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폭 줄어든 서울 아파트 가격, 안정세 접어들까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일주일 새 0.21% 오르며 24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달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규제가 시행되면서 상승 폭은 전주(0.26%)보다 0.05%포인트 줄었다. 부동산 시장에선 이번 대출 규제가 ‘똘똘한 서울 아파트 한 채’로 몰렸던 주택 매수 수요를 잠재울지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8·8 대책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주택 공급이 확대될 것이란 신호를 주고, 대출 규제로 주택 수요 관리에 들어갔다”며 “아파트 매수 수요를 억눌러 집값을 잡겠다는 취지인데, 미국 금리 인하 등 대외 변수에 실수요자가 어떻게 반응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24주 연속 오름세… 상승 폭은 줄어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값 상승률은 0.21% 상승했다. 2018년 9월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한 8월 둘째 주(0.32%) 이후 3주 연속 오름 폭이 줄어드는 추세다. 성동(0.43%)과 서초(0.41%)는 집값 상승세가 여전하고, 강남·송파·마포 같은 인기 주거지도 0.3%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모두 지난주보다는 상승 폭이 줄었다. 한국부동산원은 “수요자들이 대출 여건을 관망하고, 아파트 값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으로 매물이 소진되는 속도가 둔화했다”고 분석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0.15%)도 68주 연속 올랐지만, 2주 연속 상승 폭이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선 DSR 규제 강화 전 집을 사려는 수요가 어느 정도 소화되면서 ‘폭등세’였던 서울 아파트 값이 다소 진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7월 급증했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8월부터는 주춤한 추세다.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일 기준 3972건으로 아직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 남아있지만, 최종적으로 7월 거래량(8769건)에는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로 일부 ‘영끌’ 수요가 감소해 단기적으로 거래량이 줄어들고 집값 상승 폭이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한도가 줄어든 영향은 강남 3구 같은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보다 서울 외곽과 경기도 지역에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수석전문위원은 “대출 한도가 줄어들면서 서울에서 시작된 아파트 값 상승세가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되는 것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주 경기(0.1%)와 인천(0.13%) 아파트 값 상승률은 일주일 전보다 0.01~0.02%포인트 감소했다.
◇”美 금리 내리면 규제 효과 반감될 수도”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이 아파트 값 상승 속도를 조금 늦췄을 뿐, 추세적으로는 수요 쏠림과 가격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최근 서울 아파트 값 상승은 3040세대 실수요자가 주도했기 때문에 ‘살 사람은 결국 산다’는 것이다. 집값 폭등에 대한 불안감으로 ‘패닉 바잉’ 수요가 몰렸던 2020~2021년과 다른 양상이라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초저금리였던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투자 목적으로 빚을 내 집을 사고, 오피스텔이나 생활 숙박 시설 같은 수익형 부동산까지 활황이었지만,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은 실거주 수요가 많다”며 “대출 한도가 몇천만원 줄었다고 내 집을 장만하거나 상급지로 ‘갈아타는’ 수요가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만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확실한 상황이어서 이번 규제가 집값 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사장은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내리는 수순이어서 대출 한도 축소를 통한 수요 감소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아파트 값 상승을 주도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에서 집을 사들이는 수요층은 대출 규제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현금이 풍부한 일부 수요층은 ‘정부가 DSR에 이어 추가 규제를 내놓을 것’이라고 생각해 고가 주택 매수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