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주도 ‘뉴스페이스 시대’?…우주청, 공동연구 계약지침부터 마련해야

최지원 기자 2024. 9. 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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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청이 우주 산업을 민간 기업이 선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지만 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이 (개발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진 국방대 교수는 "아직도 정부가 정부 주도의 우주 개발에 갇혀 있는 것"이라며 "민간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으면 사전에 이런 가이드라인 마련부터 뉴스페이스에 대한 인식 제고 과정이 선행됐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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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연-한화, 기술 지재권 갈등속
과기부선 구체적 지침 제시 안해
“지침 준비-인식 제고 선행됐어야”


우주항공청이 우주 산업을 민간 기업이 선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지만 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와 기업의 공동 연구에 관한 계약 가이드라인조차 없었다.

우주청은 5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개청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지구 저궤도까지 가는 수송비용을 kg당 1000달러 이하로 낮춰 2030년대에는 우주 경제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이 (개발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와 달리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을 위한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건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간 지식재산권 갈등이다.

항우연은 올해 조달청을 통해 차세대 발사체 사업 체계종합기업을 공모했고 한화가 최종 선발됐다. 차세대 발사체는 약 10t의 화물을 지구 저궤도까지 운송할 수 있는 대형 발사체 사업이다. 사업은 아직 시작 전이지만 양측은 차세대 발사체 기술 지재권을 두고 갈등 중이다.

양측 입장은 ‘차세대 발사체 지재권 공동 소유’ 문제에서 첨예하게 갈린다. 항우연은 민간이 공평하게 기술 혜택을 받으려면 항우연이 지재권을 단독 소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화에 귀속돼 있으면 다른 기업이 사용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반면 한화는 기업이 지재권을 공동 소유해야 향후 시장에서 사업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한국보다 일찍 뉴스페이스를 연 미국과 일본의 경우 이런 갈등을 막기 위한 계약 가이드라인이 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2020년 4월 공개한 지적 재산 정책에 따르면 JAXA는 기업과 공동 지재권을 갖고 있더라도 제3자에 대한 이용 허락은 기업의 동의 없이 사전 통지로만 진행할 수 있다.

만약 기업이 일정 기간 동안 지재권을 제3자에 공유하지 않고 독점하고 싶다면 지재권 출원에 드는 비용, 유지관리 비용, 독점료 등을 부담하고 최대 10년간 독점권을 확보할 수도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경우도 JAXA와 유사하다.

많은 나라가 이미 해결책을 마련해놓은 상황이지만 정부는 항우연과 한화에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우주항공청 관계자는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담당 과에서 아주 일반적인 내용의 공문을 보낸 적은 있으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과기정통부 산하에서 지재권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역시 ‘부처의 요구가 있을 경우’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영진 국방대 교수는 “아직도 정부가 정부 주도의 우주 개발에 갇혀 있는 것”이라며 “민간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으면 사전에 이런 가이드라인 마련부터 뉴스페이스에 대한 인식 제고 과정이 선행됐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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