘렸어요. 저는 제가 받은 위로를 모아 학생을 꼭 안아주었어요. 그 순간만큼은 학생의 엄마가 되어 다시 건강한 눈으로 이곳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진심을 다해 말해주었지요.
따뜻함은 따뜻함으로, 위로는 위로로, 오고 가는 사람들의 발길처럼 따뜻함이 자주 오고 가는 서점이 되고 싶어요. 책을 산다는 것은 그날의 온기까지 함께 사는 것이기에, 제가 받은 따뜻함을 잘 소분해놓겠습니다.
경주/ 글·사진 김지혜 소소밀밀 대표
경주 소소밀밀 대릉원점
경상북도 경주시 포석로1092번길 16
https://www.instagram.com/sosomilm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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