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죽을 때 기다리나"…30년 전 사라진 딸, 경찰도 감감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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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쯤 조양의 친구가 경찰을 통해 "어머니 정씨에게 제보하고 싶다"고 알렸다.
경찰은 그 친구의 전화번호를 끝내 정씨에게 공유하지 않았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은 정보주체의 요구에 따라 자신의 개인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제한하지 않는다"며 "실종자의 수색등에 있어 개인정보처리의 어려움 등을 듣고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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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2년 9월13일 전남 순천에서 조수민양(당시 16세)이 하굣길에 실종됐다. 어머니 정미령씨(69)는 22년째 딸의 행방을 찾고 있다. 실종 직후 경찰에 신고했지만 관계 기관은 긴 세월 동안 실종 수사 상황을 단 한 번도 가족에게 알려준 적이 없다.
3년 전쯤 조양의 친구가 경찰을 통해 "어머니 정씨에게 제보하고 싶다"고 알렸다. 경찰은 그 친구의 전화번호를 끝내 정씨에게 공유하지 않았다.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한다는 이유다. 정씨가 대신 자기 번호를 친구에게 알려달라고 했지만 그 요청마저도 들어주지 않았다.
#2. 양유진씨(48)는 부모의 뒤를 이어 43년 전 서울 종로구에서 사라진 남동생 양승우군(당시 3세)을 찾고 있다. 남매의 어머니는 알츠하이머병을 앓다가 5년 전 끝내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입원 중에도 "우리 아들이 서울 강북구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병원을 자꾸 뛰쳐나왔다.
보건복지부와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은 지난 5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실종가족 간담회'를 비공개로 열고 실종아동 보호와 지원 사업 실태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간담회에는 실종된 가족을 찾고 있는 부모와 형제자매들 40여명이 참석했다. 실종 이후 수십년이 흐르면서 가족들 나이도 지긋해졌다.
장기실종 가족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낮 1시쯤 비공개 간담회가 끝난 뒤 만난 가족들 일부는 노년기에 접어들어 거동이 불편해보였다. 허리에 복대를 차고 천천히 걷는 어머니, 지팡이를 짚은 아버지가 이른 아침부터 전국 각지에서 집을 나서 간담회 자리에 참석했다.
간담회에서 실종가족들은 보건복지부에 △실종 수사 상황 공유 △유전자(DNA) 채취·대조 절차 간소화 △실종가족·실종당사자 개인정보 접근 권한 강화를 요구했다.
경찰과 보건복지부 등 관계 기관이 '부모를 찾고 싶다'고 찾아온 실종아동 본인에게도 실종 수사 상황이나 당시 기록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실종가족이 이같은 정보에 접근할 수 없었던 사례도 수두룩하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어서 알려줄 수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경찰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수사 정보 공개 문턱을 낮춘 사례가 없지는 않다. 지난 6월 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화재사고수사본부는 CCTV(폐쇄회로TV) 등 수사 증거 자료를 가족이 원할 때 구두로 요청만 하면 바로 볼 수 있도록 조치했다. 유족의 요청이 잇따르자 기존 10일 이상 걸리던 절차를 간소화한 사례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은 정보주체의 요구에 따라 자신의 개인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제한하지 않는다"며 "실종자의 수색등에 있어 개인정보처리의 어려움 등을 듣고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실종가족 부모들의 건강이 악화하면서 간절함이 커진다. 코로나19(COVID-19) 대유행 기간 폐 질환을 앓던 부모들은 "누가 나를 대신해줄 수 있냐"며 두려운 감정을 드러냈다고 한다. 전국 곳곳에 현수막을 붙이며 25년간 딸 송혜희(당시 17세)을 찾아 헤매던 송길용씨(71)가 급성심근경색증을 앓다가 지난달 교통사고로 숨진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30년 전 사라진 실종아동 서희영양(당시 10세) 아버지이자 실종아동찾기협회를 이끄는 서기원 대표는 간담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실종가족 부모가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거냐"며 "연세 드신 분들은 몸도 힘들다. 우리가 없어지기를 바라냐"고 말했다고 한다.
남동생을 43년째 찾고 있는 누나 양모씨는 취재진과 만나 "가족들이 돌아가신다고 해서 실종아동 찾기를 정부가 공식적으로 끝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기관이 나서서 찾지 않으니 수색이 뒤로 밀리지 않겠냐. 희망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실종 신고 후 1년 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장기실종아동은 1094명에 달한다. 이 중 93%인 1020명은 20년 이상 실종된 상태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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