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만든 노래 아니었어?… AI 사기曲, 133억원 챙겼다
미국에서 인공지능(AI)으로 음원을 대량생산한 뒤, 실제 음악가가 쓴 곡인 것처럼 둔갑시켜 거액의 음원 수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는 남성이 검찰과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인류 생활 전반과 예술 향유 방식까지 획기적으로 바꿔놓은 첨단 기술이 범죄의 도구로 악용되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 뉴욕남부연방지검과 FBI는 이 같은 혐의로 노스캐롤라이나 거주 음악가 마이클 스미스(52)를 기소했다고 4일 발표했다.
그는 2017년부터 최근까지 AI 등으로 만든 수만여 곡을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유령 음악가 수천명의 작품이라고 속여서 애플뮤직·스포티파이·유튜브뮤직·아마존뮤직 등에서 무한 반복 재생해 최소 1000만달러(약 133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I 기술과 가짜 계정을 활용해 음원이 재생될 때마다 창작자 몫으로 지급되는 수익을 허위로 창출한 것이다. 음악 업계를 상대로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을 연상시키는 ‘1000만달러 사기극’을 벌인 셈이다.
검찰이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스미스는 2017년 부당 음원 수익을 받아낼 목적으로 봇 계정(자동화 프로그램) 1만개를 만들고, 온라인 업자에게 사들인 수천개의 가짜 이메일 주소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가짜 음악인들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별도의 인력을 고용해 가짜 음악인들이 음원 수익에 대한 권리를 가진 창작자인 것처럼 음악 재생 서비스 업체·음원 유통 업체 등에 등록시켰다. 음악을 재생하거나 내려받을 때마다 창작자 몫으로 일정 비율로 계산된 소정의 금액이 지급되는 은행 계좌와 카드까지 마련했다.
그는 국내에서도 음원 사재기와 재생 횟수 조작에 활용되는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반복 재생 프로그램 ‘매크로’도 구입했다. 자신이 만든 음원만으로는 동시다발적인 음원 등록·재생이 어렵겠다고 판단하자 2018년 AI 음원 제작 업체 및 음반 홍보 업체를 끌어들여 AI가 단시간에 만들어낸 수만곡을 공급받아 음원 사이트에 올려서 재생했다. 스미스는 대부분의 음악 청취자들이 CD·LP 등 실제 음반을 구입하는 과거 방식에서 탈피해, 정기적으로 구독료를 내고 음원을 무한 반복 청취하는 방식으로 갈아탔다는 점을 치밀하게 악용했다.
노래 한 곡이 재생될 때마다 작사·작곡가 등 창작자 몫으로 돌아가는 금액은 평균 1센트(약 13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지만, 많은 사람이 더 오래 들을수록 돌아가는 몫은 많아진다. 이 점을 노려 매크로 등을 동원해 순위를 조작하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고, 이를 적발하려는 음원 재생 서비스 업체들의 쫓고 쫓기는 온라인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검찰과 FBI는 “이번 사건은 인위적으로 음원 재생 횟수를 부풀리다 형사 기소된 첫 사례”라고 밝혔다. 스미스에게는 사기·사기 공모·자금 세탁 등 3개 혐의가 적용됐으며 유죄가 모두 인정될 경우 혐의마다 최장 징역 20년까지 선고가 가능하다고 검찰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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