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최초 투수 4관왕 도전하는 NC 하트

양승수 기자 2024. 9. 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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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선발 좌완 투수 카일 하트가 지난 29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하트는 5일 현재 다승(13승), 탈삼진(169개), 평균자책점(2.31), 승률(0.867)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NC의 ‘심장’ 카일 하트(32·NC 다이노스)가 KBO(한국야구위원회)리그 외국인 선수 최초 ‘투수 부문 4관왕’에 도전하고 있다.

하트는 지난 4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피안타 1실점 12탈삼진 호투로 시즌 13승(2패)째를 따냈다. 삼성 원태인(13승 6패)과 다승 공동 선두로 나섰다. 평균자책점(2.31), 탈삼진(169개), 승률(0.867)은 단독 1위. 공식 시상 대상은 아니지만 WHIP(이닝당 피안타) 1.01개, 피안타율(0.212)도 선두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각 부문 경쟁은 치열하다. 하트는 감기 몸살로 3경기를 놓쳤음에도 148이닝 169탈삼진으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키움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160개)와 아리엘 후라도(157개)가 턱밑까지 쫓아오고 있다. 평균자책점과 승률은 지금 분위기를 이어나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평균자책점은 2위 KIA 제임스 네일(2.53)이 턱 수술을 받아 정규 시즌 안에 복귀하기 어려운 만큼 이제 하트가 자멸하지만 않는다면 수성할 수 있다.

남은 일정을 고려했을 때 5일 등판 간격을 고려하면 하트는 앞으로 4경기 정도 더 선발 등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승률은 KT 구원투수 박영현(0.833·10승 2패)이 추격하고 있다. 한 경기만 지면 역전당한다. 다승은 원태인과 공동 1위로, 공동 2위(12승)인 네일이 더 승수를 쌓기 어렵지만 KT 엄상백과 두산 곽빈, 키움 헤이수스, KIA 양현종, LG 엔스까지 11승 공동 4위 그룹 또한 경쟁자다.

NC는 지난해 KBO리그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투수 3관왕을 배출했다. 에릭 페디가 지난 시즌 30경기에 선발 출전해 20승(6패), 평균자책점 1위(2.00), 탈삼진 1위(209개)로 투수 3관왕과 더불어 정규 리그 MVP(최우수선수)와 골든 글러브도 차지하며 한국 무대를 평정했다. 이후 페디는 미 프로야구(MLB)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달러(약 206억원)에 계약하며 1년 만에 팀을 떠났다.

하트는 2016년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전체 568순위로 보스턴 레드삭스 지명을 받았지만, 빅리그 경험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단축 시즌이었던 2020년 4경기 출전(1패)이 전부다. 마이너리그에선 총 143경기에 나서 42승(47패·평균자책점 3.72)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에서 많은 경기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NC가 페디를 대신해 야심 차게 데려온 하트는 2023시즌 페디보다는 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196㎝ 큰 키에서 내려찍는 구위가 타자들을 압도하면서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5.9㎞. 시속 140㎞대 후반 직구(30.3%)와 투심 패스트볼(17.75%), 슬라이더(24.2%), 체인지업, 커터(11.3%)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 무기로 꼽힌다.

하트는 올 시즌 시범 경기에서부터 독특한 습관으로 화제를 모았다. 등판 경기 도중 벤치에서 수첩으로 무언가를 적는 장면이 자주 포착됐다. 휴식하기에도 바쁜 이닝 중간에도 수첩 필기를 빼놓지 않았다. 하트는 공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투구 복기와 상대 타자 반응 등을 적는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이 습관은 이어지고 있다. NC 강인권 감독은 “하트는 상대 팀 전체적인 그림보다는 타자 개개인에 대한 공략법을 확실하게 알고 있다. 타자 성향에 맞춰서 공을 던지고 경기를 운영할 줄 아는 투수다. 좌타자에게는 스위퍼, 우타자에게는 투심과 커터 활용을 많이 하면서 공격적인 투구를 할 줄 안다. 이닝당 투구수가 줄어드니 자연스레 전체적인 조절이 잘되는 투수”라고 칭찬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하트가 ‘3관왕’을 넘어 4관왕을 거머쥔다면 KBO리그 역사상 여섯 번째 위업, 외국인 투수로선 첫 업적에 도달하게 된다. 1989~1991년 해태 선동열이 3년 연속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 4부문 1위를 휩쓸었지만 당시 탈삼진은 집계하지 않아 ‘비공식’ 4관왕에 올랐고, 1996년 한화 구대성은 다승(18승), 평균자책점(1.88), 승률(0.857), 구원(24세이브)으로 첫 4관왕을 차지했다. 이어 2011년 KIA 윤석민이 다승(17승), 평균자책점(2.45), 탈삼진(178), 승률(0.773)로 4관왕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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