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가을 오기의 생각 -오기의 시 1

한겨레 2024. 9. 6.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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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버스정류장 狂人이 앉아 있다.

이것은 늦은 밤 버스정류장 狂人의 생각이다.

이것은 늦은 밤 버스정류장 狂人의 마음이며, 사랑은 오해는 떨어져 이름 얻는 계절의 사물은 狂人을 알지 못한다.

계절은 가만있지 아니하고 오해나 사랑은 더할 나위 없이 가볍고 이름이야 곧 잊힐 테지만 늦은 밤 버스정류장 狂人은 앉아 있기를 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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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버스정류장 狂人이 앉아 있다. 계절이 바뀌어간다. 떨어져야 이름을 얻는 사물이 있다. 오해가 사랑이 되어 떨어진다. 이것은 늦은 밤 버스정류장 狂人의 생각이다. 사랑은 길 건너편에도 있다. 오해는 그만 잊어도 좋다, 그런 식으로 뒹군다. 떨어져 이름을 얻은 그중 하나는 狂人이다. 狂人의 이름은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다. 이것은 늦은 밤 버스정류장 狂人의 마음이며, 사랑은 오해는 떨어져 이름 얻는 계절의 사물은 狂人을 알지 못한다. 사랑도 오해도 떨어져 이름 얻는 계절의 사물도 狂人은 알지 못하는 것처럼. 계절은 가만있지 아니하고 오해나 사랑은 더할 나위 없이 가볍고 이름이야 곧 잊힐 테지만 늦은 밤 버스정류장 狂人은 앉아 있기를 그치지 않는다. 늦은 밤 버스정류장 狂人의 생각과 마음은 들키지 않고 들킬 수도 없다. 이것이 이 가을 오기의 생각이다. 가을 오기의 마음은 아니다. 狂人의 이름은 오기가 아니다. 오기는 슬프다. 그것은 내가 찾는 조각이 아니었다.

-‘유희경의 9월’이란 부제가 붙은 유희경의 시·에세이 ‘나와 오기’(난다, 2024)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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