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동물 세계에 관한 인류 최초의 과학적 탐구서[책&생각]

고명섭 기자 2024. 9. 6.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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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의 본성과 구조와 행동에 관한 인류 최초의 체계적 탐구자이자 기록자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물학 저작은 '동물 탐구'(동물지), '동물의 부분들에 대하여'(동물부분론), '동물의 운동에 대하여'(동물운동론), '동물의 발생에 대하여'(동물발생론)의 네 종이 있다.

이중 '동물의 부분들에 대하여'가 아리스토텔레스 동물학에서 가장 중요한 지위를 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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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동물의 부분들에 대하여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김재홍 옮김 l 그린비 l 2만7000원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의 본성과 구조와 행동에 관한 인류 최초의 체계적 탐구자이자 기록자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물학 저작은 ‘동물 탐구’(동물지), ‘동물의 부분들에 대하여’(동물부분론), ‘동물의 운동에 대하여’(동물운동론), ‘동물의 발생에 대하여’(동물발생론)의 네 종이 있다. 이중 ‘동물의 부분들에 대하여’가 아리스토텔레스 동물학에서 가장 중요한 지위를 점한다. 이 책이 국내에 처음으로 완역돼 나왔다. 아리스토텔레스 전문가 김재홍(정암학당 연구원)이 옮기고 해제를 썼다.

이 책에는 선대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에 관한 일화 한 토막이 나온다. 숲에 은거하던 헤라클레이토스를 이방인들이 찾아왔다. 이방인들은 헤라클레이토스가 부엌의 화덕 옆에 앉아 불을 쬐고 있는 모습을 보고 놀라 멈춰 섰다. 그러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이 누추한 곳에도 신들이 있다’며 이방인들을 불러들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앞서 ‘천체론’에서 천체에 관해 모든 것을 말했으므로 이제는 동물의 본성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라며 이 이야기를 꺼낸다. 해면·달팽이·갯지렁이처럼 하찮기 이를 데 없는 동물도 탐구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 아리스토텔레스가 헤라클레이토스 일화를 통해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다지 고귀하다고 할 수 없는 동물에 대한 탐구를 어린아이처럼 싫어해서는 안 된다. 모든 자연물에는 놀라운 것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동물의 부분들에 대하여’가 특별히 중요한 것은 이 책의 제1권이 동물학 전체에 대한 서론의 성격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제1권만으로도 별도의 저작을 이룬다. 이 제1권 첫머리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앎을 학문적 인식(에피스테메)과 일반적 교양(파이데이아)으로 나눈 뒤, 이 교양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교양이란 어떤 분야에서든 제시된 설명이 타당한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교양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말하는 사람이 무엇을 잘 설명하고 무엇을 잘 설명하지 못하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교양을 갖추려면 동물학도 공부할 필요가 있다.

동물학자로서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때까지 통용되던 민간 분류법을 거부하고 ‘유’와 ‘종’의 개념을 끌어들여 동물 분류 기준을 세운다. 이어 동물의 다양성 속에서 일정한 질서를 찾아내 학문적으로 체계화해 설명한다. 이렇게 동물을 설명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는 것이 목적론이다. 몸의 각 부분이 존재하는 필연적인 원인이나, 동물에 따라 기관에 차이가 나는 원인을 목적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그때의 목적은 ‘동물의 생존 또는 복리’다. 생존과 복리라는 목적을 이루는 것이 동물 기관이 존재하는 이유다. 또 동물은 그 목적에 맞춰 기관을 최적의 상태로 만든다. 이런 목적론을 염두에 두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에 관한 유명한 말을 한다. “자연은 결코 무엇 하나 헛된 일이나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는다.” “자연은 가능한 것들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만들어낸다.” 이런 목적론적 설명이 이 책의 핵심을 이룬다. 동시에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기관이 목적론적으로 모조리 설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목적이 확실하지 않은 기관도 있다는 얘기다. 유연한 목적론인 셈이다.

고명섭 선임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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