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차려, 호모 사피엔스야![책&생각]

한겨레 2024. 9. 6.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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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이름 짓자면 자연사적 법칙이라 할 만한 게 있다.

자연사 법칙에 따르면, 다가올 멸종 대상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말이 된다.

만약 호모 사피엔스가 멸종한다면 이를 증명해줄 마지막 존재로 인공지능을 상정해 맨 앞에 놓았다.

자연사의 법칙은 호모 사피엔스에게 여섯 번째 멸종을 늦출 지혜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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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멸종
이정모 지음 | 다산북스(2024)

굳이 이름 짓자면 자연사적 법칙이라 할 만한 게 있다. 지구 생태계에서 최고 포식자 자리를 차지하는 생물종은 반드시 멸종했다는 점이다. 지구에서 펼쳐진 자연사에는 지금껏 다섯 번에 걸친 대멸종이 있었는데, 종의 75% 이상이 멸종했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75%라는 의미가 100마리 가운데 75마리가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라, 100종 가운데 75종은 단 한 하나도 살아남지 못했다는 뜻이라는 점이다. 다섯 차례에 걸친 대멸종에는 공통점이 있다. 직접적인 요인으로 기온변동, 대기 산성화, 산소농도의 하락을 들 수 있고, 그 변화속도가 멸종 여부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이즈음은 여섯 번째 대멸종 이야기가 널리 퍼졌다. 현재 지구 생태계에서 최고 포식자이면서도 생물량이 가장 많은 생명체는 호모 사피엔스다. 자연사 법칙에 따르면, 다가올 멸종 대상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말이 된다. 그런데 특이한 사항이 있다. 지금까지 멸종은 자연에서 일어난 대격변 탓이었다. 대륙이 합쳐진다든지, 화산이 터져버렸다든지, 소행성과 충돌했다든지 하는 이유였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섯 번째 멸종은 호모 사피엔스의 활동이 지구환경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 결과로 벌어질 공산이 크다. 이른바 인류세가 다가올 대멸종의 원인이라는 말이다.

여섯 번째 멸종을 이야기하는 이들은 대체로 생명 다양성의 가치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함께 제기한다.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카산드라의 저주에 빠져 있는 듯싶다. 예언은 정확하지만, 동료 시민이 그 예언을 믿지 않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시민을 어떻게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고 변화를 끌어내느냐 하는 데 있다. 이 어려운 일을 해낼 만한 사람으로 이정모를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해학과 풍자 그리고 유머 있는 칼럼으로 주가를 올린데다 멸종과 기후위기 문제에 천착해와서다.

‘찬란한 멸종’을 읽으며 그 기대가 충족되는 기쁨을 느꼈다. 구성 자체가 특이하다. 부제로 ‘거꾸로 읽는’이라는 수사가 붙었는데,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더랬다. 지은이는 첫 번째 멸종부터 시간순으로 다섯 번째 멸종을 이야기하고 다가올 여섯 번째 멸종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시대를 역순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만약 호모 사피엔스가 멸종한다면 이를 증명해줄 마지막 존재로 인공지능을 상정해 맨 앞에 놓았다. 익숙한 구성에서 탈피한지라 신선한데, 혹시 헷갈린다면 맨 뒤편부터 거꾸로 읽어도 될 듯싶다. 집필방식도 새로웠다. 각 장의 주제에 해당하는 생명체가 주인공이 되어 일인칭으로 서술했다. 마치 자전적 소설을 읽는 듯하여 재미도 있고, 호소력도 높다. 글쓴이 자신의 문학적 재능을 마음껏 발휘한 셈인데, 그 정점은 책의 말미에 희곡양식으로 쓴 달과 바다가 말하는 생명의 탄생 부분이라 할 법하다.

자연사의 법칙은 호모 사피엔스에게 여섯 번째 멸종을 늦출 지혜를 전해준다. 스스로 삶의 방식을 바꿔 탄소배출을 멈추어야 한다.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호모 사피엔스가 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찬란한 멸종’을 읽으며 귓가에 김수철의 ‘정신 차려’라는 노래가 맴돌았다. 여보게 정신 차려, 이 호모 사피엔스라는 친구야, 너 때문에 여섯 번째 멸종이 앞당겨지고 있어!

이권우/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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