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고속道' 제시한 100일 우주청…"기반 기술부터" 조언도
저비용발사체, 스페이스X 비용 절반 수준 목표
전문가들 "가시적 성과 대신 기반 기술 집중해야"
"대한민국이 더 잘 살 수 있는 동력을 우주항공 산업에서 찾겠다. 20년 뒤에 우주항공 시장의 10%를 점유하겠다"
윤영빈 초대 우주항공청장의 포부다. 지난 5월 27일 첫 발을 뗀 우주항공청이 100일을 넘어섰다. 우주청은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재활용 발사체를 기반으로 한 '우주고속도로' 체계 구축, 궤도수송선과 재진입비행체 개발, 2027년 공공위성 발사 서비스 구매 등 우주수송 체계의 큰 그림을 제시했다.
우주판 '경부고속도로' 건설 목표…'L4 탐사' 나선다
'우주수송 분야의 효율화'는 우주청의 커다란 목표다. 지구 저궤도까지 수송하는 데 드는 비용을 1kg당 1000달러(약 130만 원)로 낮춰 '우주 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윤 청장은 "경부고속도로가 우리 경제 발전의 기틀이 됐듯 우주경제 실현을 위해선 우주 고속도로를 만들어야 한다"며 "재사용 발사체 등을 개발해 2030년대 지구와 우주를 자유롭게 오가는 수송 체계를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누리호 개발에만 10년이 소요된 것처럼 발사체를 개발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수송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는 재사용 발사체 개발이 필수인데,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는 비용도 많이 들고, 일반 발사체보다 개발 시간도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2030년 중반 정도에나 본격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이스X는 로켓을 다시 회수해 재사용하는 기술로 수송비용을 1kg당 2000달러(약 260만 원) 수준으로 가격을 낮췄다.
윤 청장이 '시그니처 프로젝트'라고 밝힌 2035년 L4(태양계 우주관측소) 탐사선 발사에도 이목이 쏠린다. L4는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라그랑주점 중 하나로, 현재까지 전혀 개발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다. L4 탐사에 성공하면 태양풍을 관측해 향후 우주탐사 과정에서 피해를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다만 L4에 도달할 위성을 제작하는 데에는 최대 11년까지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4 탐사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구체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어 2025년 예산도 현재까지 별도로 편성되지 않은 상황이다.
인력 아직은 '반쪽'…현장 소통·국제 협력은 성과
아직 '반쪽짜리 인력'이지만, 구성은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우주청 전체에서 석·박사 학위가 있는 전문가는 50%에 달한다. 특히 연구개발(R&D)와 산업 육성의 업무를 맡은 임무본부의 경우 박사가 43%, 석사 35%로 석·박사 인재가 78% 비율로 포진해 있다. 다만 아직 정족 인원의 절반 밖에 채우지 못해 우주청은 인재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한재흥 카이스트 우주연구원장은 "정족 인원을 한꺼번에 채우는 것보다 과제를 발굴해 나가면서 적격의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연구 발전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청장이 '민간 주도의 우주 산업 생태계'를 강조한만큼 현장과의 소통 행보도 100일 동안 이어졌다. 민간기업을 비롯한 우주항공 업계 현장의 고충을 듣고, 우주산업 발전을 위한 논의를 하기 위한 방식으로 '릴레이 간담회'를 진행했다. NASA 경험이 있는 존 리 본부장을 내세운 국제 사회와의 협력도 성과로 꼽힌다. 지난 6월 'UN 우주의평화적이용위원회(COPUOS)'와 'UN 달 활동 콘퍼런스'에 참석해 우주항공청을 알렸고, 우주과학 분야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인 국제우주연구위원회(COSPAR)를 지난 7월 부산에서 개최해 전 세계 우주과학자들을 한 자리에 모으기도 했다.
전문가들 "가시적 성과 대신 인프라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이같은 우주청의 목표에 대해 무리한 목표를 내세우기보다 현실성 있는 기술을 단계별로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우주 강대국들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선도국인 미국이 방대한 예산을 투입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NASA형'을 따라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예산과 인력 부족이라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장영근 전 한국항공대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우주 기반 기술이 약한 편이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 강국과 경쟁하는 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 있어서도 미국을 쫓아갈 것이 아니라 기반 기술을 차근차근 한 단계씩 마련하는 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효충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L4 탐사와 같은 시그니처 프로젝트도 필요하지만 기반 기술을 보완하는 사업과 정책도 병행해 추진해야 한다"면서 "우주항공청이 제도도 뒷받침하고, 외국에 비해 뒤처져 있는 기술을 보완할 수 있는 인프라와 인력을 튼튼히 다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간 주도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에서도 '저변 확대'가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황호원 한국항공대 항공우주정책대학원장은 "근거 없이 숫자로만 목표를 제시하니까 불안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위성이나 통신 분야의 스타트업을 키우고 인턴십을 확대한다든지 국가기관으로서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 중심의 틀을 만들어주면서 저변을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민간 주도의 우주항공 산업을 꾸리는 데 풀어야 할 갈등도 산적해 있다. 지적재산권을 둘러싸고 잠시 '휴전' 상태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항우연의 갈등 문제는 아직 결론이 나지 못한 상태다. 윤 청장은 "또 다른 민간기업 기술 이전 상황에서도 (한화-항우연과 같은 갈등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며 "(우주항공 산업이) 민간 주도로 가는 과정에서 제도적인 문제 개선까지 함께 고민해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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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성은 기자 castlei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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