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율곡정신문화진흥원'에 거는 기대

경기일보 2024. 9. 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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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 이이(栗谷 李珥)는 1536년 덕수 이씨 원수 공과 평산 신씨 사임당 사이에 태어났다.

경기도와 파주시가 나서 전통문화 유산의 조사연구를 통해 미래 사회를 이끌어 갈 정신적 좌표를 확립하고 유교문화의 전통과 가치를 인류 유산으로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율곡정신문화진흥원'을 설립해야 한다.

연수원 시설을 존치해 대한민국 정신문화의 본산이자 경기도 기호철학의 본향인 파주에 율곡정신문화진흥원을 설립하는 게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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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홍 파주문화원장

율곡 이이(栗谷 李珥)는 1536년 덕수 이씨 원수 공과 평산 신씨 사임당 사이에 태어났다. 이미 8세 때 ‘화석정 시’, 10세 때 ‘경포대 부’를 지었고 29세까지 아홉 번이나 장원급제해 이조·병조판서와 대사간을 지냈다.

그의 저술 자경문(自警文)과 성학집요(聖學輯要), 격몽요결(擊蒙要訣)에 그의 교육사상이 잘 드러나 있고 이기일원론과 민본사상으로 압축되는 정치철학과 정의로운 경제활동, 부국강병 등을 주장해 류성룡으로부터 “율곡은 참으로 성인이다”라는 극찬을 받았다. 율곡의 학문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경험에 근거해 합리적 판단을 구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수기치인(修己治人)을 근본으로 인격과 학문을 닦고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율곡은 후학 양성에 주력한 이황과 달리 현실정치에 뛰어들어 조선 사회를 개혁하는 데 힘썼다. 이황이 성리학의 기틀을 닦았다면 율곡은 그 토대 위에서 ‘경세(經世)’로 나아갔다. 특히 기호철학의 중심 인물인 우계 성혼과 율곡은 임진강변 율곡리와 늘노리를 번갈아 오가며 아홉 차례나 서신을 주고받았다.

이때 두 사람의 사단칠정(四端七情)과 인심·도심(人心·道心) 논쟁을 통해 조선 성리학의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렸는데 역사가들은 이 시기를 원리주의에 머물렀던 성리학을 세계적인 동양철학으로 발전시킨 전성기로 높이 평가한다. 기호철학은 휴암 백인걸을 비롯해 율곡, 우계, 구봉 송익필, 남계 박세채, 사계 김장생, 우암 송시열 등 수많은 학자를 배출했고 이들을 모시는 향교와 서원이 6개소에 이른다. 문묘에 배향된 동방 18현 중 파주와 관련된 분이 여섯 분이나 된다는 것은 파주가 동양철학의 본산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문화는 정신이다. 대한민국의 눈부신 성장 이면에는 유교문화에 바탕을 둔 수기치인 정신이 있기에 가능했다. K-컬처의 바탕에도 유교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안동에는 1995년 경북도가 설립한 ‘한국국학진흥원’이 있다. 논산에는 2022년 충남도가 설립한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이 있다. 그런데 정작 한국 유교 철학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파주에는 이런 연구·교육시설이 없다. 파주문화원에 율곡학 사업단이 설립돼 콘텐츠 개발과 인문학 강좌를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경기도와 파주시가 나서 전통문화 유산의 조사연구를 통해 미래 사회를 이끌어 갈 정신적 좌표를 확립하고 유교문화의 전통과 가치를 인류 유산으로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율곡정신문화진흥원’을 설립해야 한다. 최근 자운서원 내 ‘율곡연수원’을 폐지하고 학교를 설립하겠다는 경기도교육청 결정이 갈등을 빚고 있다. 연수원 시설을 존치해 대한민국 정신문화의 본산이자 경기도 기호철학의 본향인 파주에 율곡정신문화진흥원을 설립하는 게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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