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저출생 문제, 헌법에 넣어야 해결할 수 있어"[만났습니다]①

김유성 2024. 9. 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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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전 국회의장 인터뷰
"87년 개도국 시절 헌법, 지금 시대 韓과 맞지 않아"
"선거제·정당법 바꿔 대화·타협 제도화 해야"
"당대표 없애고 원내 중심 정당으로 바꿔야"

[이데일리 김유성 이데일리TV 이혜라 기자]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을 끝으로 50년 공직 생활을 마무리했던 김진표 전 의장은 지난 4일 이데일리TV ‘신율의 이슈메이커’에 출연해 개헌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그는 개발도상국 시절에 만들어진 헌법이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지금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런 괴리로 사회적 갈등과 정치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고 추정했다.

김 전 의장은 한국의 저출생 상황을 국가 위기로 규정하고 헌법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저출생 극복 노력을 대통령 등 국가 지도자들의 의무로 지우고 이를 헌법에 수록하자는 주장이다.

지난 6월 출범한 22대 국회에 대해서 그는 ‘대화와 타협’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회 ‘룰’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정당법과 선거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해 ‘다수의 민의’가 반영될 수 있는 국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이다. 이 중 하나가 ‘중대선거구제’ 도입이다. 승자 독식 선거구제로는 다수 민의가 반영되지 못한다고 본 것이다.

또 당대표나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정당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원내 정치인을 중심이 돼 상대 당과 대화하고 타협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4일 이데일리TV ‘신율의 이슈메이커’에 출연해 개헌 등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다. (사진=화면캡처)
다음은 김 전 의장과의 일문일답이다.

-22대 국회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사회가 변화하고 발전하는 과정에는 대립과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상당수는 법과 제도 등 행정의 틀로 해결된다. 그럼에도 타협이 안되는 게 있다면 정치가 나서 풀어야 한다. 정치가 잘되면 이 나라 발전에 희망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정치는 싸움을 위한 싸움을 한다. 남는 게 없다. 없는 갈등도 만들어 낸다. 자기 정당, 자기 개인에 유리하도록 갈등을 증폭시킨다. 그러니 국민들은 정치를 불신한다. 그래서 대화와 타협을 제도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나아가 국회를 구성하는 ‘룰’을 바꿔야 한다. 정당법과 선거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거제 개혁은 중대선거구제 전환을 의미하는 것인지?

△그렇다. 소선거구제의 치명적 단점이 우리 정치에 그대로 묻어 나오고 있다. 한 표라도 이기면 승자가 되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말이 되든 안되든 상대방을 무너뜨리려고 한다. 정치 무대 파트너로 인식하지 않는다.

몇 십년 전에는 국가와 사회, 미래를 위해 자기 개인적 욕심을 내려 놓을 줄 알았다. 대화와 타협이 됐다. 대표적인 게 5공 청산 청문회다. 그때는 광주의 비극에 대해 정치적으로 교통정리를 하지 않으면 수사·재판 과정에서 또 다른 쿠데타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봤다. 이 때 여야가 협상을 해 5공 청산에 대한 합의를 했다. 그 결과 당대 최대 실력자인 정호영과 금융 황제 이원조를 정계 은퇴 시켰다. 이런 게 정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정당법 개혁은 무슨 의미인지?

△정당은 공정한 ‘룰’로 좋은 후보자를 가려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정당은 그렇게 하지 못하다. 여당은 대통령 혹은 당대표가 좌지우지 해왔다. 그나마 야당은 괜찮다고 했는데 지난 번 선거를 보니 ‘말이 안되는 공천 결과’가 나왔다.

이런 정당의 운영비는 전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비민주적 활동을 하는 정당에 왜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어야 하나. 이런 점에서 정당법을 고칠 필요가 있다. 제가 보기에 원내 중심 정당으로 바꾸는 게 맞다.

-중앙당을 최소화하자는 의미인지?

△미국 정치에는 중앙당이 없다. 원내 정당 중심으로 원내대표가 실질적인 당 대표 역할을 한다. 원내 정치인들은 국민 앞에서 숨김없이 대화하고 토론한다. 모든 후보자는 경선으로 뽑는다. 이를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 개방형 예비선거 제도)라고 한다. 이런 시스템으로 옮겨가는 게 우리 정치에 필요하다.

-21대 국회 말미에 개헌을 호소했다.

△우리 헌법은 1987년에 만들어졌다. 당시 대한민국은 어땠나? 개도국 초기 단계였다. 지금 대한민국은 선진국 문턱까지 왔다. 엄청난 사회 변화가 있었다. 그런데도 37년 전 만든 옷을 억지로 입고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갈등이 만들어지곤 했다. 국회의장 때 이를 고쳐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또 다른 한편에서 봤을 때,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개헌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 저출산 정책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 5년 단임제’에 있다고 본다. 5년 단임 대통령은 5년 동안 효과가 나오는 것만 하려고 한다. 효과가 뒤에 나올 것에 관심 갖는 대통령은 없었다. 저출산 정책은 최소 10~20년 일관되게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래서 ‘지속 가능한 인구 대책’이라는 장을 (헌법에) 만들고 그걸 안 하면 대통령이든 장관이든 책임을 묻게 해야 한다.

-지금까지 개헌 시도가 계속 무산됐는데,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개헌을 하려면 200명 이상 국회의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게 힘들다. 이렇게 되려면 국민 80~90%가 개헌을 지지해야 한다. ‘개헌을 안 하면 다음에 국회의원 하기 어렵겠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개헌에 대한 지지율은 60% 대에 머물러 있다. 정치에 관심 없는 일반 국민 30~50%는 국회에 대한 불신이 높다. 국회에 (권한을) 잘못 넘기면 나라가 망한다고 여기는 것 같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4일 이데일리TV ‘신율의 이슈메이커’에 출연해 개헌 등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다. (사진=화면캡처)
-이민 정책은 어떻게 보나?

△당장 시급하다. 저출산에 따라 우리 제조업과 서비스 분야에 훈련된 전문 인력 53만명이 부족하다고 통계청이 공식 발표가 있을 정도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은 G10에서 밀려난다. 전문 인력 없이 제조업이 얼마나 지탱하겠는가. 그래서 호주나 캐나다는 물론 일본처럼 이민에 소극적이었던 나라들도 ‘고등교육 받은 사람’을 수입해 쓰려고 한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 개발원조사업(ODA) 규모가 올해 6조3000억원 정도 된다. 3~4년 사이 10조원이 될 것이다. 이 돈으로 개도국 사람들을 교육하고 우리가 필요한 제조업·서비스 분야 전문 인력을 키워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 글로벌혁신연구원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후배 정치인·관료가 올바른 방향으로, 확신과 열정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자’는 취지로 설립했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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