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마크롱, 새 총리로 우파 바르니에 전 장관 임명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5일 공화당 소속 미셸 바르니에(73) 전 장관을 새 총리로 임명했다. 바르니에는 22세부터 50년간 정계에 머물며 프랑수아 미테랑, 자크 시라크,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시절 여러 장관직을 거친 베테랑 정치인이다.
프랑스는 지난 7월 7일 조기총선에서 집권 르네상스가 이끄는 중도연합 앙상블이 패배한 뒤, 새 총리 자리를 둘러싸고 의회를 3분한 주요 정당 간 세 싸움이 벌어지면서 두 달 가까이 총리를 임명하지 못했다. 바르니에의 세 총리 임명은 이런 와중에 의회의 탄핵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낮은 사람을 골랐다는 평이 나온다.
프랑스 대통령실(엘리제궁)은 이날 “바르니에 장관에게 국가와 프랑스 국민을 위해 봉사할 통합 정부를 구성할 임무를 맡겼다”며 “이번 임명은 전례없는 협의 과정을 거쳤고, 차기 총리와 정부가 안정적이고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췄는지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기 총선에서 예상을 깨고 1위를 한 좌파연합(신인민전선·NFP)의 총리직 요구 속에, “극좌·극우에 정부를 넘길 수 없다”며 온건 좌파와 중도, 온건 보수 세력이 뭉친 이른바 ‘공화국 세력의 연정’을 주장해 온 마크롱 대통령이 자신의 고집을 관철했다는 해석이다. NFP는 현재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 6월 유럽 의회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극우 국민연합(RN)은 조기총선 2차 투표에서 좌파와 중도가 연합한 ‘공화국 전선’ 탓에 3위에 그쳤다.
프랑스에선 그러나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를 의회(하원)가 불신임을 해 언제든 낙마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23일부터 여러 정당 지도자와 연쇄 회동하며 적합한 총리 후보를 물색해 왔다. 여러 온건 좌·우파 인물이 후보로 거론됐으나, 하원에서 불신임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은 모두 걸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언론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바르니에 총리를 선택한 것은 후보군 중에 그나마 불신임 가능성이 가장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간 르파리지앵은 “마크롱에겐 우파인 바르니에 총리가 자신이 지난 7년간 이뤄온 정책을 되돌리지 않을 것이란 믿음도 있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총선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결국 총리직을 빼앗긴 NFP는 강력 반발했다. 장뤼크 멜랑숑 LFI 대표는 소셜미디어 동영상을 통해 “선거를 도둑맞았다”며 “총선 2차 투표에서 막아낸 극우 RN의 정치적 입장과 가까운 사람이 임명됐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마누엘 봉파르 의원도 “LFI 의원 72명이 바르니에 내각을 불신임할 것”이라고 했고, 올리비에 포르 사회당 대표는 “선거에서 4위를 한 정당(공화당)의 인물이 총리가 되다니,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 정점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극우 RN은 좌파 인사가 총리가 되지 않은 점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는 “그에게 RN 유권자를 존중하고 구매력과 안보, 이민 등 주요 긴급 현안이 해결되길 요구하겠다”며 “만약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모든 정치적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했다.
바르니에 총리는 1973년 사부아 지방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1978년 총선에서 사부아 지역구 의원으로 선출되면서 당시 최연소 하원 의원이 됐다. 15년간 하원 의원으로 활동하다 1993년 미테랑 대통령 정부의 환경부 장관이 됐고, 1995년 시라크 대통령 정부의 유럽 문제 담당 장관, 2004년 외무 장관을 역임했다. 사르코지 대통령때는 농수산부 장관을 지냈다.
그는 1999년 유럽연합(EU)의 지역 정책 담당 집행위원, 2010년 내부 시장 및 서비스 담당 집행위원을 맡았고 2016년에는 영국의 EU 탈퇴를 논의하는 EU 측 수석 협상 대표로 나섰다. 이로 인해 ‘미스터 브렉시트’라는 별명을 얻었다. 2022년 대선 도전을 선언했으나 2021년 공화당 내부 경선 1차 투표에서 떨어졌다.
정치적 성향은 강경 우파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2년 대선 도전 당시 프랑스인을 보호하고 심각한 위협이 되는 외국인을 추방하기 위해 공권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또 마요트와 프랑스령 기아나 내 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에게 자동으로 프랑스 국적을 부여하는 제도도 폐지하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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