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의 1.5배 크기… 성산에 제2공항 짓는다

김아사 기자 2024. 9. 6.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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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 8년여 만에 국가 사업 확정, 오늘 계획안 고시
총면적 551만㎡… 5조원 이상 투입, 1690만명 수용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551만㎡(약 166만6000평) 규모로 들어설 제주 제2공항 조감도. 완공되면 연간 1690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정부가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을 국가 사업으로 확정하기로 했다. 지난 2015년 11월 공항 건설 계획을 처음 공개한 지 8년 10개월 만이다. 현재 제주공항 이용객이 늘면서 사실상 포화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항을 추가로 짓는 데 대한 제주 지역 내 반대 목소리가 커 실제 착공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제주2공항 건설 사업 기본 계획을 6일 고시한다고 5일 밝혔다. 기본 계획을 고시하는 것은 정부가 제주2공항을 건설하겠다고 확정하고 대외 공표한다는 뜻이다.

일러스트=박상훈

정부의 기본 계획안에 따르면, 제주2공항은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551만㎡(약 166만6000평) 규모로 건설된다. 350만㎡ 규모인 현 제주국제공항보다 57% 넓다. 총사업비는 5조4532억원이다. 국토부는 “제주2공항은 여객 1690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면서 “향후 2단계 확장 사업을 진행해 1992만명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래픽=이철원

제2공항 추진의 관건은 제주 지역 여론이다. 제주 내에선 제2공항 추진에 대해 찬성과 반대 입장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특히 공항 건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 훼손 문제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며 주민투표를 통해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올해 제주 지역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제주2공항 건설에 대해 반대가 47.7%, 찬성이 46.1% 나왔다. 국토부 측은 “착공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제주도의회 등과 논의해 공감대를 가지면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6일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을 고시한다고 5일 밝혔다. 사진은 제2공항 예정 부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를 드론 촬영한 모습. /뉴스1

정부가 제주2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건 1968년 문을 연 제주국제공항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주공항을 이용한 여객은 약 1502만명이었다. 공항 규모는 작고 노후화됐는데 이용객들이 몰리면서 항공기 지연, 승객 대기가 일상이 됐고 이에 따른 불만이 수년간 지속됐다. 실제 지난해 제주공항은 전체 운항 횟수 16만3215편 중 24.7%(4만427편)가 지연됐다. 국토부는 “2055년이면 이용객이 4108만명(국내선 3797만명, 국제선 311만명)에 달할 것”이라며 “새로운 공항 건설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런 이유로 국토부는 지난 2015년 11월 제주2공항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2016년 예비 타당성 조사도 마쳤다. 그러나 제주 지역 일부 주민과 환경 단체 등이 조류 보호, 지형 보존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시하며 제동이 걸렸다. 지난 2021년 제주도와 도의회는 조사 기관 2곳을 통해 여론조사까지 진행했는데, 당시 두 곳 모두 반대(51.1%, 47%)가 찬성(43.8%, 44.1%)을 앞섰다.

5일 정부가 발표한 기본 계획에 따르면, 제주 제2공항은 길이 3200m, 폭 45m의 활주로를 갖추게 된다. 이는 글로벌 항공사들이 운영하는 대형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규모다. 또 항공기 28대가 동시에 대기할 수 있는 31만900㎡의 계류장과 11만8000㎡ 규모의 여객 터미널 등도 지어질 예정이다. 향후 2단계 확장 공사까지 마치면 여객 1992만명이 이용할 수 있는 규모가 된다고 국토부는 밝혔다.

그래픽=이철원

국토부는 제주2공항을 ‘친환경 공항’으로 짓겠다는 방침도 포함했다. 여객 터미널은 에너지 소비량의 60~8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지하수 보존과 생물 대체 서식지 조성을 위한 친환경 사업도 함께 시행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다른 국가 건설 사업의 기본 계획을 고시할 때와는 달리 제주 제2공항에 대해선 구체적인 개항·착공 시점을 공개하지 않았다. 개항 시점을 ‘착공 후 5년’이라고만 제시했다. 찬반으로 첨예하게 갈린 제주 지역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제주에서는 지역 발전을 위해 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투기와 난개발, 환경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가 여전히 큰 상황이다. 반대하는 주민, 환경 단체 등은 주민 투표를 통해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실제 공항 건설을 위한 공은 제주도 손으로 넘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착공을 위해선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야 하는데, 제주도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건설 사업은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주도와 협의해야 하고 도의회 동의도 필요하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도 국토부에 기본 계획을 고시한 뒤 제주도 판단에 맡기라고 건의했었다.

국토부 측은 “향후 여러 갈등 조정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미리 답을 갖고 가지는 않겠다”고 했다. 제주도는 이날 “기본 계획 고시를 환영한다”며 “후속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항업계 전문가들은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공항 건설까진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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